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 차문남이 산다. 공식적 차문남은 '차에서/문을 열고 나온 (저 잘생긴)/남자'를 뜻하는 'BTS의 진'이다. 우리집 차문남은 '차 버릴까/문 밖으로/남의 편, 남편'을 뜻하는 '어머님 아들'이 되시겠다.
<순간 숨을 멎게 만드는, 진의 비주얼. 씩씩거리던 나의 호흡은 이너피스를 찾으며 복식호흡으로 돌아온다. 인간산소Jin♡>
우리집 차문남이 활동 중단하신 줄 알았는데, 오늘은 새벽 출근하는 나에게 컴백 선언을 하신다. 날 선 구강액션이 오가다가 '서로가 생각하는 상식이 다른 사람들끼리 그만 얘기하자'란 휴전 선언을 끝으로, 나는 집을 나선다.
우리집 차문남은 집에 두고 왔는데, 내 머릿속에서는 아직도 그분과 전쟁 중이다. 그럴 땐, '지금, 여기'로 돌아오기 위한 명상이 필요하다. 공식적 차문남 '진'님이 부르는 그 노래를 명상음악으로 찾아 듣는다.
<BTS노래를 들으면, 그들의 목소리에 집중한다. 특히 진이 나오는 부분은 숨소리 하나마저 놓치지않고 듣는다. 지금, 여기, 명상촉매Jin♡>왜 내 맘을 흔드는 건데
...
니가 뭔데
너만 잘났어
왜 나를 자꾸 놀려 놀려
너 이제 그만 hol' up hol' up
...
Say what you want
Say what you want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BTS, 상남자-
공식적 차문남을 떠올리며 듣는 이 노래는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한 여자에게 사랑을 구애하는 애절함을 담은 사랑송이다. 우리집 차문남을 생각하며 듣는 이 노래는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고 애꿎은 화만 내는 답답함을 담은 애환송이다.
피곤함에 가득 찬 월요일 통근버스는, 나 홀로 콘서트장이다. "왜 (평온한)내 맘을 (쓸데없는 말로)흔드는 건데!"라며 적정한 수식어를 가미한다. "Say what you want,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를 읊조리며 쿵쾅거리는 비트에 못다 발설한 내 감정을 실어본다.
우리는 잘 안 맞는 '로또 부부'이기에 말싸움으로 이어지기 쉽다. 각자 원하는 게 있었을 텐데, 그것을 부드럽게 표현하지 못한다. 한때는 이럴 때 나 자신을 자책하곤 했다. 내가 좀 참을걸 그랬나, 저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하며 내 맘보다는 타인을 헤아릴 때도 있었다. 그렇게 참고 견뎌서 동화 속 결말처럼 모두가 행복해지면 좋겠지만, 현실은 내 안에 화만 쌓여 수많은 종양을 만들어냈다. 이제는 무조건 참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든 분출하려 한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당당히 말했다. '이게 그렇게 까지 속상해할 일인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는 말은 잘못된 거라고. 개인의 감정은 타인이 규정하는 게 아니라고, 선을 넘은 거라고. 난 내 할 말을 했고, 받아들일지 말지는 상대방의 몫으로 남겨둔다. 내 감정을 지키는 목적이면 족하다고 나를 다독인다. 그제야 우리집 차문남을 내려놓고, 공식적 차문남의 노래를 들으며 '지금, 여기' 통근버스 안으로 돌아온다.
얼마전에는 내가 신랑과 얼마나 사이가 안좋은지를 타인에게 얘기하다가 싸울뻔(?)한 적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래, 부부지만 둘이 친하진 않구나.'를 자아냈던 에피소드들을 몇개 풀었는데, 그 사람은 오히려 내가 신랑을 많이 생각한다고 하는게 아닌가. (술이 한잔 들어가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난 집요하게 그 사람을 설득하고자 했던거 같다, 그래그래 넌 신랑이랑 사이가 안좋네, 라는 그 얘기를 듣기위해서. 하지만 그분도 강한 주관의 소유자로 나의 어설픈 설득은 통하지 않았나보다. 돌아보면, 그분이 통찰력이 좋은것 같기도하다. 심리상담선생님도 나에게 같은 얘기를 했기때문이다.
심리상담선생님 : 1년전에도, 지금도, 여전히. 00님은 배우자님과 잘 지내고 싶어하세요. 앞으로도 그러실거 같아요.
나 : 집에서도 회사라고 생각하면 될 거 같아요. 적당히 거리두면서.
심리상담 선생님 : 그게 맘처럼 쉽나요. 자식을 두명이나 낳고 키우는 사이인걸요.
나 : 잘 지내고 싶은 생각은 넣어두는게 맞을거 같아요.
심리상담선생님 : 전 오히려 더 화가 날거 같아요. 같인 산 세월이 얼만데 아직도 나를 모르니?하고요.
나 : 저도 절 모를때가 있으니까요.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선 넘는 말 하는게, 무례한 말이 맘이 아프죠.
심리상담선생님 : 남이 무작정 던지는 돌을 맞고는, 내가 거기 있어서 돌을 맞았네,는 하지 말자구요...
나 : 누구에게 쉽게 듣는 얘기는 아니니까요. 돌 던지는 놈이 나쁘긴 해도 그놈(?)을 고른건 결국 '나'님이니까요. 하하하.
심리상담선생님 : 이런.. 결국 본인탓으로...
나 : 약간의 방향설정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이번일로 더이상 친하게 지내야겠다는 생각은 안하려고요. 그게 맞는거 같아요.
심리상담 선생님 : 그동안 해왔던 심리적 도식이 바로 적용되네요.
나 : 그쵸...
심리상담선생님 : 이런다짐... 제 기억으로 여러차례 했던 거 같은데...? 가끔은 색안경을 쓴 배우자님을 그대로 인정해주세요. "응~ 그래~ 너는 그냥 나를 그렇게 보는구나. 너 그 색안경 벗겨지면 나한테 엄청 미안할거다"하고 생각하면서 스스로에게 당당하고 내가 내편이 되주는. 내가 나를 아껴주고 지켜주는.
나 : 네...그래야죠!
심리상담선생님 : 그거 어려워요. 연습 무지하게 해야되요! 사이 좋을때도, 나 먼저. 나 우선! 쉽지 않아요. 잘 안돼요. 하지만 할 수 있어요!
심리상담선생님의 말처럼, 사이가 좋진 않지만 우리집 차문남과 잘 지내보려고 했던 평화주의자인 나 인정(한번이 아니라 무한반복했던 것까지 모두 인정). 그리고 이제는 우리집 차문남과는 별개로 내가 나를 먼저 지키는 것 부터 연습해본다. 신랑의 날카로운 말이, 설령 내마음에서도 일부 수긍하는 부분이 있다고 해도 100%, 200% 동의하지 않는 것을 연습해본다. 타인이 쏜 화살을 빼지는 못할망정 내가 덧붙여서 나 스스로에게 두번째 화살을 쏠 필요는 없으니까.
마지막으로
상여자 느낌 살려서,
우리집 상남자에게 청자 친화적 언어로 전달해본다.
내 감정 내끄다.
선 늠지마라꼬.
확마 주차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