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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구나 Mar 08. 2024

1년 전 부동산 갈아타기를 회상하며

갈아타기는 하락장에서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갑니다.

갈아타기 한 것이 한 달 전 이야기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나이가 '시간의 속도'라고 이야기하는데 그 말에 진심으로 동감합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그 속도가 더 가속화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1년 전 달력을 확인하면서 작년 부동산 갈아타기를 회상하였습니다.


작년 초 하락장에서 저는 무서웠습니다.

무엇이 무서웠을까요?

가지고 있는 자산이 하락하는 것이 무서웠을까요?

아닙니다.

'갈아타기 기회를 놓치는 것'이 무서웠습니다.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아서 무서웠습니다.


갈아타기를 하고 더 떨어질 것이 무섭지는 않았습니다.

바닥은 알 수 없지만 충분히 많이 떨어져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갈아타고자 하는 자산의 과거 최고가와 현재 가격 사이에는 큰 Gap이 있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자산의 최고가는 약 12억 원이었습니다.

제가 매수하려고 하는 자산의 최고가는 약 20억 원이었습니다.

최고가 기준으로는 약 8억이라는 차이가 있었지요.

이건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작년 초 가격이 변화가 생겼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자산은 약 8억 원까지 떨어져 있었고,

제가 매수하려고 하는 자산은 약 14억 원까지 떨어져 있었습니다.

매수가 기준으로는 약 6억 원으로 차이가 좁혀진 것이지요.


8/12=66%

14/20=70%


제가 가지고 있는 자산의 급지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가격 하락폭이 더 컸지만 필요한 자금은 오히려 8억에서 6억으로 줄어드는 마법의 효과가 발생하였습니다.


6억 원...




원리금 균등 상환기로 계산 시 6억 원을 5% 이율로 40년으로 대출하는 경우 월 약 290만 원을 상환해야 하는 금액입니다.감당 가능한 금액일까요?




보수적으로 연봉이 9,000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월 약 630만 원을 받게 됩니다.


630만 원-290만 원 = 340만 원

290만 원/630만 원 = 46%


많은 분들이 원리금을 월급에 30% 수준으로 하라는 이야기를 하십니다.

하지만, 저는 290만 원이라는 원리금이 그렇게 크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고, 제가 받을 수 있는 대출의 Max. 금액을 6억 원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결론적으로 15억 원 이하의 물건 중에서 가장 좋은 물건이 나오면 잡는다는 생각으로 있었지요.

그래서 둔촌주공 청약도 아무 고민 없이 넣었습니다.




근데 작년을 회상해 보면 다른 분들은 저와 생각이 좀 달랐습니다.

가격이 아직도 더 빠진다고 생각을 하기도 했고,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의 '최고가'를 생각하면서 그 가격을 잊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전 그게 참 비이성적이라고 생각했지요.


내 물건의 가격이 무슨 상관인가요.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과 갈아타기 하고자 하는 물건의 Gap이 중요하지요.

결국 갈아타기는 '하락장'에서 하는 것입니다.


마포에서 잠실로 갈아타기 하는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마포그랑자이 84가 최고가 20억 원을 찍었을 때가 2021년 11월입니다.

잠실엘스 84가 최고가 27억 원을 찍었을 때도 비슷한 2021년 10월입니다.

7억 원 차이라는 다소 큰 Gap이 있어서 갈아타기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죠.


시간이 흘러서 2023년 2월, 작년으로 가보겠습니다.

마포그랑자이 1단지 84가 15억 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잠실엘스 84는 약 20억 원까지 떨어졌습니다.

5억 원이라는 Gap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2억 원이라는 돈이 덜 필요해졌습니다.

그때 갈아타기를 하신 분들은 최근에 약 23억 원 근처에서 거래가 되고 있으니 3억 원 정도 오른 것으로 볼 수 있겠지요.


만약에 최고가에서 갈아타기를 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승자의 저주' 아닐까요?

양도세도 많이 내고 취득세도 많이 내고 복비도 많이 내고,  지금 가격도 떨어져 있는 상황이지요...


저도 제가 가지고 있던 아파트를 12억 원에 못 판 것이 아쉬웠는데,

아마 그때 최고가로 갈아타기를 했으면 지금도 매수가를 회복하지 못한 상태일 것 같습니다.

'운'이 좋았다고 할까요?




제 프로필 화면입니다.

저는 '라라랜드'를 10번은 넘게 봤습니다.

제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입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이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어서 캡처를 해두고 프로필로 쓰고 있습니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보자"

영어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And I guess we're just gonna have to wait and see"


저 말을 뒤로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은 순리대로 각자의 인생을 갑니다.

무리하거나 순리를 어긋나게 하려고 하지 않지요.

그리고 그들이 순리를 어긋나서 살았을 때 어땠을지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영상이 이어집니다.

영화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입니다.


순리에 어긋난 경우를 영화에서 가장 행복하게 그린 이유는 그게 현실에서 생길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즉, 순리를 역행하였을 때는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반어적으로 표현해 줍니다.


저도 나이가 들수록 순리를 벗어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 순리에 맞게 흘러가는 대로 가는 것이지요.

'그냥'이라고 표현되어 있지만 그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 인생에는 많은 유혹이 있습니다.

빨리 갈 수 있는 길, 편한 길, 무리하는 길, 잘못된 길, 틀린 길

길이 많은데 그 유혹에 빠지지 않고 흘러가는 길을 믿고 가는 것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우리의 인생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요.

사실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도 생각합니다...

그게 아니기를 바라면서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그냥 '노력'을 하는 것이지요.


여러분들도 여러분이 믿고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십시오.

작년에 제가 갈아타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제가 맞고 틀리지 않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길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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