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에 산책

걱정도 팔자...

by 승주연

오랜만에 딸은 시부모님 댁에서 자고, 남편과 나는 저녁으로 연어회를 먹고 있다. 회를 먹으면서 우리는 대화를 이어간다.


남편: 우리 저녁 먹고 산책 갈까?

나: 그러던가.

남편: 당신 저녁 많이 먹으면 소화 안 되잖아.

나: 알았어요.


이렇게 해서 우리는 저녁을 먹고 나서 집 앞 공원으로 나갔다. 군데군데 가로등이 켜진 공원은 예뻤다. 공원에는 언덕이 있었고, 언덕 역시 최근에 공원을 재정비하면서 잘 꾸며져 있었다. 우리는 언덕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갔다.


나: 와, 여기 꽤 높네. 그런데, 난간이 너무 낮은 거 아닌가? 다리라도 삐끗하면 굴러 떨어지겠는데?

남편: 여기에서 왜 다리를 삐끗하는데? 쓸데없다.

나: 그럴 수도 있잖아.

남편: 그럼 내 손을 잡아.

나: 그러다가 당신이 발을 삐끗하면 어떡하지?

남편: 그럼 같이 굴러 떨어지는 거지.

나: 아, 믿을 놈 없네…


나는 가정법을 좋아하는 편이고, 그렇다 보니 정말로 현실에서는 일어날 확률이 0.00000000001% 정도 되는 상황을 굳이 상상까지 하면서 걱정하곤한다.


그렇다 보니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영화는 (공포 영화는 아예 못 본다)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이다. 무서워하면서도 보는 이유는 만약을 대비하자는 뭐 다소 황당한 이유에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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