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과 혈액순환에 관한 기록

가끔은 잊고 지낸 착지와 당김에 관한 축복론

by 차렷 경래

중력과 혈액순환에 관한 기록

김경래


땅이 당기는 것은

저보다 높은 조각 들이다

가끔 받쳐주고 가끔 품는다


내 손은 들릴 때마다

피를 아래로 양보했고

손가락 끝은 갈증에 시달렸다

그것도 사모함의 품격인 것을

발바닥 지면의 온전함을 보고 알았다


둥근 지구에 붙어

우주에 떠돌지 않아도 되는

새파란 은혜를 입은 자들이다

별과 달과 물리적 시온성을

땅을 밟은 접착제로

멀리 바라볼 수 있게 된 이유로

축복 감사 운운할 수 있는 일이다


땡전 하나 들이지 않은

내 살붙이의 자장 효과를

아무렇게나 말하지 않을 것이다

붙어 지내는 너의 또 다른 하루여


짐작하건대 가깝듯 멀지 않은

발 시린 만유인력의 복음을

발 끝 손가락에 뻗치는

지상에서의 온전한 내 하루를.



작자의 말


누워 스마트폰을 보면 조금 후 손이 저렸다. 피가 더 높은 곳으로 올라야 할 도전의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우리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시며를 며칠에 한 번은 내뱉으면서도 혈루의 흐름엔 시험의 건더기를 제공한 것이다. 누워서 보지 말고, 앉아서 봐야 마땅하다. 그것도 나이가 먹어가면 더 그래야 한다고, 순리는 피의 흐름과 압력, 그리고 중력과 만유인력을 들어 설명하고 싶은 것이다.


자세히 볼 것도 없아 중력으로 발은 땅에 견고히 착지하고, 120 Km로 달리는 차 속도의 120배에 달하는 지구 공전 (시속 1500 Km)에도 우리가 멀리 우주로 날아가는 것이 예방되고 있다. 중력은 창조주의 작업 중 가장 눈부신 배려이자 은혜인 동시에 의미 있는 저주다. 중력 때문에 우리는 높은 곳에 오르되 떨어져 박살 나지 않도록 늘 조심해야 한다. 권리를 주셨으되 겸손의 빌미를 제공하신 것이다.


중력이 빨아 당기는 힘은 만물에 동일하게 영향력이 있다. 뭐든지 높은 곳의 것들을 당기는데, 세밀히 들어가면 몸속 피의 흐름에도 관계한다. 젊을 때는 심장의 펌프질로 네거티브 이팩트를 전혀 느끼지 못하지만, 나이 들어간다면 손조차 더 높은 허공에 올리지 말기를 바란다. 그나마 한번 잘해보려는 엄한 몸에게 괜한 시험거리를 제공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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