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rishna Aug 31. 2020

감정의 습관화

육아수학교육 에세이, 네모돌이 04편

네모돌이가 그렇게 공부를 싫어하게 된 것은 단순히 공부적인 측면에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는 네모돌이의 삶의 전방위적인 부분에 영향을 끼쳤다.


점박이는 커가면서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고 자기 할일을 알아서 하는데 문제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점박이는 시험 전날에도 컴퓨터 게임하느라 몇시간씩 놀지만 그에 대해서 통제 받지 않는다. 공부는 그 정도면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우리 부부는 굳이 전교 1등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니까.


그리고 네모돌이가 점박이를 귀찮게 할 때도, 네모돌이는 싸우거나 화를 내기 보다는 "어허~" 하면서 그냥 웃으면서 넘기는 편이다. 사춘기 무렵에는 조금 과하게 분노가 폭발하거나 하는 일이 있었는데, 어느 시점부터는 화가 날 상황에도 저렇게 "어허~" 하면서 넘기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그냥 우리 부부가 그렇게 못된 부모는 아니라고 변명하고 싶은 것일 뿐이다.


하지만 네모돌이에 대해서는 통제를 많이 하는 편이다. 그냥 기본적인 것들, 책상을 좀 치우라던가, 방 청소를 좀 하라던가, 간식을 먹은 후엔 싱크대에 담궈놓으라던가, 볼일을 본 후엔 변기의 물을 내리라던가, 하는 정말 삶의 기본적인 것들 말이다.


책가방 안엔 액체괴물이 찐득하게 붙어 있는 경우도 있고, 종이조각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몇달 동안 방치된 채로 학교를 다닌다. 우리 부부가 원한 것은 공부를 잘 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정리라도 좀 잘 했으면 하는 것이었는데 그것도 네모돌이에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삶의 기본적인 부분에서 우리 부분의 기준에서 벗어나니, 네모돌이는 자연스럽게 잔소리를 매일 듣고, 매일 혼나고, 가끔은 쫓겨나기도 하면서 힘들게 살았다. 이러한 삶이 몇년이 지속된 지금, 문득 나는 우리 부부에게 큰 변화가 생겼음을 느꼈다.


네모돌이가 곁에 있으면 그냥 자연스럽게 짜증이 난다.


바로 이것이 감정의 습관화이다. 네모돌이는 정말 쉴새 없이 노래를 부르고, 말을 하고, 춤을 추는 편이다. 그런데 네모돌이의 말을 듣고 있으면 그냥 자연스럽게 짜증이 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의 내용이 어이가 없을 경우 화가 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도 짜증섞인 말을 네모돌이에게 내뱉고, 돌아오는 반응이 반항적이면 그때부터 혼을 내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부터 감정이 습관화가 되고, 우리 부부는 네모돌이를 혼내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되었다. 그리고 네모돌이는 언제인가부터,


엄마가 세상에 없었으면 좋겠어


라고 말하기 시작했고, 와이프는,


네모돌이가 더 이상 사랑스럽지 않아


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이전 17화 네모돌이는 왜 공부를 싫어하게 되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