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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데로샤 Nov 24. 2021

더하기가 어려워요

일주일에 한 번은 멀리 떨어져 계시는 부모님과 화상통화를 한다. 주말에도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두두두두~~ 통화연결음 소리를 들은 딸아이가 하던 일을 멈추고 소파에 앉아 있는 나의 곁으로 잽싸게 달려왔다. 화면이 연결되고 우리는 서로 반갑게 인사를 했다. 궁금한 게 많으신 어머니께서 아이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하셨다.


“서윤아, 유치원 잘 다니고 있어?”

“네. 잘 다니고 있어요”

“피아노는 잘 배우고 있어?”

“네. 잘 배우고 있어요.”


어머니가 묻고 아이는 대답한다. 그러다가 왕년의 주산 고수이셨던 어머니가 숫자에 관한 질문을 하셨다.

"더하기 할 줄 알아? 이제 학교 가려면 더하기도 할 줄 알아야 돼. 5 더하기 7은 얼마야?"


할머니 질문을 받은 아이가 갑자기 화면에서 몸을 반대로 돌리더니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으며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열 손가락을 다 접은 아이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조용히 나를 불렀다.

“아빠.... 뭐야?”

나는 낮은 소리로 말해줬다.

“12”

“할머니 12요.”


옆에서 재밌게 보던 나는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어머니. 얘 아는 것 좀 물어보세요. 아직 숫자 잘 몰라요. 차라리 그리스 신화를 물어보시던가요.”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이름은 척척 말해도 두 자리로 넘어가는 더하기의 원리는 아직도 어렵다.

때가 되면 알게 되겠지.

아이는 그리스로마 신화에 푹 빠져 계보 따라적기를 하며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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