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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ishna Apr 15. 2020

방임형 수학교육의 시작

육아수학교육 에세이, 점박이 02편

우리 애가 수학을 못 하면 어쩌지?


이것이 아이를 키우는 수학 선생님들이 아마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걱정이 아닐까? 자신의 아이가 수학을 잘 하면 본전이고, 못 하면 다른 사람들은 아마도,


저 선생님은 수학을 잘 못 가르치나봐.


라고 생각할 테니까.


이러한 추측은 사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데, 보통 수학선생님들은 자신의 아이를 키울 때 자신만의 수학교육방침에 따라 가르치는 경우가 많아서이다. 어떻게 보면 평생의 혼이 녹아든 교육방식이라고 할까. 물론 자신의 아이는 자기가 잘 가르칠 수 없다는 법칙도 있기 때문에, 그냥 다른 선생님에게 맡기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래서 수학선생님들은 자기 아이의 수학교육에 매우 관심이 높고, 나 역시 예전엔 관심이 좀 많았다. 학원의 수학선생님으로서 자신의 아이가 수학을 못 한다고 하면, 바로 선생님의 실력에 의문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니까.




원래 나는 초등학교 4학년 이후부터 수학을 가르쳤다. 그래서 초등학교 3학년 이전의 아이들이 어떤 양상을 띠는지 사실 알지 못 했다. 하지만, 내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할 시기가 되면서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이전 시기의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만 했다.


첫째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낼 무렵, 내가 갖고 있던 유아교육방침은 방임형이었다. 방임형이라고 하니까 뭔가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게 대다수의 아빠들이 갖고 있는 교육관이다. 별거 없다. 그냥,


애들 냅두면 알아서 잘 커.


바로 이거다. 보통 내 나이 또래의 아빠들은 어렸을 때, 공부에 필사적이지 않았다. 많이 뛰어놀았고, 게임에 폐인이 되기도 했었다. 그런데도 나이 먹고 보니, 신기하게도 어떻게 해서든 자기 앞가림은 자기가 하고 살게 되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너무 공부공부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크다.


이에 비해서 엄마들은 다르다. 사실 내 나이 또래의 엄마들도 어렸을 때, 공부에 필사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뭐, 여자아이들이 또래의 남자아이들에 비해 정신적으로 성숙해서 공부에 더 관심을 갖긴 했어도, 그래도 필사적이진 않았다.


남녀의 차이에서 온 것이라고 여겨지긴 하는데, 확실히 엄마들이 아빠들보다 아이의 교육에 대해 좀 더 민감한 경향이 있긴 하다. 이 남녀의 차이가 생물학적인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인 교육 탓인지 여기서 토론을 하고 싶지는 않고, 자신의 가족이나, 주변의 가족들을 생각해 보면 저러한 경향성이 있다는 것은 맞다.


뭐, 나도 어렸을 때 부모님이 워낙 바쁘셔서 반강제적으로 방임형이었고, 나는 이 교육방침으로 잘 컸기 때문에 사실 자연스럽게 이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몇달 전에, 시중에 나와있는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문제집을 한권 구입하여 아이에게 주며 말했다.


첫째, 내가 설명은 하지 않을테니, 네가 앞에 나와있는 설명을 혼자 읽고 풀도록 할 것.
둘째, 하루에 풀고 싶은 만큼 풀 것.
셋째, 한문제만 풀어도 되고 틀려도 되지만, 일단 한문제라도 제대로 풀려고 할 것.
넷째, 정말 모르겠으면 질문할 것.


이렇게 나의 육아 수학교육은 정말 대충 시작되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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