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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주 Jan 21. 2024

치앙라이로 튀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계약의 당사자들,

앨리스 킴과 여자 셋 그리고 남자 하나

 

계약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야 성사가 되는 것이 보편타당하다. 우리의 이해관계는 무엇일까?


앨리스 킴과 여자 셋, 그리고 남자 하나가 맺은 우리의 계약은 엘리스 킴을 데리고 따뜻한 나라로 떠나는 해외여행이다.


이번 계약은 성사되기 매우 어려운 구조인 것이 이 계약의 주연처럼 보이나 보조도 아닌 엘리스 킴은 아예 이런 계약이 있는지도 모르고 알게 해서도 안 되는 것이 조건이기 때문이다.


앨리스 킴은 이미 잠이 들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토끼 굴에 빠져버린 상태, 자기만의 나라에 살고 있어서 같이 얼굴을 보고 있어도 정상인 우리와 대화가 이루어지기 쉽지 않다.


The rabbit-hole went straight on like a tunnel for some way, and then dipped suddenly down, so suddenly that Alice had not a moment to think about stopping herself before she found herself falling down what seemed to be a very deep well.

토끼굴은 터널처럼 곧게 이어지는 듯하더니 갑자기 아래로 푹 꺼져버렸다. 너무 갑작스러워 멈추어야겠다는 생각조차 할 시간이 없어서, 상황을 알아차렸을 때에는 이미 아주 깊은 우물 속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자꾸만 어디 가냐, 언제 오냐, 왜 안 오냐 분 단위로 묻거나 말도 안 되는 언행을 반복한다. 그녀는 5년 전까지는 나름 그 연령대에서는 최고의 머리를 자랑했지만 매일 아침 왜 주간보호센터에 가야 하냐고 묻는다.


벌써 5개월째 다니고 있지만 매일 묻는 질문에 매일 똑같이 일주일에 한 번 가야 되는 곳이라고 알려준다.


어제도 갔다 왔잖아라고 사실을 얘기해 주거나 치매 걸린 다른 노인들도 다 가는 곳이야라든지 엄마가 가야지 나도 살지라고 답하고 싶지만,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는 앨리스 킴한테는 그런 표현을 쓰면 갑자기 그녀는 정상적인 세계로 들어와 죽어도 가지 않겠다는 속마음을 강한 어조로 토로할 수 있기에 일절 말하지 않는다.


그녀를 데리고 해외여행을 갈 수 있을까? 나머지 우리는 세상살이와 앨리스 킴 돌보기에 지쳐 따뜻한 곳에 가서 쉬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번 계약은 시작되었다.     


계약의 조건들


계약 조건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조금 흥분했는지 우리는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과 희망 사항을 착각해 다소 거창한 계약 조건을 만들었다. 그래서 곧 첫 번째 단계가 착수되는데 이 계약이 계속 진행될 수 있을지 매번 떠오르는 의구심과 싸우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미래에 대한 긍정적 마인드가 살아있어 애써 모른척하고 있다.


우리는 붐이 살고 있는 태국 치앙라이로 간다. 타이 사람인 그녀와의 인연은 오래전 우리나라도 태국도 아닌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되었고 이 머리 아픈 계약의 성공을 위해서는 앨리스 킴과도 같이 지낸 경험이 있는 그녀가 살고 있는 곳이 아닌 다른 장소는 떠오르지 않았다.


계약은 두 단계로 이루어질 것이고 각 대상자들은 그룹으로 나뉜다. 각 단계가 잘 마무리되기를 소망하지만 잘 안 이루어진다면 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에서 시작된 예외의 허용 범위 내에서 각 단계를 실행하기로 한다.


첫 번째 단계는 한때 잘 나갔으나 갑자기 회사를 박차고 나온 후 지금은 시간이 제일 많아진 성공한 여자 “나”와 다음으로 시간 많은 초등생 “리샤”가 그룹 1이 되어 출발한다. 그러면 다른 성인 여자와 유일한 남자가 앨리스 킴을 보살피게 될 것이다.


그렇게 2024년 1월을 각자 그룹이 잘 보내고 나면 두 번째 단계로 성인 여자가 엘리스 킴과 남자를 데리고 치앙마이로 와서 계약 당사자인 모두가 치앙마이에서 십 여일을 또 한 번 잘 보내는 것이 우리의 계약 목표이다.    


계약으로 얻어지는 이익


이 계약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은 계약을 구상할 때부터 시작되었으며 예상할 수 있는 문제들이 떠오를 때마다 헛헛한 웃음이 나온다. 많은 것들이 예약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씩 마무리되어 감에 따라 걱정은 뒤로 물러나고 치앙라이를 공부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기기 시작한다.


치앙마이와 4시간이나 떨어져 있는 치앙라이는 어떤 곳일지 붐은 거기서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


붐의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 붐의 강아지들,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칠 타이 사람들, 리샤가 만날 비슷한 또래의 타이 친구들이 기다려진다.


원래 계약이란 공평하게 당사자들에게 만족감을 줘야 하지만 몇 번의 이사 계약을 통해서도 내가 큰 이득을 봤다는 기분을 가져보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번 계약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킴과 매일매일 부대껴야 하는 나로서는 보살핌을 요하는 리샤를  데리고는 가지만 무척이나 이롭게 느껴진다.


많은 우려가 떠오르나 떠나고 나서 벌어질 일들은 그룹 2가 해결해 나갈 것이기에 이 계약은 나에게는 수익이 나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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