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매우 '중요한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어제 회사에서 개싸움에 휘말려 영혼이 털리고, 사무실에서 목놓아 울고 난 후 현타가 밀려와 멍하게 하루를 보낸 탓이었다. 그지 같은 내 일상에 활력소인 그, 눈부신 외모와 영혼을 울리는 노래로 힐링을 선사하는 BTS 진의 생일이다.(하하, 생일축하Jin!)
< 24시간 넘게 깨어있어 극강의 피곤함이 몰려와도, 그는 극강의 미모를 자랑한다. 역시, World Wide Handsome > 마치 내 아들의 생일을 까맣게 잊은 사람처럼 호들갑을 떨며, 아직 지나지 않은 진의 생일 관련 영상을 클릭해본다. 작년 생일에 발표한 Abyss에 이어, 새로운 곡을 발표한다고. 제목은 '슈퍼 참치'. 일단 가사부터 음미해본다.
참치! 하! 참치! 슈. 퍼. 참. 치!
팔딱팔딱 뛰는 가슴
내 물고기는 어디 갔나
동해바다 서해바다
내 물고기는 어딨을까
참치면 어떠하리
광어면 어떠하리
삼치면 어떠하리
상어면 어떠하리
내 낚싯대를 물어주오
그때 마침 참치 내게
형형 나 좀 데려가요
- BTS 진의 솔로곡, 슈퍼 참치-
세계 최고의 가수 BTS란 그룹 속의 '진'은 잠시 내려놓고,
최상의 품격을 자랑하는 방탄소년단의 노래와는 다소 느낌이 다르다.
'인간 김석진'의 취미인 낚시사랑, 대어를 낚은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만든 곡에서 그의 진솔함을 발견한다.
'슈퍼 참치'를 외치는 밝은 모습에서 입체적인 그를 본다.
일 년 전 생일날 발표했던 'Abyss'에서 '아름답고도 슬피 우는 나'를 마주하고, 그 모습을 타인과 공유했었다.
일 년 후 오늘, '슈퍼 참치'란 곡으로 '참치면 어떠하리, 광어면 어떠하리'를 외치는 그는 유쾌함을 내비친다.
번아웃을 고백하며 슬픈 감정을 표현했던 진,
상큼 발랄 춤사위를 선보이며 즐거움을 발산하는 진.
정 반대의 모습이지만, 이 모두가 '진'이다.
< 어느쪽이든, 그는 잘생겼다. 매력적이다. >
나 역시 'Abyss'의 노래처럼 은유적이고 절제된 감정을 보여왔다, 그제까지만 해도.
낚시사랑을 대놓고 표현한 '슈퍼 참치'란 노래처럼, 어제의 나는 대차게 사무실에서 목놓아 울었다.
차분하고 이성적인 것도 나,
따뜻하고 감정적인 모습 역시 나.
입체적인 나의 모습을 모두 인정한다, 평가하지 않는다,
이 모두가 '나'이다.
정작 본인은 '슈퍼 참치'를 고품격은 못되고 B급 노래라 칭했지만,
내가 보기엔 외모가 최상급인 그대가 부르면 뭐든 고급 JIN.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그것을 적절히 표현할 줄 아는 그에게 또 한 번 배운다.
타인이 규정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노래로 표현하는 그의 용기에 힘을 얻는다.
훈훈한 진님의 노래를 듣다보니, 심리상담선생님과의 훈훈했던(?) 대화가 떠오른다. 익숙한 나의 심리적 도식에 대해 이야기했던 날이었다.
심리상담선생님 : 00씨에게는 "흑백논리"로 세상을 보는 경향이 있어요. 그게 무조건 틀렸다는건 아니지만, 세상엔 흰색과 검정색 말고 그 사이에 무수히 많은 색이 있는걸요. 단순하게 그 둘을 섞어도 회색이 나오잖아요. 세상을 흑과 백 두가지로 나누면 간단해서 편리할때도 있지만, 그렇게 두가지로 나눠버리면 내가 힘들때가 있어요. 예를 들면, 00씨는 사람을 볼때 "나를 인정하고 칭찬하는 사람"과 "나를 질책하고 야단치는 사람"으로 나누는 것 같아요.
나 : 제가 그런가요?
심리상담선생님 : 제가 말한 사람들 사이, 즉 회색지대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나를 인정하지만 이번에는 야단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요. 아예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요. 나를 싫어하지만 입에 발린 칭찬을 하는 사람도 있고요. 정말 다양해요. 그런데 사람을 두가지 종류로만 나눠버리면, 힘든건 00씨에요. 모든 사람을 둘 중하나로만 보려고 하면 힘들어요.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것을 억지로 구겨서 넣는 꼴이니까요.
나 : 맞아요. 비슷한 이야기를 친구한테 들은적이 있어요. 한번은 제가 친구에게 "00가 이뻐?"라고 물어봤더니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럼 안이쁘단 얘기야?"라고 반문했더니 지금 선생님과 똑같은 말을 했어요. "나는 니가 00가 이쁘냐고 물어봐서 아니라고 대답한거지, 그게 꼭 안이쁘다는 이야기는 아니었어. 예쁘다의 부정이 안예쁘다만 있는게 아니야. 아무 생각이 없다, 별로다, 그냥 봐줄만 하다, 예쁘지만 내취향은 아니다 등등 다양해"라고요. 그때도 뭔가 머리에 얻어맞는 기분이었는데 지금도 그러네요.
심리상담선생님 : 오랜 습관같은거라 그럴거에요. 흑백논리가 급하게 상황을 판단해야할 때 등등 이점도 분명히 있으니까, 알면서도 버리지 못했겠죠? 그래도 연습은 해봐요. 자연만 봐도, 색깔이 얼마나 많은데요. 저녁의 노을 색도 매일 같은 색이 아니잖아요. 다양한 색을 보려고 노력할 수록, 더 많은 색이 보일거에요.
흰색과 검정색 사이의 회색. 그 회색도 다양하다. 채도와 명도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두면 애쉬 그레이, 로즈 그레이, 펄 그레이, 도브 그레이, 스카이 그레이 등등 회색도 이름이 다양하다. 이름을 알면 그 차이가 더 명료해진다.
타인도 그러하지만, 나 자신에 대한 정의도 그러하다. 나를 흰색의 사람 또는 검정색의 사람, 둘 중 어느 틀에 규정해버리면,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다. 다양한 색이 있다는 것을 염두해본다,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같은 사람이라도 상황에 따라 충분히 다른 색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Abyss의 진중한 진'과 '슈퍼참치의 깨발랄 진'이 같은 사람인것처럼 말이다.(그리고 난 그 둘을 진심으로 애정한다. 하하하.)
덧.
이 노래가 우리나라 천만 낚시인들에게 무한 사랑을 받길 간절히 기원한다.
그리고, 생선은 안 좋아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참치는 좋아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먹어서 가능하다면, 한 마리 슈퍼 참치가 되어 그의 낚싯대를 콕 물고 싶다.
- 이상 내일모레 마흔(마음만 십 대 소녀), 아들 둘 어머님의 '슈퍼 참치'에 대한 소감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