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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주연 Jan 11. 2021

한국문학 번역과 출판에 대한 고찰

한국 노어노문학회 발표 자료 


1.    문학 번역의 특성


  전 세계에서 ‘한류’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한국 문학이 세계에 소개되는 속도는 기대에 많이 못 미치고 있다. 문학 번역을 하는 데에 있어서 문화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만 보더라도 문학 번역이 ‘한류’라는 흐름에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 수 있다.  


 번역은 이질적인 두 언어간의 소통을 위한 것이요, 언어가 그 나라 문화의 정화임을 생각할 때 번역에 있어서 문화를 중요시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보이는 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대로 생각하는 사람이므로 문화 연구가 시작되기 전에는 문화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


 번역이란 원작을 바탕으로 하는 작업이므로 원작을 중요성에 대해 의심의 여지는 없다. 그러나 번역이란 어차피 원작을 읽을 수 없는 독자를 대상으로 하므로 독자의 이해를 중시해야 한다는 말도 무시할 수 없다. 이때 원작을 중시해서 원작과 등가적인 번역을 해야 한다는 ‘등가성’ 이론, 즉 출발어 중심의 번역이론과 독자를 중시해서 독자에게 수용 가능한 번역을 해야 한다는 ‘수용성’ 이론, 즉 도착어 중심의 번역이론이 산출된다. [2] 

하지만, 등가성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가독성이 침해받으며, 가독성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등가성이 위협을 받는다. 따라서 훌륭한 번역은 등가성을 따르면서도 가독성을 최대한 끌어올려야할 것이다. 본인의 경우 많은 역자들이 그러하듯이 2인 1조로 공역 체제를 따르고 있다. 


 본인은 러시아인 공역자와 함께 한국 소설을 러시아어로 번역 및 출간하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5권의 역서가 러시아에서 출간되었다.  현재 6권째 역서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해당 발표에서는 6권의 한국 소설의 번역 및 출간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자한다. 


2.    번역 지원 정책


 러시아에 소개된 최초의 한국문학은 1891년 북한을 여행한 가린-미하일롭스끼 Гарин-Михаиловский Н.Г.가 한국 전래동화를 수집한 뒤 번역, 출판한 ''한국 전래동화집 Корейские сказки''이다. 이후 거의 110년 동안 러시아에 번역 소개된 한국문학은 단행본 139종, 단행본에 수록된 개별작품 3425편이다[3]. 한국 소설 번역을 지원한 한국문예진흥원, 한국문학번역원, 대산문화재단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중 한국문학번역원의 경우, 정기적으로 번역 및 출판 워크샵을 통해 번역가들이 소통할 수 있게 하며, 해외에 있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독후감 대회를 열고 수상자를 한국으로 초대하는 등 한국문학의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3. 번역가의 역할에 관하여


 번역가의 역할은 물론 자신이 번역해야할 작품을 성실하게 잘 번역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번역과 반역이 모음 하나 차이이듯이 번역가의 번역에 대한 평가도 미세한 차이들, 어긋남, 오역 등으로 인해 엇갈리곤 한다. ‘’옮긴이의 윤리는 자기 자신의 언어를 끝까지 책임짐으로써 사람들이 새로운 세계 속에 친숙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해주는 데 있다’’ [4] 번역은 한 시대와 사회, 문화, 정치적 배경, 독자들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는 복합적인 작업이므로 한국문학을 해외에 효과적으로 소개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훌륭한 번역을 제공해야 하며, 그 외에도 제반요소에 대한 고찰과 전략이 필요하다. 따라서 작품 선택, 작가 소개, 출판사 섭외, 해외언론 창구 등의 다양하고 복잡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 번역자의 역할이다.[5] 따라서 작품 선정부터 번역 지원 신청, 번역, 저작권 계약, 역자와 출판사 간 계약, 판권 페이지 확인(저작권자 확인 필수)을 포함한 모든 과정에 개입해야한다. 판권 페이지 관련해서는 저작권 계약서를 확인할 뿐만 아니라, 필요한 경우 에이전시와 상의를 해야하는 중요한 단계이며, 따라서 이때는 역자, 공역자, 에이전시, 러시아 출판사, 한국문학번역원 러시아어권 담당자가 모두 함께 확인을 하게 된다. 

 

저작권 계약 관련해서는 러시아 현지 출판사를 조사하고, 담당자 연락처 확보한 후, 담당자와 연락을 하고, 번역원 담당자와 상의하면서 동시에 저작권 계약을 위해 해당 에이전시 담당자 혹은 대표와 연락을 취하게 된다. 계약 조건이 맞으면 저작권 계약을 하게 되지만, 합의점을 찾기 힘든 경우 길게는 계약까지 수 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2인 1조로 번역을 하는 경우, 역자가 소통해야 하는 사람은 저자, 러시아인 공역자, 한국문학번역원의 러시아어권 담당자, 러시아 현지 출판사 담당자 혹은 대표, 한국 에이전시 등이다. 물론 이들과 소통은 주로 한국인 역자의 몫이며, 그 이유는 번역 지원 기관이 한국에 있는 기관이며, 저작권 계약 체결도 역시 한국에 있는 에이전시 혹은 출판사와 해야하기 때문이다. 반면 공역자는 주로 현지 출판사와의 소통을 담당하게된다. 


4.    번역 기획부터 완역 원고 출간까지의 과정에 관하여

 

 번역 기획부터 출간까지의 과정은 보통 작품 선정-샘플번역(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지원용)-1차 번역-공동번역자 교열-2차 번역-공동번역자 교열-재교열 (무한) 반복-출판사와의 최종교열의 순서이다. [6] 본인과 공동번역자의 경우는 다음과 같은 순서대로 번역부터 출간까지의 과정을 관리한다. 

1) 번역하고 싶은 책을 선정한다. 이때 작품에 대한 문단의 평가 및 작품의 인지도, 해당 작품으로 인해 저자가 받은 상이 있는 지 등을 검토한다. 

2) 번역하기로 결정한 책의 일부를 번역하여 역자 및 공역자의 이력서와 함께 번역원에 제출한다. (번역 지원 신청) 

3) 샘플 원고가 채택이 된 후에는 번역원과 약정서를 체결한다. (이것은 번역할 작품 전체가 아닌, 작품의 일부에 대한 계약이다.) 

4) 저작권 계약할 출판사를 섭외하여 (번역원에서 추천하는 출판사가 있는 경우가 있다) 저작권 계약을 한다. 이때 역자와 러시아 출판사간 계약도 체결한다. 

5) 번역원과 작품의 나머지 분량에 대한 약정서를 체결한다. 이때 번역지원비는 번역 시작할 때 절반을 받고, 완역 원고 제출한 후에 나머지 절반을 받는다. 

6) 공역자와 함께 번역한다. (본인이 원문을 러시아어로 옮긴다-> 공역자가 검토한다 -> 공역자가 재검토가 필요한 부분을 체크해서 본인에게 보낸다-> 이메일 혹은 직접 만나서 해당 부분을 수정 혹은 보완한다 -> 공역자가 한국어 원문을 지운 후 러시아어로 전체 텍스트를 읽고 수정한다 ->완역 원고를 번역원에 제출한다 -> 러시아 현지 출판사에 완역 원고를 보낸다) 

7) 현지 출판사에서 출간한다. 


5. 역서 홍보의 예


 한국문학번역원은 번역 출판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국내 언론을 통해 출간된 작품을 홍보하고, 해외에서 독후감 대회 및 해외 여러 나라에 한국 작가들을 파견하여 현지 문학 행사에 참여하도록 함으로서 해외 언론의 관심도 받고 있다. 최근에는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버러 스미스가 맨부터인터네셔널상을 받으면서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자신의 역서 뿐만 아니라, 한국 문학의 위상을 한 뼘 격상시켰다. 본인과 공역자가 번역한 공지영의 ‘’봉순이 언니’’의 경우는 2016년 한국문학번역원으로부터 ‘’우수번역도서’’로 선정이 되면서 한국문학번역원 측에서 러시아 현지 출판사에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도 하였다. 


*본인의 경우는 미미하게나마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역서를 홍보하고 있다. 


-2014년 1월 : 스타트업 미디어 플래텀 인터뷰 (제목: ‘한국문학을 러시아어로’…온돌방, 아궁이와 싸우는 번역가 승주연을 만나다) 

-2015년 11월  : 러시아  전문 팟캐스트  ‘’보드카를 먹은 불곰’’에  출연 (21,22회) 

-2016년 4월 30일 : 러시아  네트워킹 플랫폼 ‘’불곰파티’’에 참석하여 강연함. (제목: 한국 소설이 러시아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그날까지 )  

-2016년  9월 : 제 9회 어린이 청소년 도서관 국제 심포지엄 국외 연사로 참석한 러시아 국립 어린이 청소년  도서관장님께 역서 전달 

2017. 3월 : KBS WORLD RADIO 출연 

( 제목: Переводчик корейских художественных произведений  Сын Чжу Ён


6. 나오는 


6.1 무엇을 번역할 것인가?


 예전에 한국문학번역원에는 전문가들에 의해 작성된 번역 지원 대상 목록이 있었다. 물론, 한국 내에서 상당한 인지도 혹은 인기를 얻고, 평론가들의 인정을 받은 훌륭한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각 나라는 상이한 문화, 역사, 전통을 갖고 있기에, 한국 내 독자들의 기호가 러시아 독자들의 기호와 일치하리라는 보장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가 이러한 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김감독의 영화가 한국에서는 큰 호응을 못 받고 있지만, 러시아나 유럽에서는 상당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번역 대상 작품과 작가 선정에 있어서 우리 나라에서 인기 있고, 문학성을 인정받은 작품을 가시권에 두는 것보다는 러시아 독자들의 정서와 취향을 고려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7]라는 의견이 상당히 설득력을 갖는다. 

 

 러시아의 한국문학 번역에 대한 정부의 지원 정책은 1990년대 이전까지는 전무했다. 1990년 이후 한국문예진흥원의 지원으로 ''한국현대소설선''(1994), ''한국단편소설선''(1995), ''한국민담집''(1999), 정현종 시선집 ''환합니다''(2000) 등 4종의 번역서가 러시아에서 출판되었고, 1995년 지금의 한국문학번역원이 개원하면서, 한국문학의 세계 언어로의 번역이 비로소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정부 차원에서 한국 문학 번역을 지원하기 시작한 것이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국 문학이 러시아에 많이 소개가 되지 않은 지금 러시아 독자들의 독서 성향을 분석하기란 아직 많은 어려움이 있다. 현재 러시아 내 한국 문학 작품의 낮은 인지도로 인해 현지 출판사들은 출판을 꺼리고, 출판 계약을 맺는다 해도 대부분 초판 1쇄에 1000부를 1쇄를 인쇄한다.  


 사실 러시아 출판 시장을 온몸으로 느끼는 이들은 바로 현지 출판사들이다. 따라서 역자들은 작품을 번역하기에 앞서 출판사의 편집장 혹은 대표들과 책의 내용 혹은 주제 등에 대해 먼저 상의를 하고 나서 번역 지원을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즉, 실패할 (독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 하고 재고로 남을) 확률이 많이 줄어들것이다. 본인과 러시아인 공역자는 모스크바에 있는 '나탈리스'의 대표와 긴밀하게 연락하고, 작품에 대해 상의를 하면서, 번역 작품의 방향성을 잡으려고 노력하고있다. 어쩌면 한류 안에 ''한국 문학''을 슬쩍 포장해서 넣는 것이 가장 간편하고도 획기적인 방법일 지도 모른다.  


6.2 한국문학의 대중화를 위한 제안


 러시아에서 출판부수가 가장 많은 작품은 고전문학인데 그 중 『춘향전』이 가장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1960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번역되고 있는 『춘향전』은 러시아 한국문학 전문가들의 학문-이론적인 관심을 유발시킬 수는 있었지만 일반 비평가들이나 독자들의 관심을 촉발시키지는 못했다.  또 1950년 전후하여 2000년까지 러시아 언론 매체에 보도된 한국문학 관련 기사는 모두 128편인데 이기영과 관련된 기사가 전체 기사의 12%에 해당하는 18편으로 가장 많다. 

 한편 러시아의 온-라인 서점 망에서 한국문학의 위치는 여전히 낯선 변방문학에 불과하며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러시아의 대형 온-라인 서점 망에서 한국문학은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다. 러시아 한국문학의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판매순위를 논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한국문학 수용이 보다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대형 출판사를 통한 조직적인 출판-홍보 체계의 구축, 러시아의 유수 언론을 통한 한국문학의 홍보, 한국문학 번역서에 대한 서평의 유도, 기관이나 정부의 지속적인 번역 지원 정책의 입안, 그리고 ‘한국문학의 밤’이나 ‘한국 작가들과의 만남의 장’ 등 대중적인 관심을 촉발시킬 수 있는 다양한 문학 행사 등을 개최할 필요가 있다. [8] 물론 이보다 우선적으로 훌륭한 번역가들을 양성하고 찾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할 것이다. 


참고문헌


О Чонхи. 『Огненная река』, СПБ.: Издательство «Гиперион», 2012 

Чхон Мёнкван. 『На краю жизни』, М.: Издательство «Наталис», 2013 

Кон Джиён.  『Моя Бонсун』, М.: Издательство «Наталис», 2014 

Ким Эран. 『Женьшеневый вкус одиночества』, М.: Издательство «Наталис», 2014

Ким Ёнха. 『Никто не узнает...』, М.: Издательство «Наталис», 2016 

한국문학번역원, 『문학 번역의 이해』, 북스토리, 2007 

유럽사회문화연구소, 『한국문학의 해외 수용과 연구 현황』, 연세대학교 출판부2005 

유럽문화정보센터, 『한국문학의 외국어 번역』, 연세대학교 출판부, 2004 

심재기 엮음 『세계 속의 한국문학』, 심재기 엮음, 연세대학교 출판부, 2007


미주 

          

[1] 한국문학번역원 저, 『문학번역의 이해』, 북스토리, 2007, 29 페이지

[2] 한국문학번역원 저 『문학번역의 이해 , 북스토리, 2007, 31 페이지 

[3] 심재기 엮음 『세계 속의 한국문학』, 연세대학교 출판부 , 2007, 115 페이지  

[4] 문학번역의 이해, 북스토리, 2007, 101 페이지  

[5] 문학번역의 이해, 북스토리, 2007, 107 페이지  

[6] 문학번역의 이해, 북스토리, 112, 113 페이지 

[7] ‘한국 문학의 외국어 번역’, 연세대학교 출판부, 2004, 175 페이지  

[8] 세계 속의 한국 문학, 심재기 엮음, 연세대학교 출판부, 2007, 133-134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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