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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렷 경래 Dec 21. 2021

뻔한 주식 투자 이야기 - 하락장

11월이 될 때가 주식 투자를 시작한 지 8개월째 되는 시기였다. 투자는 역시 하고 볼 일이라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던 때다. 한국 원화로 2천만 원 (C$18,000)의 투자 순익이 그래프로 투명하게 표시하고 있었다.


그 여덟 달이 그렇다고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2021년 5월 달은 힘들었다. 폭락은 아니지만 투자 이후에 가장 위기를 느끼던 하향곡선이 연일 지속되고 있으면서, 무리하게 많은 비율로 선택한 자동차 종목이, 떨어지고 있어서 샀음에도 연일 내려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등과 락의 반복이 한 달, 두 달을 지나면서 전체적으로 상향의 그래프를 형성했다. 11월은 투자에 대한 극단적 희망과 자신감을 가질만한 때였다.




투자 종목 중 전체 투자액의 꽤 많은 부분이 들어가 있는 배당주가 있어서 매달 쏠쏠한 금액이 정기적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처음엔 생활비를 할 만큼의 월정 배당금을 목표로 잡고 조금씩 늘려가겠다는 포부로 선택한 종목이었다. 전체 투자 금액의 35%를 넣고 매달 몇십만 원 정도가 통장에 다시 쌓였다.  이 금액으로 작지만 재 투자가 일어나는 것이 무척 재미있었다. 이와 함께 큰 변화 없이 꾸준히 오르면서 15%의 투자 가치 상승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었다.


그러나, 배당주는 그래프의 상승 곡선이 느렸고, 내리다 오르는 반등의 재미가 많지 않았다. 워칭 리스트에 올라온 수많은 캐나다 미국 주식 종목들은 6월 이후 몇 달 동안 활동이 눈부셨고, 유튜브에 허다한 주식 관련 영상은 신고가를 갱신하는 미국 주식의 소식을, 꼭 집어 "좋아요"와 "알람 설정"을 한 채널 외의 수많은 관련 영상을 뿌려주면서 현란한 제목에 유혹되어 이것저것 들여다보게 되었다. 남의 떡이 맛있어 보이는 느낌은 여기서도 받을 수 있었다.


올 초 지수 800을 넘으면서 세계 최고의 부자로 등극한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는 이미 주식의 화두에 관한 한 선두 주자였다. 800을 넘는 신고가 이후에 다시 떨어진 테슬라 주식은 500대 선 까지 무너졌었다. 많은 사람들은 300대 혹은 400대의 주가가 적정선이다 라며 그 선에서 머물 것이라 예견했고, 다른 사람은 800선을 곧 회복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러나, 하루 이틀의 횡보도 주가 창을 바라보며 있기가 힘든데 테슬라는 600대와 700대를 3개월에 걸쳐 지루하게 머물고 있을 뿐이었다. 그동안 미국 정부의 전기자 보조금 제도가 상하 양원의 투표에 들어가게 되었고, 세계적 렌터카 회사인 Herts는 200,000대의 전기차를 테슬라에 주문하게 된다. 이 소식이 나온 것은 10월 초인데, 이때부터 이 두 개 회사의 주식이 급 반등을 하게 되는데, 테슬라는 한 달 동안 1200대의 고지를 정복하고 말았다.




옆에서 남의 잔치를 보고 있는 것은 엄청난 인내를 필요로 한다. 완전 무관심으로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지속적인 속앓이를 피할 수 없다. 아마존, 구글, 애플, 넷플릭스,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술 성장주 및 몇몇 잘 나가는 핀테크  회사, 위드 코로나를 전 세계가 시행하면서 이제 기지개를 켜는 크루즈와 항공사의 주가가 들먹이고 있었다.


이 타이밍에 그들의 대열에 끼지 않으면 도태할 것 같았다. 다행히도 그 얼마 전에 캐나다 주식 시장엔 미국 기술 및 성장주에 투자하는 헤지펀드가 생겨 환전이나 중개 수수료 없이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었다. 11월 중순에 나는 그동안 그래도 많이 올라준 배당주를 다 팔았다. 돈을 좀 더 남긴 후에 다음에 반드시 다시 돌아오리라는 약속을 스스로와 한 뒤다. 테슬라를 비롯해 이런 대장주들이 신고가에서 조금 떨어져 주춤하고 있던 시기다. 테슬라를 본다면 1229.91의 최고가를 갱신 후 1100대에서 머물고 있었다.



배당주 하나에 몰아넣었던 자금을 빼니 나에겐 나름 거금이었다. 주식의 기본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장기 투자 및 분산 투자다. 이번에 사는 종목은 펀더멘탈이 튼튼한 회사여야 했고, 한번 산 종목은 최소 10년을 가지고 있으리라 다짐해 보았다. 최근의 상승세를 탄다면 짧은 기간 내에도 상당히 큰 금액의 수익을 올릴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보았다. 그리고 하나의 회사가 아니라 10 종목 이상으로 분산해 보기로 했다. 종목이 많을수록 리스크가 적은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다른 어떤 조건을 궁리할 필요는 없어졌다. 그렇게 구글을 포함 한 미국 주식 7 종목의 헷지 펀드와, 현재는 횡보를 거듭하지만 결국 오르게 될 캐나다의 항공, 자동차 및 제트기 제작사 등을 포함해 11개의 종목을 샀다.




남아프리카에서 오미크론의 소식이 들려온 것은 그로부터 겨우 며칠이 지나고 나서다. 산 후 며칠 동안 상승하며 지난 2년의 최고치를 경신하던 캐나다 항공사의 주식은 하루에 2-3%가 떨어지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이런 현상은 다른 주식도 마찬 가지였다. 다시 올지도 모를 펜데믹의 락다운을 두려워하며 주식에 몰렸던 돈들이 빠져나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나스닥과 다우존스, S&P 500, 러셀 2000, TSX/S&P의 기술주, 중소형주 할 것 없이 연일 *빨간 차트 (주가가 떨어질 때의 차트 색상)를 형성하고 있었다. 특이 사항은 하루는 급락, 또 하루는 급등이라는 이변인데, 극도로 예민한 투자자의 심리가 차트에 반영되는 결과물이었지만, 상승은 하락의 기운을 막지 못해 결국 12월 중순에 들어오기까지 우 하향 곡선이 생성되고 말았다. 그러는 동안, 10월까지 힘겹게 쌓아두었던 2천만 원의 순이익은 결국 제로로 떨어지는 "몰락"을 경험하게 되었다.


아니 "몰락"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12월 중순에 들어가면서 연방준비위원회의 테이퍼링 가속화 및 2022년 이자율 상승의 부정적 발표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 되면서 원금마저 10% 하락하고 말았다. 지나고 나서 보면, 항공주가 보인 예민한 하락의 전조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그 당시 팔았어야 한다는 후회가 있다. 주식을 곁에서 귀동냥으로 들어온 아내도 이 정도의 상식을 종종 이야기한다. 투자 후 조금 오르면 팔고, 다시 떨어지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사는 수많은 개미의 전략은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다. 5%씩 떨어지는 11월 중순의 어느 날 나는 그때 모두 팔아치웠으면 좋았을 것이다. 아니, 그로부터 5%가 또 떨어진 그 그다음 날 팔았어도 괜찮았을 것이다. 그러나, 다시 반등할 것에 대한 기대감이랄지, 혹은 정말 반등하였을 때 혹시 그 전날 팔아치웠을 때 후회할 고통스러운 상상은 절대 하락의 시간에 매도할 용기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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