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주민
근처 호텔에서 연중 하는 라이트 행사가 있는데 가자고 해서 주섬주섬 나와 십여분 깜깜해진 길을 들어가니 아름다운 불빛들의 향연이 다가온다.
“Enchanted season of light”(표지 참조)라는 행사라고 한다.
특히, 수영장의 휴식공간처럼 보이는 작은 건물은 자체 라이트와 수영장에 비친 리플렉션으로 감히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어딜 가든 리샤 사진만 잔뜩인데 오늘은 나도 좀 찍어보고 싶어 불빛아래 여러 장을 찍히고 집에 와서 보니 전부 눈을 감았다.
왜 하나, 둘, 셋을 안 하니?
플라워 페스티벌 앞에서 출발하는 다운타운을 구경할 수 있는 무료 트램이 있다고 해서 이번에도 또 따라나섰다.
어쩌다 보니 친구 없이 아무것도 못하는 관광객이 되어 버렸다.
도착하니 마침 치앙라이 시 70주년 기념행사를 하고 있어서 귀한 구경도 덩달아했다.
공연자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서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다채롭고 황홀한 형형색색이다.
트램을 타니 전통의상을 입은 앳된 여학생이 이곳저곳을 정말 신난듯이 가이드를 한다. 붐에게 들으니 근처 고등학교 학생이 자원봉사로 한다고 그런다.
한 마디도 못 알아 들었는데 어찌나 관람객들하고 대화하면서 재미있게 설명을 하는지 그냥 얼굴을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왔다.
이미 어느정도 익숙한 거리여서 인지 설명하는 모습이 이뻐서인지 관광은 뒷전이고 그 학생 얼굴만 바라보다가 내렸다.
시원한 바람까지 더해지니 참으로 기분 좋은 밤이었다.
성인여자 엄마, 남자 아빠, 친구, 자기 방이 부쩍 그리운 리샤를 달래 볼까 싶어 치앙라이 와서 처음 간 플라워 페스티벌에 그랩을 타고 다시 갔다.
도착하자마자 소나기와 예상치 못한 바람까지 불어 꽃넝쿨 사이로 뛰어가 잠시 서서 보니 꽃들은 조명과 함께 낮보다도 더욱 아름다웠다.
리샤가 성인여자와 페이스톡을 하는 걸 보고 나도 친구와 한 참 통화하고 나니 슬쩍 찾아온 허전함은 서서히 사라진다.
일정을 짜고 옷을 차려입고 교통편을 준비하고 나서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그냥 우연히 옆집 사는 친구가 가자하면 옷 입던 채로 따라가는 동네 주민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선선한 저녁 밤, 밤공기를 마시며 친구와 함께 리샤를 데리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