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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데로샤 Dec 07. 2022

장학증서를 전달하며 드는 생각

어제도 고등학교 1곳을 방문했다. <헌혈기부권 나눔장학사업> 장학증서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내 역할은 학교를 방문해 교장선생님이나 장학담당 선생님을 뵙고 학생 앞으로 나온 장학증서를 전달해 드리면서 학교 헌혈에 감사인사를 드리는 일이다. 학생과의 만남은 사전 계획에 두지 않지만 방문했을 때 선생님이 미리 얘기하셔서 학생이 와 있는 경우에는 직접 장학증서를 전달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16개 학교를 마쳤으니 이제 4개 학교가 남았다.


올해 적십자에서 처음 시행하는 <헌혈기부권 나눔장학사업>은 헌혈자가 헌혈을 하고 기념품을 수령해 가는 대신 해당 금액만큼 기부하는 '헌혈기부권'으로 만든 장학금이다. 헌혈자는 헌혈이 끝나면 문화상품권이나 영화상품권 등 기념품을 하나 받아갈 수 있는데, 이걸 대신해 전혈이나 혈장성분헌혈은 5,000원, 혈소판성분헌혈은 6,000원, 혈소판혈장성분헌혈은 8,500원 기부권을 택할 수 있다. 이렇게 모인 기부권 기금으로 학업 지속에 어려움이 있는 전국 465명의 고등학교 1학년에게 3년간 매년 1백만 원씩 장학금을 지급한다.


어제 방문한 형석고등학교는 두 가지 뜻깊은 점이 있었다. 먼저 이주호 교장선생님이 200회 이상 헌혈에 참여하신 다회 헌혈자이셨다. 96년부터 26년간 헌혈을 꾸준히 해 오셨다고 하는데, 말씀에서 헌혈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또 하나는 학생의 사연이었다. 내가 이 학교를 방문한다고 하니 장학금을 담당하는 후배 직원이 학생이 쓴 신청서를 읽고 눈물이 났다며 교장선생님께 전해 달라고 했다. 나도 받아서 읽어보았다. 어려운 형편에도 부모님에게 보탬이 되고 싶고 미래의 꿈인 스튜어디스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싶다는 학생의 마음이 담겨 읽는 내 마음도 찡했다.


받아본 사람만이 아는 감사함이란 게 있다. 오래된 일이지만, 나도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 장학금을 선택 기준으로 두었었다. 인근 사립고등학교로 갈 수도 있었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내 딴에는 부모님의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고심해서 택한 길이었다. 누가 장학금을 마련해서 나에게 주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아마도 동문회 였을 듯), 교장선생님께 장학증서를 받았고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분명한 건 나도 어려움에 처했을 때 주변의 도움으로 그 시기를 넘어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모습에서 내 과거를 본 기분이 든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홀로 서기 어려운 게 세상이다. 한 편으로는 따뜻한 나눔을 베푸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게 세상이다. 이 글을 쓰기 위해 홈페이지를 찾아 보니 올해에만 헌혈기부권을 선택한 헌혈자가 40여만 명이라고 한다. 이 기금으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하는 사업이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 학생들의 꿈이 꺾이지 않고 뻗어나가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좋겠다. 중요한 것은 꺽이지 않는 마음이라지 않는가. 얼른 나도 남은 4개 학교를 방문해 장학증서를 전달하는 일을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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