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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주 Jan 25. 2024

집순이 리샤의 치앙라이

내가. 왜. 해야. 하는데.


#1. 이불 밖은 위험해


이불 밖은 위험해, 리샤그림


투바투 노래 중에 “천국을 등진 난, 파아 프럼 더 스카이(Far from the sky) 어쩌고” 하는 노래가 있다고 한다. 리샤의 해석이 이해가 잘 안 되지만 이런 뜻이라고 한다.


1. 천국은 하늘인데 하늘에서 멀어진다는 의미는 자기 키가 작아진다는 뜻이다.

2. 또한, 천국은 침대이고 침대에서 멀어지면 역시 키가 작아진다는 의미라고 한다.


이 궤변은 집 안에 있는 것보다 밖에 나가야 키가 커진다는 우리의 주장에 자기는 나가고 싶지 않고 침대가 이 세상에서 제일 편하다는 것을 아주 강력하게 주장하는 논리이다. 우리 여행 온 거니까 나가서 놀자 이런 논리는 통하질 않는다. 한번 데리고 나가려면 무지하게 힘들게 한다.

     

#2 내가. 왜. 해야. 하는데.


내가. 왜. 해야. 하는데. 리샤그림

리샤는 올 때 국어, 수학, 영어 문제지를 챙겨 왔고, 일주일에 세 번, 한 시간 반동안 붐 친구 누야에게 영어회화를 배우기로 계획했었다. 그러나 성인 여자가 다른 아이들은 겨울 방학기간 동안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 하며 여기 도착하자마자 영어를 한번 더 시키라고 지시했다.


그야말로 “내가 왜 해야 하는데”를 그날 밤 여러 번 외쳐서 다른 공부거리를 감하고 영어회화와 수학 문제집만 풀고 있다. 그러나 매일 밤 책상에 앉기 전에 “이걸. 내가. 왜. 해야. 하는데”라는 기함을 세 번 정도하고 나서 문제를 풀기 시작한다.


“내가 왜 해야 하는데”는 리샤의 “고유명수 박명수”이다.


 리샤는 우리의 영향인지 무한도전, 거침없이 하이킥, 응답하라 1988을 우리와 같이 또는 혼자서 수도 없이 날리는 중이다. 여기와서도 저녁 먹을 때는 리샤가 골라놓은 무도영상을 패드로 내내 보고 있다.  

   


붐에게 들은 태국문화 팁, 예명으로 불러도 되요.

태국 사람들은 대부분 예명이 있고 그 이유는 이름이 길어서라고 한다. 붐의 본명은 쥬딴만 살랑감이고 붐 아들은 빠오, 리샤 선생님은 누야가 예명이며 그렇게 서로 예명으로 부른다.      



#3 태국음식과 리샤


앨리스 킴이 금이야 옥이야하면서 키운 리샤는 절대적으로 한식파이며 집밥이 최고로 좋다는 아이이다.


어렸을 때도 외식을 갈 때는 앨리스 킴이 담근 된장을 가지고 다녔고 누룽지가 이 세상에서 최고이며 동치미를 먹을 때는 들이켜야 맛이고 먹고 나서는 그윽해주는 게 기본이란다. 나물, 생선, 청국장, 조기구이, 갈치구이와 조림, 무조림 등 보통의 아이들이 잘 먹지 않는 요리들을 섭렵한다.


그러나 여기 온 이후로 영어수업이 끝나면 붐과 함께 치앙라이 골목길을 다니면서 태국 로컬 국수를 놀랍게도 대부분 잘 먹고 있다. 맑은 국물부터 고기가 많이 들어있는 국물이 까만 국수도 힐끔 쳐다보면 말없이 후루룩하고 맛있다고 하는 날이 더 많다.    

  

점심엔 동네 고기국수


먹기 쉬운 맑은 국수, 좀 힘들었던 선지 국수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맛있는 태국 국수를 즐기고 있다. 맛과 모양이 베트남 쌀국수와는 다르며 국수의 두께는 아주 가는 것부터 두꺼운 면까지 다양하다.


고기류는 주로 소고기, 돼지고기, 선지, 간, 내장 등 다양하게 토핑처럼 들어가며 물론 선택할 수 있고 소고기가 아주 조금 더 비싸다.  숙주와 야채들이 많지 않게 조금씩 있고 한 두 개의 소스가 곁들여진다.


몇 곳의 국수가게는 적당한 크기의 통 안에 숙주를 물과 함께 신선하게 넣어놔서 가져다 먹으면 되고 소면을 사다가 집에 와서 간장국수를 만들어 먹으면 아 이맛이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 또한 어쩔 수 없긴 하다.


동네 안에나 어귀 또는 중심부에 있는 국수 가게는 입구부터 우리 세대에게는 정겹다. 가게의 모양이나 그릇들이 어렸을 때 왠지 본 적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사람들이 미소를 거의 항상 장착하고 있어 지나가다 좋아 보이면 주저하지 말고 그냥 들어가면 된다.

        

날씨가 좋아서 안타까운 리샤


리샤에게는 여기 오기 전부터 수영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가 최대의 관심사였다. 콘도에 수영장(표지 참조)이 있으나 하루에 한두 명 할까 말까이고 어쩌다 비라도 뿌린 날은 아무도 없다. 날씨가 좋아도 너무 좋아서 후덥지 않으나, 수영은 힘들다가 정확한 표현이다.

처음 몇 번은 그래도 좋아하는 거니까 한 낮 또는 저녁을 먹고 나서 수영을 시도했으나 지금은 안 하려고 해서 어른 입장으로 조금 안타깝다.   

 

그래서 더 집순이가 되어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붐에게 들은 태국날씨 팁, 8도 이하는 추워요.

태국 날씨는 3개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Hot, Hotter, Hottest"  어느 순간 조금 시원하구나 느끼는 며칠이 지나면 다시 "Hot"으로 원상회복된다고 하니 더운 나라이다.


붐 기억으로도 기온이 단자리로 떨어진 적이 거의 없고 7도 정도 된 적이 있는 것 같으며 그때는 추웠다고 한다. 8도 정도부터가 태국 사람들이 추위를 느낄 수 있는 온도 기준이라고도 한다. 붐은 우리가 만났을 때부터 긴팔 겉옷을 자주 입고 있으나 우리는 이른 아침 또는 늦은 저녁이 아니면 반팔이면 될 것 같다.



집에 있기를 좋아하는 리샤는 그 시간 동안 아이패드와 혼연일체이다. 여기 와서는 베르사유 장미의 오스칼을 열심히 그리기도 하고 캐릭터를 만들거나 캐릭터를 이용해 또 무언가를 쭈그려 앉아서나 침대에 누워서 그린다.  


이번 글에도 등장한  “뺙뺙이”는 어느 날 리샤가 자기라 하면서 그리기 시작했다. 나는 미어캣 닮았다는데... 어디가 라고 물어보면 닮았어하고 끝이다.


언제가 리샤 스스로 "뺙뺙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날이 오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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