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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주 Jan 29. 2024

퇴행하고 있다.

한 번 칠 때마다 하늘 한 번 쳐다보기


더 이상은 안 되겠어


사람이 70까지 살았으면 더 이상 변화 없이 하늘나라 갈 때까지 그 상태는 유지해야 되는 거 아닐까 싶지만 우리는 눈 감을 때까지 무슨 일 일어날지 모르는 운명을 안고 살아야 하나 보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조금씩 조금씩 더 뒤로 가고 있는 앨리스 킴.


뜨거운 여름에 춥다며 문을 다 닫아 잠그고 에어컨, 선풍기도 꺼버리고 나면 집안은 그 열기와 답답함이 숨을 막힌 게 한다. 그 숨 막히는 어느 여름밤,  퇴근을 하고 집에 왔으나 문은 열어 주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아 119 소방관들이 문을 망치로 때리는 순간,


“누구시오?” 하고 나왔다.


주차장에 앉아 있었던 적이 헤아릴 수 없고, 집은 더 이상 나에게 쉬는 공간이 아니었다.


출근을 하면 하루에도 끊임없이 오는 무의미한 전화, 아무도 없이 혼자 있을 때 정신없이 현관문을 나가 객사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 그로 인한 미움과 자책감에 둘둘 말려 버릴 것만 같았다.


어떤 날은 정신 차리라고 한 대 때리거나 제발 그만해라고 소리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적도 수 십 번, 이렇게 살 수는 없었다.


더 이상 회사와 앨리스 킴을 병행할 수 없었다.  30여 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퇴행성의 정의


막상 퇴사하고 나니 가끔은 뜻하지 않는 불안감과 우울감이 엄습하기도 했으나,  새로운 여유가 좋았다.


여행은 앨리스 킴 때문에 생각하기 힘든 버킷 리스트여서 그동안 하고 싶었으나, 할 수 없었던 것들을 해보기로 했다.


아침이면 앨리스 킴을 주간보호센터에 보내고 집안일을 대충 마무리하고 골프 연습장을 다녔다.


한 달이 지나갈 무렵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고 그다음엔 오른쪽 다리와 무릎, 고관절, 목, 어깨, 팔꿈치로 돌아가면서 뼈마디가 쑤시기 시작했다. 심하게 아픈 밤에는 자다가 몸을 움직이기만 해도 아팠다.


추간판 장애, 목 디스크, 승모근 통증 등 공통적으로 나쁜 자세, 퇴행성으로 인한 통증이라고 한다.


퇴행성 관절염이란,

퇴행성관절염은 관절부위의 외상, 관절의 과다 사용, 어긋난 모양으로 잘못연결된 관절, 또는 과체중으로 관절과 연골에 과도한 부담이 있을 때 잘 생긴다. 이 질환은 관절의 염증성 질환 중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55세 이상인 경우에는 약 80%, 75세인 경우에는 거의 전인구가 이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5세 이상인 경우에는 약 80%,

이런 통계에 안 들어가면 안 되나 좋은 것도 아닌데 이런 건 꼭 빠지지 않는다.      


한 번 칠 때마다 하늘 한 번 쳐다보기


“저기 선생님, 골프는 해도 될까요?”


 2주마다 다른 곳이 또 아프다고 오니 안되었는지 “그것도 안 하고 무슨 낙으로 사세요? 하세요 대신 한번 칠 때마다 하늘 보며 신전운동 하세요”  


정선근 의사 선생님과 궤를 같이 하시는 젊은 의사 선생님은 구부리는 것은 극혐 하시고 백번이라도 하늘 보기하라 하신다.


“연습장에서 백번 치면 허리 뒤로 백번 재끼기 하는 겁니다!”


 “잘하려고 하시는 건 아니시죠?”


“네 그렇죠……”


어차피 하루하루 젊어지는 것도 아니고 죽을병 걸린 것도 아닌데,

때 돼서 찾아온 퇴행성을 잘 구슬려 친구 삼아 급한 일 없으니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   


때때로 여행,

코끼리 캠프와 핫 스프링


후덜덜, 리샤그림


붐을 따라 시골길을 달리니 저만치서 코끼리가 관광객을 태우고 걸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코끼리 등에 타보는 것도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겠지만, 사탕수수와 바나나를 한 바구니 사서 코끼리 밥을 줘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더욱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거기서 조금 더 가니  우리나라 휴양림 같은 산속에 나무와 바람, 하늘 안에 있는 Huay Mark Liam Hot Spring(표지 참조)이 나온다. 눈이 부시게 파란 하늘을 등지고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핫 스프링에 발을 담그고 멍하니 앉아 오후 한때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프로골프 선수를 꿈꾸는 빠오,

그리고 붐과 쥬디


20년 전 캘리포니아에서 붐을 만났을 때 그때 빠오가 열 살이었다. 붐은 쥬디에게 어린 빠오를 맡기고 석사과정을 하고 있었다.


붐의 부재로 쥬디는 친구들과 매일 같이 골프 치러 다니는 바람에 빠오는 먹고 싶은데로 먹고, 하고 싶은 일만 하는 좋지 않은 습관이 생겨 지금도 어린아이와 같은 구석이 많다고 한다.


프로골프 선수를 꿈꾸며 대회에 나가기 시작한 것도 벌써 십여 년이 지났으나,

지금 와서 다른 길을 선택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붐을 만나면 빠오에 대한 걱정, 쥬디에 대한 원망, 자기 자신에 대한 후회를 자주 털어놓는다. 우리네 엄마들이 하는 걱정과 푸념을 달고 산다.


치앙라이 오기 전에는 빠오한테 골프를 배우면 좋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왔으나, 빠오는 멀리서 고개 숙여 아는 척을 하거나 말을 걸면 웃지만 가까이 오려고 하지는 않는다.


쥬디의 커다란 꿈 안에 있는 빠오가 안타깝지만,

프로골프 선수가 되고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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