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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렷 경래 Apr 23. 2023

ChatGPT,  시 한 편을 부탁해.

시를 노래한다면 로봇이 아니라 인간의 특수 꼬임에 의존하자.



질문을 던졌다. 인공지능과의 첫 대면이다 보니, 친숙지 않은 두려움 같은 것이 느껴졌다. 나의 촌스러움.


과연 해낼까? 회자되는 유행으로, 들어만 왔던 천재적 소질이 나의 경우에 있어서도 무릎을 칠 정도로 두드러질까?


그런데 다시 생각하니, 인공지능에 이미 알게 모르게 심하게 노출되어 왔던 우리다. 구글과 같은 서치엔진이 다름 아닌 인공지능이다. 알고 싶은 내용에 대한 주문에 기계가 답을 내놓을 수 있는 배경엔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한 서치 알고리즘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찾아내기 때문이다. 중요한 일을 사람이 하지 않고 기계가 알아서 해주는 것이 이미 인공지능이다. 사진을 읽게 하면 그에 관한 정보를 찾아와  관련 내용을 뿌려주기도 한다.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2016년 알파고의 이세돌과 바둑 대국은 인공지능의 가능성과 두려움을 보여준 뚜렷한 예다. CPU 1202 대와 GPU 700대를 돌리며 이세돌 9단을 2:0으로 이긴 힘이었다.


최근에 흔히 접하는 애플의 Siri와 아마존 Echo, 구글 Alexa도 대화형 인공지능이다. 길을 묻고, 전화를 걸게 하고, 불을 켜고 끄며, 온도를 높이고 내린다. PICTURE ME라는 앱은 특별히 꽃 사진을 찍어 올리면 그 이름과 함께 꽃에 관한 정보 및 관리법까지 알려줘 애용하는 프로그램이다.


테슬라가 막바지로 개발 발전 시키고 있는 자율주행 시스템 FSD는 인공지능의 진수를 맛보게 할 날이 곧 올 것 같다. 수많은 교통정보와 상식 및 방대한 운전자 현장 경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차가 스스로 운전하고 복잡한 도로를 통과하게 하는 실로 뛰어난 AI라 할 수 있다.


처음 만남이니 아주 쉬운 소재로 시작해 보았다. "봄이니, 봄을 소재로 시 한 편 써줄 수 있니?". "그럼요, 봄에 대한 시를 쓸 수가 있니다." "길이니 길게 쓸까요? 아니면 짧게..? “ "길지도 짧지도 않게 부탁해."


첫 질문에 대한 첫 해답은 전혀 실망스럽지 않았다. 다음은 인공지능이 쓴 결과물이다. 한글로 번역하자니 영어에 비해 풍미가 떨어질까 해서 원어 그대로 올린다.



Spring is here and I rejoice

To see the flowers and hear the birds' voice

The sun is shining and the air is warm

The earth is waking from its winter dorm


I feel a surge of energy and hope

As I explore the world with a wider scope

I see the beauty and the wonder everywhere

And I appreciate the life that we all share


Spring is here and I am grateful

For this season that is so delightful

It fills my heart with joy and peace

And reminds me of nature's grace.



롱펠로우의 서술 시가 아닐까 착각된다. 눈에 보이는 사물과 환경에 대한 사실적 표현으로 아름다운 그의 시를 감정이입과 함께 은유적 기교가 부족하다 하는 것은 둘째 치자. 봄을 노래한 Chat GPT의 시를 볼 때. 보편적이고 심미적인 언어로 봄의 첫인상을 표현한 것에 경이롭다. 그러나, 꼭 평가절하하고 싶지 않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 꼬라를 문다.


그래 너 참 잘했어. 하자만 아직 멀었어.


가져와 조합하고 짜임새를 올릴지언정, 창조의 색채가 흐리고,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을 감추기 어려운 것도 사살이다.


그러므로 시의 묘미를 논하면서 인간의 창조능력의 다른 말인 '비꼼'이 표현되어 있지 않다면, 비록 서사시적 보편적 언어와 함께 사실적인 아름다움을 노출하고 있다 해도, 시 답지 않다.  


꼬임은 감성과 경험의 이차언어이다. 객관적이지 않고 다분히 주관적인 주장이 표현되지만, 독자들은 남의 주관을 이해해 주고 동의할 줄 아는 접목점이다.


한 예로, 나는 최근에 새 차를 구입했는데, 다음날 하늘을 날던 새가 똥을 싸 놓아 유리창 한쪽이 하얗게 얼룩이 진 일이 있었다. 단순히 보면, 새가 지나다가 똥을 쌌고, 차에 떨어져, 새 차를 구입한 나는 기분이 나쁜 경우이다. 그럼에도, 나는 새똥과 그날의 일기를 빗대어 시를 한 편 썼다. 꼬았고, 은유했고, 역설적 희망을 노래했고, 경험을 투입했고, 해학을 띄워 보았으나, 대부분 머리가 아닌 즉흥적안 감성이었다.


AI가 뛰어나다 해도 사람의 능력을 뛰어넘기 힘든 부분을 창작된 시를 들어 예로 들어 본다.


꽃샘추위
                                           김경래

새가 새 차에 똥을 싸놓았다
시샘이다
뭔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는
비바람이 꼬이고 물 샐 틈이 많다
잘 나가는 사람에게
찬 물을 끼얹고 싶은 심정으로
바람은 꽃의 기운을 막았다
몰래카메라를 대고
하루의 기온차를 잡기로 한다
눈 소식의 변화구가
희귀한 시샘인 탓이다.


또 다른 시 한 편 옮겨본다. 이 글의 논지를 뚜렷하게 엿볼 수 있는 수작이다. 작자는 한 사람의 존재 가치가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시의 전반부에 사실 그대로 진술했지만, 연이어 그 이유를 그 사람에겐 지난 과거와 함께 현재, 그리고 앞으로 있을 미지의 미래를 통틀어 품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어마어마" 하다는 단어로 표현했다. 종합 지식 창고에 쌓인 방대한 자료라 할지라도, AI가 따라올 수 없는 부분은 앞으로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후략-

* 정현종 시집, 광휘의 속삭임, 문학과 지성사, 2008.

                                  

또 다른 시 "풀꽃"은 또 어떤가. 짧지만 강렬하다. 두 장의 산문으로도 표현하기 쉽지 않은 내용을 단 세 연으로 줄인, 함축적 언어가 눈부신 시다. 꽃을 노래하고 찬양하다가 갑자기 "너"가 튀어나온다. 꽃="너"가 되는 순간이다. 정말 "너"라는 객체는 홀연히 꽃이 되어도 좋은 존재이지 않을까. 이 때문에 시는 앞으로도 과연 인간만의 전유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original post - Brunch, magazine “조용히 살기를 추천합니다 “의 글이 실수로 지워져 근 한 달 만에 페이스북 포스트를 복사해 다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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