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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구나 Apr 30. 2024

아빠, 화내지 마세요.

아빠, 아빠, 아빠


아침에 또 늦잠을 잤어요.

어제 저녁에 엄마랑 책 읽다가 늦게 잤기 때문이죠.

아빠는 아침부터 뽀뽀는 안 해주고 자고 있는 저를 옷 갈아입히느라 정신없어요.

아기 변기에 앉아서 쉬야를 하고 엄마는 내 머리를 묶어주느라 바빠요.


"엄마, 나 어린이집 안 가면 안 돼?"

"엄마, 아빠도 회사 안 가고 싶은데 우리 딸 맛있는 거 사주려면 회사에 가야 해. 우리 주말에 또 재미있게 놀자"


특히 월요일은 가장 속상해요.

주말에는 엄마, 아빠, 동생이랑 재미있게 놀다가 갑자기 월요일은 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다른 하루가 시작되거든요.

 

아빠랑 동생이랑 함께 차를 타고 어린이 집에 가요.

가기 싫어서 아빠에게 심술을 부리는데, 아빠는 오히려 더 화를 내요.

그냥, 아빠가 좋아서 아빠랑 같이 있고 싶어서 심술을 부리는건데 아빠는 떼 쓰지 말라고 화를 내요...


아빠가 화를 내면 나는 속상해요.


어린이집에 도착해서 아빠랑 헤어져야 해요.

아빠는 나를 꼭 안으면서 이야기해요.

"아빠가 저녁에는 일찍 데리러 올게, 사랑해"


아빠도 나한테 화를 내고 싶어서 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난 알아요.

아빠도 나처럼 회사에 가기 싫어서 그런 것일 거예요.

아빠가 꼬옥 안아줄 때 나는 아빠 마음을 알 수 있어요.

아빠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요.


아빠가 없는 동안에 나는 열심히 어린이집에서 놀지만 엄마, 아빠, 동생이랑 주말에 놀만큼은 재미있지 않아요.

그래도 선생님, 친구들과 노는 건 두 번째로 재미있어요.


드디어 저녁 시간이에요.

아빠가 나를 데리러 올 거예요.

저녁을 먹고 친구들이 하나씩 하나씩 먼저 집에 가요.

오늘도 내가 마지막으로 남을까요?

엄마랑 아빠랑 먼저 가는 친구들을 보면 너무너무 부러워요.

아빠가 오늘은 좀만 일찍 오면 어요.


선생님이랑 신나는 종이접기를 하고 있었는데 누가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요.

빠에요!

나는 너무 기뻐서 아빠에게 후다닥 달려가요.

아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욱' 안아줘요.

아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욱' 안아줘요.

아빠는 저녁에 나를 만나면 한참 나를 안고만 있어요.


동생이랑 함께 차에 타니 아빠가 맛있는 간식을 줘요.

빵이랑 요쿠르트에요.

맛있는 간식을 먹으면서 집에 가니 기분이 좋아요.

머핀도 먹고 싶은데 아빠가 안된다고 해요


집에 도착했어요

아빠는 먼저 씻고 온다고 놀고 있으라고 했어요.

동생이랑 뭐 하고 놀까 하다가 아빠가 사 온 초코머핀이 보였어요.

너무 먹고 싶어서 참지 못하고 초코머핀을 가져와서 옷장에 숨어서 먹기 시작했어요.

코머핀은 달콤하고 맛있었어요.


아빠가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요.

그런데 어쩌죠?

아빠가 먹지 말라는 쵸코머핀을 다 먹고 옷장과 침대가 초코머핀 가루로 엉망이 되었어요...


아빠가 내 방에 들어왔어요...

어지러워진 방을 보고 아빠가 화가 난 것 같아요...

무서워요...


"아빠가 먹지 말랬지!"

"아빠도 힘든데 이렇게 다 어지럽히면 어떻게 해!"


사랑하는 아빠가 화를 내면 너무 무서워요.

옷장을 열어본 아빠는 이 옷 저 옷에 초쿄가 묻어 있는 것을 보고 화가 잔뜩 났어요...


"이게 뭐야! 너 진짜 혼날래!?"


아빠가 너무 화가 나서 무서워서 눈물이 나요...

엉엉엉엉...

울어도 아빠는 안아주지 않아요...

사랑하는 아빠가 안아주지 않으니까 속상해요...


아빠가 방문을 닫고 혼자 자라고 안방으로 갔어요...

눈물이 계속 나요...

아빠가 일 하고 와서 힘들게 하면 안 되는데...

껌껌한 방에서 혼자 있으니 슬퍼요...


계속 울고 있으니까 아빠가 다시 왔어요.

아빠에게 살며시 기대 보아요...

아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안아줘요...


아빠가 무서워도 아빠를 사랑해요.

그런데, 그건 아빠도 마찬가지인가 봐요.

내가 사고 치고 말썽 부려도 아빠는 나를 사랑하나 봐요.


아빠의 품에 안겨 있으니 잠이 오려고 해요...

아빠가 조용히 나에게 말해요...


"미안해... 사랑한다고 해놓고 화내서 미안해..."


아빠가 그리고 또 말해요.


"사랑해... 아빠한테는 네가 전부야... 사랑해"


꿈에서 아빠랑 같이 초코머핀을 먹으면서 놀고 싶어요.

그리고 말할 거예요.


"아빠, 나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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