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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구나 Apr 23. 2024

금반지를 돌려줘

만약에 반지가 없다면...


어느 날, 네가 나에게 설악에 가자고 했다.

뭔가 특별한 계획이라도 있다는 것처럼...

그렇게 우리는 설악으로 여행을 갔다.


설악에 도착하니 날씨가 우중충했다.

너의 표정을 보면 나는 너를 알 수 있었다.

'뭔가 계획처럼 되고 있지 않구나...'


불안한 날씨 걱정은 잠시 뒤로하고 우리는 설악을 올라갔다.

너는 나에게 말했다.


"흔들바위까지만이라도 가보자"


우중충한 날씨가 그새 슬펐는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나도 몸이 무거웠다.

그만 올라가고 싶었지만 너는 나에게 부탁했다.


"흔들바위까지만이라도 올라가 보자. 다 왔어."


네가 흔들바위에서 무슨 계획이 있는지 나에게 크게 감흥이 없었다.

여행오기 전에 나는 다른 사람이 내 마음속에 조그마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물이 갈수록 굵어졌고 더 이상 올라가고 싶지 않았다.

발걸음을 돌리는 나를 보고 너도 더 이상은 '흔들바위'를 말하지 못하였다.



설악의 입구로 돌아와서 너는 등산복 안 주머니에서 금반지를 꺼냈다.

너는 아직도 내 마음이 예전과 같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은 비처럼 흘러내리고 있는데...


나는 네가 준 금반지를 손가락에 끼어봤다.

그런 나를 보고 너는 말했다.


"흔들바위에서 주고 싶었어, 흔들바위가 흔들려도 우리 사랑은 흔들리지 말자고. 잘 어울린다. 나중에 더 좋은 반지로 해줄게"


여행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너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그리고 너는 모든 것을 부정했다.

네가 무슨 말을 계속하는데도 나는 들리지 않았다.

아무 대답 없는 나를 보고 전화기 너머로 너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헤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너를 만날 때 내 마음속에 조그마하게 자리를 잡은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너에게 연락이 왔다.


"반지를 돌려줄래?"

이어서 말했다.

"네가 다시 돌아온다고 했을 때, 반지가 없다면 슬플 것 같아..."


너는 나를 사랑했다.


나는 상자에 반지만 담아서 너에게 택배를 보냈다.

택배를 받은 네가 나에게 마지막으로 연락했다.


"반지는 내가 잘 가지고 있을게... 기다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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