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하루종일 수영장에 가 있었다. 수영하러 간 건 아니다. 생존수영 강사과정 강습이 있어서 현장직원으로 나갔다. 주말에는 수상강습이 많다. 수영은 생명과 직결되고 안전이 특히 중요하기 때문에 강사뿐 아니라 직원도 항상 현장에 나간다. 어제는 수영장 두 곳에서 동시에 강습이 있었고, 이럴 땐 부서에서도 주말 내내 근무해야 해서 인력이 부족한 경우 타 부서지만 요청 오면 직원들이 지원하러 나간다.
적십자는 1953년 국내 최초로 수상안전 강사과정을 보급해 현재에도 왕성하게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이다. 그만큼 적십자 라이프가드는 권위가 있다. 수영장에 다니는 분들이라면 적십자에서 하는 인명구조요원이나 수상강사과정을 참여해 보거나 옆에서 보셨을 것 같다. 적십자 표장이 새겨진 수영모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강습장비를 챙겨서 청주실내수영장에 도착하니 아침 7시 15분이었다. 주말에는 수영장이 8시부터 문을 연다. 평소 약속시간에 미리 가는 편이라 조금 일찍 갔는데도 이미 할머니 몇 분은 출입문 앞에 수영가방을 순서대로 내려놓고 옆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계셨다. 참 부지런하신 분들이다. 수영장에 순서대로 입장하니 빨리 들어가시려고 일찍 오셨다.
7시 30분이 넘으니 오늘 주강사 두 분이 한 분씩 오셨다. 인사를 나누고 사무실에서 챙겨 간 구명조끼와 소형 방송장비를 건네드렸다. 7시 40분쯤 되니 강습받는 수강생들이 한 사람씩 왔다. 총 28명인데 나이대를 보니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했다. 강습생들끼리 서로 친하게 대화하는 모습이 보였다. 고된 훈련을 받으면 항상 끈끈함이 생기는 것 같아 보였다.
8시가 되어 수영장에 입장하고 옷을 환복했다. 두 분 강사 분들이 수영장 안에 보관하고 있는 구명조끼, 레스큐 튜브, 로프, 페트병 등 장비를 꺼내서 옮기시길래 옆에 가서 도왔다. 준비가 모두 끝나고 수강생들도 수영복을 입고 모였다. 이번 강습에 참가한 사람들은 모두 인명구조요원 자격자로 수영실력을 갖춰서 안전 걱정은 덜했다. 두 분 강사분들이 수업 시작하는 것을 보고, 나는 중간 통로에 나가서 지켜봤다.
생존수영은 물에서 자기 생명을 지키고, 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수영법이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보급되는 생존수영은 아이들에 맞게 교육 프로그램이 짜여 있어서 처음 보는 나로서는 흥미로웠다. 특히 누워 뜨기는 더더욱. 그걸 보고 있으니 나도 수영을 좀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습은 잘 끝났다. 나도 오전, 오후 토요근무를 잘 마치고 5시 넘어서 퇴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