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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ishna May 25. 2020

점박이의 분수 익히기

육아수학교육 에세이, 점박이 08편

초등학교 3학년인가 4학년부터는 분수에 대해서 배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초등학교 때 분수의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이 무엇인지도 모르는채 시험을 봤고, 나름 좋은 성적을 받았다. 그뒤에도 사실 분수가 무엇인지도 모른채 열심히 계산을 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분수가 무엇인지 몰라도, 계산하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으니까. 뭐,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지 않을까.


일단 분수만 해도 호기심을 가져야할 내용이 꽤 많이 있지만, 이제 분수를 막 배우는 초등학생 입장에서 보자면, 왜 아래와 같이 되지 않는지 궁금해 할 것이다.

분수 기호에 대한 관심이 없는 초등학교 아이들은 왜 숫자를 세로로 쓰고 그 사이에 짝대기를 하나 긋는지 그것도 궁금하겠지만, 덧셈을 막 배운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왜 위와 같이 되지 않는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물론 이미 분수계산을 완벽하게 익힌 성인들의 경우엔, 통분을 하여 분모를 같게 만들어 계산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왜 통분을 하는지 아는 사람은 수학에 관심이 없으면 알지 못 할 것이다.


사실 분수의 계산을 가르치기 전에 애초에 분수라는 걸 왜 배우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아마 그날도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점박이에게 분수에 대해서 얘기를 했던 것 같다.


나 : 너한테는 커다란 소 1마리가 있고, 나한테는 작은 빵 1개가 있어. 나는 소가 필요하고, 너는 빵이 필요해. 그래서 나도 빵 1개, 너도 빵 1개니까 서로 바꾸면 되지 않을까. 똑같이 1개니까.

점박이 : 그럼 내가 손해인 거 같은데. 내 소가 더 크잖아. 빵은 작고.

나 : 어, 그럼 어떻게 해야 되지?


만약 누가 손해인지 모른다면, 열심히 1000원 짜리 한장과 100원짜리 한개를 바꿔가면서 손해라는 걸 처절하게 깨닫게 해주면 좋다! 분수라는 것을 배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알고 있던 1, 2, 3, ... 이러한 숫자들을 다시 쪼갤 필요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소도 1 이고 빵도 똑같이 1인데, 왜 둘은 같다고 보지 않는가. 왜 둘의 가치는 같지 않은가.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빵 1개와 같은 가치를 갖는 소고기의 양이 1마리보다 작다는 걸 아이가 인정할 수 있어야 된다. 그래야 아이가 소 1마리를 쪼개야 할 필요를 느낄 수 있으니까. 이걸 인정하지 못 한다면, 분수에 대한 교육은 계산만 하다가 끝난다.


피자 한판이 있는데, 이걸 4조각으로 자르면 그 피자조각들을 또 하나, 둘, 이렇게 셀 수 있겠네? 그런데 피자 1판과, 피자 1조각은 같은 건가?


우리가 피자 1판을 네개로 똑같이 피자 1조각을 1 이라고 생각한다면, 피자 1판은 그에 따라 4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피자 1판을 1이라고 본다면, 피자 1조각은 1보다 작은 숫자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걸 1판을 4등분한 것중의 1 이라는 의미에서 짝대리를 이용한 새로운 표기법을 쓴다.

이렇게 말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아이의 머리 속에서 저 숫자가 1 이라고 하는 것을 4개로 자른 것중의 하나라는 것이 상상되어야 한다. 계산보다 저 숫자를 상상할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


그럼 피자 1조각을 4개 합치면, 원래대로 피자 1판 되는거 아닌가?



이 계산과 피자 4조각을 합쳐서 1판이 된다는 걸 인식할 수 있으면, 분수의 덧셈이나 뺄셈의 기본은 그냥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피자 1판을 8조각으로 나눠서 그 중에 2조각을 내가 갖고, 4조각을 네가 갖는다고 하면, 분수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 둘이 갖고 있는 피자조각을 합치면 1판이 되나?


그럼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분수의 덧셈과 뺄셈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같은 크기의 피자조각이라면 그냥 일대일로 계산해도 된다는 걸 알게 되니까. 단순하게 생각해도 2조각과 4조각을 합치면 6조각인데, 8조각이 되어야 1판이 된다는 걸 눈으로 볼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어떤 아이들의 경우엔 저렇게 설명해도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이 때 저 단계에서 막히는 부분이 있다면, 아이가 답답하고 멍청하다고 혼내거나 그냥 억지로


분모는 그대로 두고 분자만 더해서 계산하면 된다.


라고 넘어가 버리면, 아이는 분수를 절대 이해하지 못 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저걸 뇌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길 때까지 실생활에서 자꾸 보여줘야 한다. 계산 자체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걸 뇌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면, 전체적인 지능이 향상되므로 다른 걸 할 때도 더 빨리 숙달한다.


사실 점박이는 운이 좋게도 한번에 이 예시를 이해했고, 혹시나 싶어서 분모가 다른 경우의 예시도 들어줘 가며 설명했는데, 통분이라고 하는 개념을 혼자 생각해서 맞추는 걸 보고,


혹시 이 놈이 천재인가.


하는 헛된 기대를 품기도 했다. 그 기대는 헛된 것이라도, 최소한 초등학교 때, 점박이가 분수의 덧셈과 뺄셈으로 어려워하는 일은 없었다. 뭐, 그걸로 나한테 질문이 안 들어왔던 걸로 봐서는 아마 맞을 거다.


이렇게 구구단과 분수에서 기본적인 바탕을 이해하면, 솔직히 초등학교에서 아이가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은 별로 없다. 초등학교 수학에서 그냥 외우는 것은 없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아이가 그 개념에 해당하는 것을 눈으로 보고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 바탕이 마련되면, 아이들은 보통 크게 어려움 없이 그동안 못 따라갔던 것들을 더 훌륭하게 따라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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