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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ishna May 13. 2020

점박이의 구구단 외우기

육아수학교육 에세이, 점박이 07편

우리 점박이가 초등학교 3학년 정도가 될 무렵, 나는 슬슬 구구단을 가르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글에서도 썼던 적이 있지만, 내가 어렸을 적에는 솔직히 구구단이 뭔지도 모르고 외우라고 해서 외웠다. 구구단을 못 외우면 집에서 쫓아낸다고 해서 나의 아버지가 윽박질러서 한달 동안 전전긍긍하며 외웠는데, 결국 다 못 외웠던 기억이 난다. 뭐, 예나 지금이나 나는 외우는 쪽에는 크게 재능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왜 구구단을 외워야 하는가. 뭐, 당연한 말이지만 곱셈을 잘 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이렇게 생각을 해버리면 사람들은 아주 어이없는 착각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곱셈이란 것이 지금까지 배워왔던 것들과 다른 무언가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사람들은 사칙연산이라고 이름을 붙여가며,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이 서로 독자적인 영역을 갖고 있다고 착각한다. 사실 나도 한참동안 이런 생각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지 않았지만.


실제로 수라고 하는 것은 보통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양상을 띈다. 여기서 바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덧셈과 뺄셈이지. 그렇다면 곱셈이라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중에 혹시 언급할지도 모르겠지만, 곱셈이라는 것은 같은 수를 반복적으로 더하는 계산이다. 예를 들자면 2를 6번 더해야 하는 계산이 있다고 치자.



이런 계산에서 실제로 2 를 여섯번 쓰기는 너무 귀찮지 않나? 수학자들은 이런 단순반복적인 노가다를 너무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나보고 하라고 해도 조금 많이 하기 싫은 계산인데, 만약에 2 를 100번 더하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럴 때 표시하는 방법이 바로 곱셈의 기호이다.


즉, 구구단이란 결국 같은 수를 반복해서 더한 결과물을 외우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본적인 결과물을 외움으로써 더 복잡한 곱셈을 처리할 수 있으니까. 만약 못 외운다면? 그냥 암산으로 같은 수를 반복해서 더할 수 있으면 시간이 조금 느릴지언정 곱셈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자, 이런 철학적 바탕 위에서 나는 우리 점박이에게 어떻게 곱셈을 외우게 시킬지 고민을 했다. 사실은 3학년이 되기 전인 2학년 때부터 였던 것 같은데, 워터파크에서 물놀이를 모두 끝내고 나와 같이 온천에서 몸을 담그고 있을 때였다.


점박이와 같이 온천의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던 나는 문득, 슬슬 구구단을 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에 뜨거운 물을 참고 있던 점박이에게 물어봤다.


2 + 2 는? 4.


다행히도 우리 점박이가 기본적인 덧셈과 뺄셈을 할 줄 알았기 때문에, 그렇게 어려워하지 않았다.


4? 오케이. 거기에 2를 또 더하면? 6.


거기에 또 2를 더하면? 8.


...


이런 식으로 계속 2를 더하는 계산을 시켰다. 뭐 뜨거운 물 속에서 서로 할 일도 없었으니까. 대충 20번은 안 더하게 했던 것 같은데, 그러고 나서 이번엔 3도 같은 방식으로 덧셈을 암산시켰다.


그렇게 다 하고 난 다음에는 점박이에게


이게 나중에 배울 구구단의 기본이니까 심심할 때마다 해봐.


라고 마무리를 지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구구단을 배울 때, 시간은 좀 걸리긴 했지만, 이렇게 같은 수를 반복해서 더하는 것을 암산으로 하고 나니 구구단을 그나마 좀 잘 이해하고 문장제 문제 같은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더 잘 이해하는 경향을 보였다.


뭐, 곱셈의 의미도 모르고 푸는 것과 곱셈이 어떤 구조인지를 알고 푸는 것은 겉으로는 별로 차이가 안 나거나, 혹은 시간이 더 걸릴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뒤로 가면 갈수록 수학을 더 쉽게 받아들이는 바탕이 된다. 무엇인들 안 그럴까.


모든 공부에서 바탕을 모르고 공부하는 것과 알고 공부하는 것은 응용력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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