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보르스카의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불미스러운 일에 개입하지 않은 깨끗한 손을 믿는다.”
그 문장을 읽을 때마다, 나는 김기사의 손을 떠올린다.
택배를 시작한 뒤로 그의 손에는 굳은살이 박이고, 마디가 굵어졌다.
한 번은 기계에 팔이 끼여 오른손 엄지가 잘 접히지 않게 된 뒤로,
젓가락질이 서툴러졌다.
그의 손은 크지 않지만, 손아귀 힘은 유난히 세다.
가끔 장난삼아 손목을 잡히면
내가 아무리 버둥대도 도무지 빠져나올 수가 없다.
짐을 들고, 옮기고, 다시 들며 쌓여온 세월이
그의 손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짐을 들고 옮기느라 거칠고,
손 마디마디가 굵어진,
그렇지만 깨끗한 김기사의 손을 나는 믿는다.
그리고 존경한다.
그 손은 누군가의 기다림을 나르고,
어떤 날엔 고단한 하루를 대신 짊어진다.
나는 오늘도 그 손으로 밥을 먹이고,
그 손의 노동 위에 놓인 일상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