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이주공사

대군처럼 밀려와 바닥과 계곡의 틈새마다 차지하는 풍경이란

by 차렷 경래


늦가을 이주공사

김경래



누가, 한 뼘의 편차로
정적의 섣부른 선제권을 밀어낸다면
선 하나 사이로 매복을 깔고
적의 진입로에 융단을 깔지 않을까


염색된 끝 물들의

부딪혀 오글거리는 작전 지향적 소리
이제 대군의 발자국에 숨죽이고
보루의 바리케이드를 열어젖힌다


전쟁의 승리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일
태양이 시간의 미끄럼틀을 만들 듯
시소 위에서 그림자가 꼭짓점을 찾는다

이제 곧 있으면, 여인이 온다
클레오파트라의 콧날이
시이저의 남근처럼 일어설 거다


밀물로 썰물이 갯벌을 덮을 때
찜통은 시간의 조합으로 김을 냈지
날갯죽지 사이에 깃털을 접자
딱 한치의 편차로 시대의 서막을 연다면
나는 피 한 방울 없는 전장의 매복을 선택하겠다.




나뭇잎은 온도에 순응한다. 언제는 풀풀 올라오는 생기를 누르지 못하더니, 하강 지점을 알고 잘도 떨어지는 타이밍이 있다. 대군처럼 밀려와 바닥과 계곡의 틈새마다 차지할 때, 마치 전쟁의 포화도 없이 구르는 나뭇잎으로 순식간에 몰이를 당하는 느낌이다. 소리를 내지만, 조용한 포복이다. 땅을 뒤덮고 짓눌러대지만, 가벼운 발길질이다. 일어날 때가 있었지만 곧 낮아질 시간이 온다는 것을 클레오파트라의 콧대에 비유해 본다.

이전 06화벚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