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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렷 경래 Aug 08. 2023

꽃 한 수레 사들고

꽃은 시들고 잎은 마르나 주의 말씀은 영원하리라


코스코에서 꽃 한 수레 사들고 왔다. 어제 까지도 근 두 달 째 비가 추적거렸고 그에 따라 아침 저녁 기온이 낮았는데, 토요일인 오늘은 구름이 걷히면서 봄이 갑자기 찾아온 느낌이다. 또 한 두주 생존을 꾸려갈 생필품을 사러 코스코에 간 길에 아내는 건물 바깥 쪽으로 전시된 꽃 들을 보고 우선 촉각이 곤두서고 앤돌핀이 도는 모양이다.


꽃은 시들고 잎은 마르나


벌써 1년 전 이렇게 꽃잔치를 하며 무성한 행잉바스킷 (hanging basket, 집 밖에 걸어두기 위한 꽃 화분)을 여러 개 사서 앞 뒤에 걸어 두었었다. 매일 한번 물 주는 일이 나의 차지가 되었지만 꽃이 너무 잘 피어 가을이 되기 까지 즐거웠다.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 프로필로 사용 하기도 하고, 글을 쓰고 그 글을 포인트를  주기 위해 첨부용으로도 사용하곤 했다. 겨우 얼마전 일이다. 그러던 아름다움은 두 철이 가며 영광의 화관을 벗어 버렸다. 아쉬운 이별을 해야했고, 추억은 사진 속 이야기로 둔갑해 서랍에 감추어 졌다.



중국 역사에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인 진시황제의 예화 중에 무병장수 영생불로를 위해 뛰어다닌 흔적은 많고도 길다. 수명연장을 무기로 사기를 친 서시와의 만남, 불로초를 찾아 나선 다섯 번의 중국 대륙 기행, 그리고 노생, 후생 두  사람의 도인을 궁궐에  불러들인 일은 역사를 지켜보는 이들 조차 안타깝게 만들고 있으나, 그는 49세 나이로 죽었다.

죽지 않는 사람은 없고 시들지 않는 식물은 없다. 하나님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우주 천체가 정확한 괴도로 수 억 년을 한점의 오차도 없이 돌아 오고 있듯이 하나님의 경이한 법칙은 깰 수가 없다. 사람은 죽고, 꽃은 시들고, 색은 바래고, 관계는 사라지게 되어 있는 것, 하나님이 정하신 이치이자 도리다. 이 진리에 저항하면 할수록 증폭되는 건 인간의 괴로움이다. 식물과 동물은 절대 저항하지 않고 피고 살다가 웃으며 가지만, 유독 사람은 무사워 떨다가 이를 악물고 사라지곤 한다.



꽃이 예뻐 시진을 찍고, 기록으로 남겨놓는 이유는 죽음에 저항하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어서 인지도 모른다. 쉬 사라질 것에 대한 동정과 아쉬움...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가 예쁜 이유도 마찬가지로 말 없이 순응하는 태도 때문인 것 같은 이치겠다.

하루는 어떤 사람이 요한 웨슬리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오늘 밤 열두 시에 죽는 것이 확실하다면 오늘 하루 동안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그러자 웨슬리는 다음과 같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고 한다. “다른 날과 다름없이 설교 준비와 심방을 하겠소. 그리고 다른 날보다 30분 일찍 잠자리에 들어가겠소.”

육체의 죽음은 어떤 두려움도 줄 수 없는 것이 맞다. 법칙이고 천칙이고 순리이고 원칙이다. 차라리 영혼의 죽음 앞에 통곡할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다. 꽃이 시들고 풀은 마르지만 주의 말씀은 영원히 있을 것이다.


“오늘 밤 열두 시에 죽는 것이 확실하다면 오늘 하루 동안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다른 날과 다름없이 설교 준비와 심방을 하겠소.
그리고 다른 날보다 30분 일찍 잠자리에 들어가겠소.”



코스코에서 산 꽃 한 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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