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신입사원 아기오리는 오리공장의 부화실에서 온 대부분의 오리들과 달랐다. 공장장이 근처 농장에서 발견해서 오리공장으로 데려왔다. 그 사실에 모두 의아해했다. 게다가 다른 아기 오리들에 비해 유난히 큰 몸집에 회색 깃털은 눈에 띄었다. 미운 다른 오리란 별명이 생긴 이유였다.
이제까지 아기오리들은 모두 부화실에서 태어나서 이곳 사육실로 왔다. '대리'오리는 그런'신입사원' 아기오리 무리에게 앞으로의 생활을 알려준다.
“빨리빨리 먹고 움직이세요. 간단하게 여기서 해야 할 일을 안내해줄게요. 매일 일정한 시간에 사료와 물을 꼬박꼬박 먹어야 해요. 여러분처럼 ‘사원’대리는 출입문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먹이를 먹게 될 거예요. 저기. 가장 안쪽에서 다리에 빨간 끈 조각을 맨 오리가 보이나요? ‘부장’ 오리님이에요. 볼 때마다 목을 숙이고 꽥 소리치도록 하세요.”
신입 아기오리들은 대리 오리의 지시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그날, 농장에서 온 아기오리가 처음 사육장에 온 날은 달랐다. 공장장의 손에서 사육실 바닥에 미운 다른오리를 내려놓은 순간, 길이 갈라지듯 그가 발을 내디딘 반경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웅성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저기 좀 봐! 저런. 어떻게 저렇게 크고 못생긴 오리가 다 있담.”
대리 오리는 앞으로 나서더니 미운 다른오리의 목을 콱 물어뜯었다. 멀리서 지켜보던 부장 오리는 한마디 한다.
“내버려 두세요. 그 오리가 뭘 어쨌다고 그러는 거죠?”
그러자 대리 오리가 말했다.
“부장님이 보시기엔 너무 크고 이상하지 않으세요? 게다가 부화실에서 온 것도 아니래요. 맞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나요?”
대리 오리의 폭언과 구타 이후 신입 미운 다른오리는 모두에게 쫓겨다니며 얻어맞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오리들과 깃털 색과 몸집이 다르다게 구박의 이유가 된다는 사실이 신입 미운 다른오리는 슬펐다.
아무리 놀림을 당해도 신입 미운다른오리는 사육장에 적응해보려고 애써봤다. 친구들처럼 사료와 물을 열심히 먹어보기도 하고, 부장 오리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기도 했다. 여타 신입 오리와 같은 행동을 해도 미운다른오리는 쪼이고 밀리고 놀림을 당했다. 열심히 노력해도 무리에 평범하게 낄 수 없음에 좌절했고, 그런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심지어 부화실이 아닌 농장에서 온 것과 외모가 다른 것 때문에 자신이 미움을 받는 사실을 당연스레 여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미운 다른오리는 날로 몸이 커졌다. 자라나는 날개가 간지러워 푸드덕거릴 때마다 주변의 오리들은 더 못되게 굴었다.
"차라리 멀리 가버리는 게 어떻겠니?"
이제껏 별다른 내색을 안 하던 부장 오리마저 신입 미운다른오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 신입 미운 다른오리는 점점 더 구석으로 몰려서 출입문 바로 앞에까지 가게 되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혼자서 하릴없이 날개를 움직이는 게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공장장이 사육장의 문을 열고 들어올 때였다. 문 앞에 있던 신입 미운 다른오리는 날개를 활짝 펴 날아 도망쳤다. 한참을 날아가니, 미운 다른오리가 있었던 곳과 비슷한 농장의 가축우리에 다다랐다. 지친 미운 다른오리는 잠시 그곳에서 쉬기로 했다.
"넌 누구니? 너도 알을 낳을 수 있니?"
알을 잘 낳는 암탉이 다가와 물었다. 신입 미운다른오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자 암탉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어갔다.
"잘 들어.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야. 넌 알을 낳는 방법을 배워야 해."
"나는 알을 낳는 것은 관심이 없어. 대신 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걸 잘해. 물속에 있다가 밖으로 나올 때 물이 머리 위로 쏟아지는 느낌이 정말 좋거든."
"이런, 내가 하는 이야기를 이해 못했구나? 물 위에 떠다니는 게 무슨 쓸모가 있지? 알을 낳으면 주인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고!
"나는 여기도 안 맞는 거 같아.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야겠어."
신입 미운 다른오리는 답답해하는 암탉에게 조심스레 말하고는 다시 길을 재촉했다.
신입 미운 다른오리는 한참을 날아서 한 호수에 다다랐다. 미운 다른오리는 물속에 머리를 담그고 고기를 잡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곳을 머물던 들오리들은 신입 미운 다른오리에게 못생겼다며 날개로 물을 끼얹으며 괴롭혔다. 신입 미운다른오리는 점점 동물들이 자신을 미워하는 것에 익숙해졌고,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런 일이 있을수록 물속에서 헤엄치기에 매진했다. 그 순간만은 주변의 시선은 잊은 채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고, 그 시간을 좋아했다.
계절은 어느덧 물이 꽁꽁 얼어버리는 겨울이 되었다. 신입 미운 다른오리가 좋아하는 헤엄치기를 못하는 날이 점점 늘어갔다. 추운 날씨에 몸을 부르르 떨며 웅크려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신입 미운 다른오리는 몸도 마음도 지쳐만 갔다.
따뜻한 봄이 와도 신입 미운 다른오리는 더 이상 헤엄치기를 하지 않았다. 그저 호수옆 갈대밭에 자신의 몸을 숨기고 물을 쳐다보기만 했다. 그 때 긴목과 하얀깃털이 빛나는 새들이 미운 다른오리의 눈에 들어왔다. 백조였다. 깃털을 세우고 우아하게 헤엄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부러웠다. 신입 미운다른오리는 백조 무리에 가보기로 결심했다.
"저 아름다운 백조는 참 좋겠다. 그래, 마지막으로 백조들에게 가보자. 다른 동물들처럼 날 못생기고 쓸모없다고 미워할 수도 있지만 상관없어. 오리들한테 물리고, 암탉에게 쪼이고, 겨울에 혼자 얼어죽을 뻔하느니 차라리 저 백조들에게 가서 죽는 게 더 나아!"
신입 미운 다른오리는 백조들 곁으로 다가갔다. 죽기로 결심했지만 떨린 마음에 고개를 푹 숙인 채 눈을 꼭 감고 헤엄쳤다. 한참을 가다가 눈을 뜨자 투명한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다른동물들이 말하던 회색의 크고 못생긴 미운 다른오리가 아니었다. 자신이 동경하던 백조와 같은 백조였다. 깜짝 놀란 마음을 추스르고 용기를 내서 백조 무리에 다가서서 말했다.
"제가... 여기 있어도 될까요? 다른 동물들은 저를 미운 다른오리라고 불러요. 오리공장에서는 다른 모습 때문에, 농장에서는 알을 낳지 못하기 때문에 쓸모없는 존재라고 놀림받았어요. 하지만 전 헤엄치기를 잘 해요. 물고기를 잡을 수도 있고요. 그게 여기서는 도움이 될 지도 몰라요."
"미운 다른오리? 하하. 네 모습을 봐. 넌 우리와 같은 아름다운 백조야. 게다가 너의 쓸모를 증명할 필요도 없단다. 그저 넌 한 마리의 백조로, 헤엄치는 것을 즐기면서 지내면 돼. 그거면 충분해."
이제 더 이상 미운다른오리는 슬프지 않았다. 백조들이 처음으로 자신을 무리의 일원으로 받아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자신의 외모를 부정하지 않아도, 쓸모를 찾으려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게 기뻤다. 있는 그대로 나를 드러내도 지탄받지 않고, 그 모습을 아름답다 해주는 백조들 사이에 있는 미운 다른오리는 이제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다른 동물들이 외모와 특기가 다른 것은 곧 틀린 것이라 말할 때, 자신을 지켜주기는 커녕 오히려 더 비난을 퍼부었던 스스로가 떠올랐다. 이제는 백조가 된 자신에게 화해를 청했다.
"사실, 나에게 가장 못되게 굴었던 것은 바로 나였어. 이제부터 누가 뭐라 해도 내가 나를 사랑해줄래. 내 모습으로 있어도 되는 이곳이 바로 내가 찾던 곳이야."
한 마리의 백조가 깃털을 부풀리며 스르르 호수가를 유유히 지나간다. 온전히 자신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은 백조는 비로소 빛이 난다. 호수가에는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윤슬이 백조가 가는 길을 부드럽게 따라간다.
<글을 마치며>
원작 『미운 아기 오리』에서는 "너 끔찍하게도 못생겼다.”, “너무 크고 이상하잖아. 그러니까 한번 호되게 맞아야 된다고. ”란 말이 서슴없이 나옵니다, 아름다운 동화임에도 불구하고요. 하물며 냉정한 현실에서는 '다르다'가 곧 '틀리다'로 인식되는 상황이 더욱 교모하게 포장되어 나타납니다. 대놓고 드러내진 않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불편한 진실을 아름다운 동화의 프레임에서 이야기 하고싶었습니다.
『신입사원, 미운 '다른' 오리』는 고전을 현실에 맞게 장소와 신분에 약간의 변화를 주었습니다.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으면 해서요. 『미운 아기 오리』란 동화에서는 남과 다른 외모가 곧 못생긴 외모이고, 이것이 나쁜 것으로 인식되는게 당연합니다. 비논리적인 가치관을 남들은 물론 본인인 미운 아기 오리조차 스스럼없이 용인하는 모습은 가슴이 아픕니다.
제가 바라본『신입사원, 미운 '다른' 오리』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백조라는 아름다운 외모때문이 아닙니다. 본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용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자의 시선과 사회의 기대에 구속받지 않고, 온전히 자신을 사랑할 수 있었기에 아름다운 백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내가 다르기 때문에 틀렸다고 할때, 그들과는 반대편에 서서 나 자신만은 내 편이 되어준다면 상황은 바뀔 수 있다고 조심스레 말해봅니다. 각자 고유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잊지말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