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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구나 Mar 11. 2024

찜찜하게 생긴 돈

내 마음이 편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올해 연말정산 시즌이었습니다.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이용하면 필요한 항목들은 대부분은 자동으로 들어가 있어서 특별하게 체크할 것이 없습니다.

신경 써서 확인해야 하는 항목이 하나 있는데, 바로 '현금영수증'입니다.

작년에 현금으로 거래한 내역이 꽤 많고 금액도 커서 잘 들어와 있는지 확인이 필요했지요.


항목을 쭉 살펴보니 현금영수증으로 거래한 큰 금액 중 한 건이 안 보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필 그 한 건이 꽤 마음에 들지 않는 거래였습니다.

이제는 시간이 많이 지나서 잊고 살았지만 당시에는 그 거래로 '화'가 많이 났었지요.

모르겠습니다.
양쪽 모두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는 관점에서 상대방도 저에게 서운한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아무튼, 저는 만족하지 못하고 기분이 안 좋았던 거래였습니다.


저는 고민이 되었습니다.

현금영수증 미발급을 신고해야 할지 아니면 전화해서 현금영수증을 이제라도 발급해 달라고 할지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상 현금영수증 발급을 신청해도 바로 시스템에 등록이 될지 확신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던 생각은, 
사람과 이상 인연을 이어가고 싶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그 거래 이후로 연락도 안 하고 지내는 사이인데, '현금영수증 미발급 되었으니 빨리 발급해 주세요'이 말을 하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좋은 감정이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에 친절하게 제가 먼저 연락을 하면서 상대방과 이야기하는 것조차 하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결국 고민고민을 하다가 신고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제 마음이 불편할까요?

분명 그 거래를 만족스럽게 하지 못해서 마음이 몹시 아팠고 사람이 미워졌는데...

신고를 하려니까 막상 마음이 너무 불편한 것입니다.


또 이런 생각도 듭니다.

해당 업체가 현금영수증은 반드시 발급을 해야 하는 서비스 업종 중 하나인데 발급을 안 한 것은 결국 세금을 덜 내겠다는 뜻입니다.

제가 현금영수증 미발급을 신고한 행동은 도덕적인 관점에서 잣대를 들이댈 수 있지만,

상대방은 법적인 관점에서 잣대를 들이대서 봐야 합니다.

'법'과 '도덕' 어떻게 비교해서 보는 것이 맞을까요?

(저에게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는 것도 맞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리고 또 이런 생각도 듭니다.

서로가 만족하지 못한 거래에서 법적으로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않은 쪽은 상대방인데 왜 제가 그것으로 피해를 봐야 할까요?

'좋은 게 좋은 거다' 이게 맞는 것일까요?

그냥 상대방이 실수했다고 생각하고 '좋은 게 좋은 거다' 생각하고 넘어가야지 나중에 그게 복이 돼서 저에게 돌아오는 것일까요?


제 마음이 100% 편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전 신고를 했고 신고 결과 50만 원이 좀 안 되는 돈을 '현금영수증 미발급 포상금'으로 받게 됩니다.

'찜찜하게 생긴 돈'입니다.


남을 많이 돕지는 못하더라고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살고 싶지는 않은데,

이번에는 마치 제가 남에게 피해를 준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바보처럼 아무 말도 못 하는 제가 되고 싶지는 않기에 신고를 했지만요.


여러분이 보시기에는 어떻게 생각이 드시나요?
현금영수증 미발급 신고를 한 제가 너무 한 것일까요?

아니면 현금영수증 미발급을 한 그쪽 사장님이 잘못일까요?

제가 남에게 피해를 주는 벌 받을 짓을 한 것일까요?

왜 제가 법적으로 잘 못한 일이 아니지만 이렇게 맘 적으로 고통받아야 할까요?

제가 바보일까요? 아니면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일까요?


참... 많은 고민과 생각이 드는 에피소드입니다.

답답한 마음에 구독자님들의 의견이 궁금해서 주절주절 글을 적어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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