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앞에서 오리발 내밀다

by 포데로샤

운동은 필수다. 체력이 있어야 뭐라도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어떤 운동이든 일찍부터 배워 놓으면 다 써먹을 데가 있다. 수영이야말로 익혀 두면 잘 써 먹는 운동이라는 생각을 한다. 체력 강화에도 좋고, 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무더운 날에는 실내에서 피서로도 제격이고, 해외여행을 나가도 웬만한 크기의 호텔에는 수영장이 딸려 있으니 간편하게 용품만 챙기면 즐길 수 있다.


애석하게도 나는 수영을 못한다. 정확히 말하면, 물놀이는 하지만 수영이라고 할 수 없다. 배우려고 시도는 했었다. 입사하자마자 자취방 인근 수영장에 등록부터 했다. 몇 번 나갔을까. 그때 태풍 '매미'가 터져서 남해군으로 구호활동을 갔다가 현장에서 허리를 삐끗하는 바람에 강습을 그만두었다. 이후에도 선배가 수영을 가르쳐준다고 해서 동료들과 몇 번 갔지만 서로 일도 바쁘고 시간도 안 맞아 흐지부지 끝났다.


선배는 나를 두고 "다음 안전담당은 너다."라고 한번씩 말했다. 우리 회사는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인명구조요원을 양성하는 국내 No. 1기관이다. 국내에서 여전히 최고로 치기 때문에 수영장 강사들도 적십자에서 강습받은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내게는 다른 업무들이 계속 주어졌다. 만일 내가 안전담당이 되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수영을 곧잘 하지 않았을까.


나는 수영을 못하지만 아이는 자라면서 물과 친숙했으면 바랐다. 그렇지만 아이는 물을 무서워하고 흥미없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이가 세 살 때 리조트 워터파크에서 큰 애들 타는 미끄럼틀을 처음 태웠는데, 아이가 물에 빠르게 빠지면서 크게 놀라는 일이 있었다. 이때 안 좋은 경험을 줘서 커가 면서도 물을 무서워한다고 생각했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다 기우였다. 문학수업을 함께 듣는 친구가 인근 충북대학교 수영장에서 방학 강습을 신청한대서 아이도 같이 신청했다. 일주일에 세 번씩 반 년을 꾸준히 가더니 실력이 조금씩 늘었다.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다. "물 안 무서워?"라고 물으니 "전혀"란다. 그 사이 자유형도 하고, 배영도 접영도 평영도 배웠다. 드디어 이번 달에는 상급반에 올라갔다.


상급반에서는 오리발도 신고, 다이빙도 배운다고 했다. 수요일에 아내랑 아이랑 백화점에 용품을 사러 다녀왔다. 집에 오자마자 아이는 비닐을 뜯고 오리발을 신고는 발을 모았다 벌렸다 한다. 그리고는 아빠 앞에서 동영상을 찍어 달라며 오리발을 내민다. 상급반은 전보다 힘들지만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하라고 얘기해 줬다. 재밌어 하는 아이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도 다시 수영을 배우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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