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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주 Feb 05. 2024

뜻밖의 발견, 치앙샌

페달을 굴려봐


한쪽 발을 세게 디디면서 자연스럽게

페달을 굴려


어린 시절 일 하러 나간 앨리스 킴을 기다리며 거의 집안에만 있었던 나와 성인여자는 별로 할 줄 아는 놀이가 없었다. 고무줄을 해본 유년의 기억이 없다. 리샤가 한때 만나기만 하면 하자고 했던 공기놀이가 우리가 했던 유일한 놀이였던 것 같다.


리샤가 자전거를 타기 시작할 때 나도 옆에서 만연한 나이에 배우다가 다친 이후로는 시도자체를 하지 않았던 게 여기에 오니 후회 막급이다.


메콩강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쌩하고 달릴 뻔했는데… 아쉽다.

    

세 가지 색깔, 골든 트라이앵글


아편으로 한 때 유명세를 달리던 명성과는 다르게 강 주변으로 빛바랜 건물과 상가들, 강을 가로막고 있는 식당들로 인해 첫인상은 철 지난 관광지 이상의 느낌은 없었다.


그러나,  흙탕물 같기도 하고 진한 갈색의 깊이를 알 수 없는 강물, 강을 접한 세 개 국가의 경계,  강 건너 우후죽순 건설되고 있는 신축의 높은 빌딩 등으로 인한 어색함과 생경함이 계속 강 주변을 훑게 만들었다.


거기에 더해 강물의 색을 통해 태국, 미얀마, 라오스를 육안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는 붐의 설명이 더해지니 확연히 다르게 보였다.


메콩강에 놀러온 뺙뺙이, 리샤그림

  

아름다운 집, Athita Hidden Court Chiang Saen Boutique Hotel


호텔을 찾아 메콩 강을 따라가다 허름한 왼쪽 골목길로 들어서니 오래되어 보이는 흉물스러운 폐차 한 두 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마약 영화 한 편 찍어도 될 것 같은 느낌에 세심하지 못한 성격을 탓하면서 방콕을 갔었야 했나 하는 방정맞은 생각까지 들었다.


골목을 한번 더 꺾자 오롯이 아름다운 건물이 나타났다.


안내하시는 분을 따라 식당을 통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바구니를 건네준다. 신발을 담고 정원이 보이는 거실을 지나 이 층 계단을 오르면 방으로 연결된다.

정원이 보이는 거실겸 서재, Athita

마룻바닥에서 나는 삐그덕 거리는 소리, 문에 달린 경칩, 두 개의 문을 잘 맞춰서 열어야 하는 미닫이 문, 나무 창문, 소박한 커튼 등 무척이나 정갈한 구조이다. 태국 북부 스타일의 건축형태라고 하는데 예전 시골할머니 집을 순간순간 떠오르게도 한다.


문단속, 문 열어도 돼?

작은 쪽문, Athita

정원 뒤쪽으로 들어가니 쪽문이 나온다. 문을 열면 어디가 나올까?


조심스럽게 나무로 된 잠금쇠를 풀고 나가니 다른 세상,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을 연상케 한다.


그 문을 열고 나가면  많은 부분이 사라 졌으나, 선이 아름답고 꽂꽂한 부처님을 만날 수 있는  "Wat Athi Ton Kaew"로​ 들어가게 된다.



  

치앙샌에 빠지다.


이른 아침엔 아무도 없는 거실 겸 서재에 나와 청명한 하늘 쳐다보기, 정원에서 일하시는 분이나 화분에 조심스럽게 물 주시는 분 쳐다보기, 쓸데없이 여기저기 사진 찍기를 하고


오후엔 리샤와 함께 그녀는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를 나는 책을 읽거나 또 멍하니 저너머 보이는 머리 없는 부처님을 잠깐 보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저녁 새 울음을 듣기도 하면서 한가로이 시간을 흘러 보내버렸다.       


자전거를 빌려 강으로 나가 아주 잘 타는 리샤에게 애걸해 뒤를 잡게 하고 여러 차례 시도를 통해 페달을 굴려 강바람을 맞으며 짧지만 짜릿한 자전거를 타기도 했다.


이번 봄엔 꼭 다시 배우고야 말리라.


늦은 오후가 되면 강 주변은 사진 찍는 관광객들 대신에 돗자리를 피고 음식을 먹는 가족들이나 연인들로 채워지는 것 같았다. 무엇을 가지고들 오셨나 싶어 음식물을 뚫어지게 보다가 우연히 눈이 마주치면 나도 모르게 멋쩍은 웃음으로 때우고 시선을 돌렸다.


소담한 주택에 홀려 이 골목 저 골목을 돌며 몰래 사진을 찍기도 하고 기웃거려 보기도 했다. 낮은 담장너머로 앞마당에 줄을 걸어 빨래 걸린 모습을 보면서 이런 햇볕에 밖에서 안 말리면 자연에 대한 대역죄이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긴 습도가 전혀 없는 맑고 청명한 날씨였다.     

치앙샌 주택가


시간이 멈춰버린 이곳은 잠깐 온 여행객인 나에게도 자리를 내어주며, 세상시름을 잊고 온전히 머물 수 있게 하는 마법 같은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다시 한번 와보고 싶은 긴 여운을 주는 도시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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