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데 회사에 자발적으로 가고 싶을 때가 있다. 드레스룸엔 옷 무덤이, 거실엔 장난감 지뢰가, 부엌에는 설거지 한 더미가, 화장실에는 물곰팡이가 까꿍 하고 있다. 아들 둘은 거실로는 성이 안찼는지 방에 들어가 책을 빼고 또 빼서 방바닥을 다 가릴모양이다. 어머님 아들은 선제적으로 이불속에 대피하여 나올 생각조차 않는다.(내 아들과 같이 안 어지르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한다.) 집안을 둘러보면 눈 밭의 꿩처럼 내 눈만 가리고 싶다.
그렇지만 이를 피해 회사에 갈 수도 없다. 지난 금요일에 못다 한 일( '**** 프로세스 및 순서도 작성', '#### 설문조사 결과보고 및 활용방안', '$$$$ 대응 및 동향보고' )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에. 월요일이면 과장님께서 아침인사로 "그거, 다 됐나?" 하실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왕복 3시간 거리의 회사를 가느니, 월요일에 잔소리를 BGM 삼아 미친 듯이 일할 것을 각오하고 집에 있어본다.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이도 저도 못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있다.
그럴 땐 우선 BTS의 Magic shop을 튼다.(물론 훈훈한 '진'님의 비주얼과 함께 보면 일거양득, 금상첨화, 일석이조 되시겠다. 하하)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참 훈훈한Jin. 무엇을 입든지 참 곱Jin. 감미로운 목소리엔 귀가, 수려한 외모엔 눈이 호강하Jin>
힘을 내란 뻔한 말은 하지 않을 거야
난 내 얘길 들려줄게 들려줄게
...
내가 나인 게 싫은 날
영영 사라지고 싶은 날
문을 하나 만들자 너의 맘 속에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곳이 기다릴 거야
믿어도 괜찮아 널 위로해줄 Magic shop
...
필 땐 장미꽃처럼 , 흩날릴 땐 벚꽃처럼
질 땐 나팔꽃처럼, 아름다운 그 순간처럼
항상 최고가 되고 싶어
그래서 조급했고 늘 초조했어
남들과 비교는 일상이 돼버렸고
무기였던 내 욕심은, 되려 날 옥죄고 또 목줄이 됐어
그런데 말이야 돌이켜보니
사실은 말야 나
최고가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닌 것만 같아
위로와 감동이 되고 싶었었던 나
그대의 슬픔 아픔 거둬가고 싶어 나
-BTS, Magic shop 중에서-
이 노래를 들으면 비록 나의 육신은 꼼짝없이 대환장 파티를 수습해야 하지만, 영혼은 날 위로해주는 방탄소년단이 열어준 마법의 가게로 들어간다. 나는 최고의 워킹맘으로 일과 육아를 둘 다 잘하고 싶었나 보다. 그래서 조급했고 초조했으며 남들과의 비교가 일상이었나 보다. 가사 속의 등장인물이 꼭 내 얘기인 듯하여 격하게 공감하고 있자니, 슬픔과 아픔이 옅어지는 듯하다. 내 마음을 내가 알아주니 조금은 편안해지나 보다. (거기에 열창하는 진을 보면, 하나의 예술작품을 감상하듯 절로 몰입하고, 나 자신에 대한 생각마저 잊는 상태에 이르러 영혼이 치유되는 마법을 겪는다, 하하. 만병통치'진')
<'세계적인 명화' 모나리자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세계제일 미남' 김석진님.몰입의 즐거움을 느낀다. 캬~ 빠져들Jin>
이 노래로 주위 환기와 진의 매력에 몰입을 했다면,
다음 단계는 버거울 때 나를 지키는 말 3종 세트를 외쳐본다.
그므시라꼬(지금 이건 별거 아냐)
뭣이중헌디(내마음이 제일 중요해)
냅둬유(내 맘대로 하게 내버려 둬)
이 3종 세트는 어느 상황에든 응용 가능하다. 난장판이 된 우리 집 상황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다.
-그므시라꼬(별거 아냐, 아직 침실은 깨끗해)
-뭣이중헌디(주말에는 내 휴식이 제일 중요하지)
-냅둬유(내 맘대로 난 30분 더자게 내버려 둘래?)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에 회사에 가면 또 이렇게 속으로 외친다.
-그므시라꼬(아직 못 끝냈어요, 그게 뭐요?)
-뭣이중헌디(지금 당장 중요한 건 아니니 기다려보시죠.)
-냅둬유(빠른 결과를 원하면, 재촉하지 말고 날 지켜봐요.)
<'달려라 방탄'을 보던 중 뷔의 자작시에서'나를 지키는 말 3종 세트'를 착안했음을 밝힌다. BTS없으면 어쩔뻔♡>
이 노래의 가사처럼 "영영 사라지고 싶은 날"에 대해 상담선생님과 대화했던 날이 떠오른다. 다소 머뭇거리며 이야기를 꺼냈지만, 결국엔 자살실행(?)시에는 미리 심리상담선생님께 반드시 알려서 상담일자를 조정해야한다는 훈훈한(?) 결말로 웃으며 끝냈던거 같다. 지금은 비록 그 심리상담선생님과 정기적으로 만나지 못하지만, 그날의 대화는 아직도 내안에 살아숨쉰다. 버거운 내마음을 다독여준다.
나 : 선생님, 그게 있잖아요. 진짜 제가 영영 사라지고 싶을때가 있어요. 저녁에 눈을 감으면서 이대로 계속 눈을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 는 생각이요. 전 누구나 다 그런줄 알았거든요? 삶은 고통이니까, 이 삶이 끝나면 좋은거라고, 그래서 빠른시일 내의 자연사는 땡큐라고요. 하하하. 근데 아니더라고요. 저랑 결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지인은 죽는게 싫대요. 그래서 농담을 할때조차 4살어린 동생보다도 자기가 더 오래살거라고 가정한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신기했어요. 난 진짜 특이한건가 해서요. 하하하
심리상담선생님 : 죽고싶을 때가 자주 있어요? 언제 그런생각을 해요?
나 :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때 그러는거 같아요. 한계에 부딪혔다고 생각할때요. 불현듯 그런생각이 들어요. 아, 진짜 다 그만두고 싶다, 난 할만큼 다 했어, 라고요.
심리상담선생님 : 그럴수 있죠. 그런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막을수는 없어요. 감정과 생각은 내 의지로 잘 조절이 안되요. 그거 아시죠? "하얀곰을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말을 듣는 순간, 하얀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거요. 오히려 어떤 생각을 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할 수록 그 생각은 더 강하게 들걸요?
내가 죽고싶단 생각을 안해야겠다, 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내가 죽고싶단 생각이 들때 어떤 생각인지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떨까요? 제가 봤을때, 00씨가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간다는 생각이 들때 그런거 같은데 맞나요?
나 : 네, 맞아요. 제가 원래 참을성이 있는 편이고, 독립적인 편이라 스스로 다독이는 편인데 그 용량을 초과했다는 생각이 들면, "내가 힘들구나" 하고 생각하는게 아니고 최종단계로 점프를 해서 "아, 나 죽고싶다"라고 생각하는거 같아요.
심리상담선생님 : 00씨가 더 잘 알고 있네요. 00씨는 "힘들다", "지친다", "버겁다"라는 생각이 들때 "죽고싶다"라는 문장이 떠오르나봐요. 게임을 켰는데 켜자마자 갑자기 끝판왕이 나오는거 같아요. 스스로 한번 생각해보면 어때요. 아, 내가 죽고싶단 생각이 들때는 지금 내가 좀 버겁다는 뜻이구나. 그럼 내가 어떤게 버거운걸까?하고 생각을 쪼개보면 어때요? 사실 죽고싶단 생각이 들면 답이 하나밖에 없잖아요. 근데 내가 버거워서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거 같아요. 어때요? 할수 있겠어요? 언제나 선택은 00씨가. 아시죠?하하하.
그리고 노파심에서 한마디 더 드리자면, 죽고싶단 생각이 들고 그것을 실행에 옮길 것 같으면 꼭 저에게 연락해주셔야해요. 전 00씨와의 약속이 중요하단말이에요, 보세요~ 여기 다이어리에 00씨와 상담계획이 이렇게 꽉 차있는데 갑자기 안오시면 안되잖아요. 00씨도 갑자기 약속깨는거 매우 불편해하실 성격이니까, 저에게는 꼭 미리 알려주시길. 그건 가능하시겠죠?하하하.
그렇게 나는 'Magic shop'을 지나서 오늘도 굳건히 하루를 버티며 살아간다. 어떤 상황이든지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세 단어를 맹연습하면서.
직접 타인에게 내뱉었다가는 갈등과 다툼을 유발할 수 있기에 내 마음속에서만 부르짖는 구호지만,
그래도 그렇게 하면 내 마음의 팽팽했던 긴장감이 풀리며 한결 느슨해진 나를 발견한다. 여유가 생긴다.
내가 나인 게 싫은 날, 영영 사라지고 싶은 날엔 특히
마음속에 문을 하나 만들고, Magic shop에 들어가 본다.
그 가게에 들어가는 마법의 세 단어를 외쳐본다.
그므시라꼬, 뭣이중헌디, 냅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