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사진 3장에 쏟아진 18만 개의 마음, 사람들은 왜 열광할까
김기사의 도시락 사진에
조회수 18만, 좋아요 7,800개, 댓글은 900개를 넘겼다.
그 안엔 정말 많은 이야기가 달려 있었다.
“택배기사님들 덕분에 편하게 살아요. 늘 감사합니다.”
“날이 추운데 식으면 어떡해요, 따뜻하게 드시게 해드려요.”
“고기반찬 좀 더 많이 싸주세요. 그래야 힘나죠!”
이런 다정한 잔소리들이 나를 웃게 했다.
도시락 사진 3장, 반찬 몇 가지와 밥 한 그릇일 뿐인데
사람들은 그 안에서 유난히 많은 감정을 꺼내놓았다.
나는 이 현상이 신기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투박한 도시락 사진에 마음을 내어주는 걸까.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정성’이라는 단어를 잃어버린 시대를 살고 있다.
AI가 밥상을 차려주고,
배달앱이 식탁을 대신하고,
대화보다 사진이 더 빠르게 지나간다.
그런 시대에 누군가의 손끝에서 나온 ‘밥’은
그 자체로 감정의 언어가 된다.
도시락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사랑의 형식이자 돌봄의 징표다.
누군가는 그 사진 속에서
‘누군가를 위해 이렇게 밥을 짓는 삶’을 그리워하고,
또 누군가는 ‘서로를 걱정하고 챙기는 관계’의 온기를 본다.
“이게 진짜 결혼이지.”
“이런 부부 너무 보기 좋아요.”
“남편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네요.”
댓글에 적힌 이 문장들은,
밥 한 그릇에 대한 찬사가 아니라
사라져가는 ‘서로 돌봄의 세계’에 대한 향수일지도 모른다.
나는 도시락을 싸며
매번 귀찮고, 버겁고, 가끔은 짜증도 난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안에서 ‘사랑’을 본다.
결국, 사랑은 대단한 말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밥짓기의 노동 속에서 자라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제 도시락은
우리 부부의 이야기이자,
이 시대의 작은 위로가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한 장의 도시락 사진이
‘괜찮아, 이런 삶도 아름답다’는
조용한 위로로 닿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