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챙이맛 쌕쌕이

아빠의 건강 비결

by 승주연

아빠는 술을 무척 좋아하신다. 어렸을 때 할아버지 밑에서 자랐는데 형한테 많이 맞았고, 할아버지는 그런 상황을 묵인하셨다고 한다.


그런 아빠에게 힘이 되어준 사람들은 친구들이었고, 이 친구들은 술을 좋아했다고 한다. 형한테 얻어터진 날이면 화가 나서 술을 마셨고, 술을 마시면 또 술 마셨다고 맞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그렇게 아빠는 일찍부터 술을 드셨고, 지금까지도 아빠의 절친은 사람도 동물도 곤충도 아닌 술이다. 아빠는 너무 기분이 좋아도 기분이 안 좋아도 술을 드셨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술을 가까이하신다.


그렇게 술에 취한 아빠와 관련된 웃픈 일화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그 중 기억에 남는 일화를 나누자면 이렇다. 한번은 내가 학교 숙제 때문에 올챙이를 잡아서 쌕쌕 오렌지 캔에 넣은 후에 TV 위에 올려놓았다. 그날도 아빠는 술에 취한 채로 잠이 드셨고, 이른 아침에 일어나셔서는 올챙이가 들어있는 쌕쌕 오렌지 캔을 집어 드셨다. 나는 잠에 취해 있었고, 아빠는 아직 술이 덜 깬 상태였다. 내가 정신을 차리고 상황 파악을 하는 데는 최소한 수 분의 시간이 필요했고, 유감스럽게도 그 몇 분 사이에 보고도 믿기 힘든 상황이 이미 종료되어 있었다.


솔직히 나는 지금도 술을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 미각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내가 추측하기로 아빠는 크게 이상한 점을 못 느끼신 것 같았다. 그날 아빠와 나는 대략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주연아, 물 어딨노? 오, 쌕쌕이네? 웬 쌕쌕이고?''

''네? 아빠. ''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모호한 질문이자 대답을 한 후 나는 잠시 졸았다.


잠시 후에 나는 누군가가 어떤 액체를 벌컥벌컥 마시는 소리를 듣지만 여전히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을 못했다.


그리고 조금의 시간이 더 흐른 후에 나는 내가 조금 전에 들은 소리는 유감스럽게도 생시에 들은 소리였으며, 그 누군가는 아빠이고, 아빠가 벌컥벌컥 마신 그 액체는 다름 아닌 올챙이가 섞인 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도 궁금하다... 어떤 맛이었을까?


*사진은 러시아 인형 '체부라시카'인데 표정이 마음에 들어서 공유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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