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데로샤 Dec 02. 2021

너의 이야기를 들려줘

예전에 충북민언련이 회사 회의실을 대여해 언론강좌를 열었다. 그때 명계남 배우가 와서 첫 강의를 했었다. 나도 일 끝나고 올라가 들어 봤는데 강사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국민학교 갔다 집에 오니 부모님이 오늘 하루 무엇을 배웠는지 궁금해하셔 얘기를 해 드렸는데 너무 좋아하셨단다. 그래서 학교 끝나고 집에 가면 그날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해 드렸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말하기와 스토리 만드는 능력이 좋아지면서 공부도 잘하게 되었다고 했다. 언젠가 아이가 생기면 우리 집도 이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토요일 아침 딸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이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침 먹고 소파에 앉아 있는데 아이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이야기를 재잘재잘 시작했다. 유치원 선생님한테서 친구에게서 들은 얘기가 떠올랐는지 그걸 나에게 써먹고 싶어 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머릿속에 점점 쌓이는데 붙들고 말할 형제는 없고 아빠는 주말에만 집에 오니 더더욱 그런지도 모르겠다. 대단한 건 아니고 그냥 퀴즈 2개였다.


1.

"아빠 엄마, 짱구랑 오징어랑 다른 점이 뭔지 알아?"

"몰라"

"짱구는 못 말리는데, 오징어는 말릴 수 있다는 거. ㅎㅎㅎㅎㅎ”


2.

"영희네 가족은 아빠, 엄마, 아이들이 다섯 명이야. 첫째 아이 이름은 '일순이', 둘째는 '이순이', 셋째는 '삼순이', 넷째는 '사순이', 그럼 다섯째 아이 이름은 뭘까요?"

"오순이"

"땡. 영희네 가족이라고 했잖아. 그럼 영희지. ㅎㅎㅎㅎㅎ"


아이들 사이에서 떠도는 흔한 이야기일 거다. 나는 그 과정에 주목한다. 아이가 내 앞에서 이야기를 풀어낼 때 들어주고 호응하되 가타부타 따지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야 아이가 있었던 일을 자연스럽게 얘기해 줄 것이고 말하기 전에 지나치게 안으로 말을 삼키지 않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이날 퀴즈는 내가 모르는 이야기라 재밌었다. 아이도 자기 이야기에 만족했는지 하루 종일 똑같은 문제를 3번 이상 냈다. 어이쿠. 곧 몇 달 후면 초등학생이 되는데 학교에서 있은 얘기를 잘해 주려나.. 해 주면 참 좋을 텐데. 아이한테도 좋을 테고.

매거진의 이전글 더하기가 어려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