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목소리엔 뭔가 있다

I'm the one I should love

by 나다움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 진실 버전과 교과서 버전이 있어요. 어떤 것을 원해요?"


결혼 11년 차인 나에게 비혼인 사람들은 묻는다, 결혼 상대자를 고를 때 딱 한 가지를 본다면 무엇이냐고. 타칭(내가 말 한마디 안 하고 은은한 사회적 미소만 띄웠을 때) '단아한 이미지'인 내게 인성, 지혜 등을 기대한 듯싶지만 난 딱 한마디로 정리해준다.


"외. 모. 요. 눈에 보이는 걸 믿으세요. 성격? 안 보이는 성격 따위는 알 수가 없어요. 반대로 생각해보세요. 본인의 밑바닥까지 상대에게, 특히 앞으로 평생 함께하고 싶은 사람에게 보인적 있나요? 가끔 나도 모르는 내가 튀어나와 당황스러울 때가 있는데, 타인의 성격을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적어도 외모는 눈으로 보고 내가 호감을 느끼는 건 명확한 사실이잖아요. 물론 선호하는 외모가 취향을 타긴 하지만, 대부분 크게 변하진 않더라고요.(대신 상대의 역변은 예상할 수 없다는 게 단점이에요. 하하) 우선 외모에서 호감이 가야, 성품도 알아보고 싶지 않나요? 솔직해져도 돼요. 우리 모두 시작은 '외모'입니다."


거기에 덧붙여서, 나는 급진적 외모지상주의자로서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은 외모이다. 펜을 살 때도 필기감보다는 좋아하는 미키마우스 캐릭터가 있는 것을 사고, 치킨을 시키면 닭가슴살을 골라먹는데 그 이유는 살이 뽀얗고 예뻐서이다. 음악을 선택함에서도 마찬가지다. 우연히 음악을 듣다가 '어? 이거 무슨 노래지?' 하면서 듣는 노래도 있지만, 내가 열의를 가지고 찾아서 듣는 노래는 영상으로 가수의 비주얼을 볼 때 그 감동이 증폭되는 노래이다.

<보이시나요? 잘생겼는데 귀엽고, 소년미가 넘치며 동시에 냉미남의 교과서.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외모, 힐링하고 가셔요♡>

서두가 길었다, BTS 진은 현시점에서 가장 매력적인 외모의 소유자였기에 그의 음악을 들어보았음을 고백한다. 호기심이었다. 나의 눈을 행복하게 해 줄 생각으로 틀었던 유튜브에서 더 호강하고 있던 것은 귀였다.

가창력 등 더 풍부한 발성과 기교가 있는 가수가 많다고 누군가는 반박할지도 모른다. 그런 분들에게 추천한다. 우선 들어보시라, 피아노 치며(잘생긴) 진이 부르는 <Epiphany>를. 은혜롭고 자비로운 진의 목소리를 표현할 길이 없던터, 음악평론가 김영대 님의 책(지금 여기의 아이돌 아티스트)에서 한 구절을 발견하고 유레카를 외친다.


"진의 호소력 짙은 ‘은빛 보이스’는 <Epiphany>에서 처절한 후렴을 터뜨리며 그 종장을 아름답게 마무리짓는다.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빛나는 나를 소중한 내 영혼을

이제야 깨달아 so I love me

좀 부족해도 너무 아름다운 걸

I'm the one I should love

...

왜 난 이렇게

소중한 날 숨겨두고 싶었는지

뭐가 그리 두려워

내 진짜 모습을 숨겼는지

I'm the one I should love in this world

...

조금은 뭉툭하고 부족할지 몰라

수줍은 광채 따윈 안보일지 몰라

하지만 이대로의 내가 곧 나인걸

지금껏 살아온 내 팔과 다리 심장 영혼을

사랑하고 싶어 in this world


BTS(진), <Epiphany>


폭풍 같은 회사 퇴근 후 태풍처럼 다가올 육아 출근을 준비하는 길에, 이어폰을 타고 들려오는 내 고막 남친 '진'님의 목소리가 나를 토닥인다. 없던 눈물도 만들어낼 음색 덕에, 목 끝까지 차있던 울음은 터져버린다. 지나가는 행인이 나를 뚫어져라 보지만, 이미 그곳에 타인은 없다. 사회적 가면에 짓눌린 나와 그런 나를 잠시 해방시켜주는 진의 음악만 존재한다.


한참을 울다가 BTS 콘서트 가려면, 돈은 벌어야지! 애도 봐야지!! 란 구호를 외치며 수고한 나와 고생할 나를 응원한다. 회사의 폭풍 업무지시에 허덕이는 나를 다그치는 대신, 그렇게 '좀 부족해도 너무 아름다운 나'를, 내가 사랑하려 한다. 왕성한 체력의 아들 둘 목욕부터 잠자리 책 읽기까지, 오늘은 복식 호통 없이 가능할지 염려되지만, '조금은 뭉툭하고 부족한 엄마일지라도 이대로의 내가 곧 나임'을 인정하며 큰 숨을 들이마신다. 이 노래의 가사는 그렇게 내 마음속에 콕 박혀, 나를 포장하지 않고 '지금껏 살아온 나'에서 출발해도 괜찮다고 속삭여준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심리상담을 하며 가장 많이 나누는 이야기는 '나'이다. 어떤 특정한 사건이 이든지 그 중심에는 '내가'있다. 그 시작이 타인에 의해 일어난 일이라 해도, 어떤 일이 일어나도 나는 그 사건의 '주인공'이다.


나 : 제가 잘못한걸까요? 잘 모르겠어요. 상대방은 그런 의도가 없다고 해도 제가 불편해요. 왜 불편한걸까요? 어떻게 보면 저를 도와주려고 한 말이라는건 맞는데, 왜 전 그게 편하지 않고 자꾸만 곱씹게 되는걸까요?


심리상담선생님 : 아니요, 당연히 불편할것 같은데요. 자, 이렇게 생각해봐요. 원래의 00씨는 마음의 크기가 대접만큼 큰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세요. 갑자기 난생 처음 낯선 업무를 맡았고, 책임감은 커졌으며, 중간에서 이리치이고 저리치이고 있어요. 그 와중에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했고, 그 누가 오더라도 00씨만큼 못할거에요. 마음의 여유가 있을때는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벅찬 상황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죠. 이번에 또 다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뭐 하나 녹녹치 않은 현실인거 같아요. 그래서 00씨의 마음의 크기가 간장종지만큼 작아졌어요. 작아진 마음에는 물을 조금만 부어도 넘쳐 흐르죠? 원래 00씨의 마음의 크기였다면, 대접만큼 컸다면 그만큼의 물을 충분히 수용하고도 남아요. 그렇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못해요.

그러면 지금은 무엇을 하는게 현명할까요? 작아진 마음을 원래 00씨가 가진 크기만큼 커지게 다시 만들어주는게 좋아요. 간장종지만한 마음에는 많은 것을 담을수 없으니까요. 많은 것을 주면 흘러넘치죠, 그래서 불편한거고요. 불편한게 당연해요. 대접만큼 큰 마음을 가진것도, 간장종지만큼 마음이 작아진 것도 모두 00씨에요. 상황에 따라 마음은 달라질 수 있어요. 그리고 그 마음의 크기를 원래대로 크게 만들 수 있는 사람도, 다름 아닌 00씨에요. 다 괜찮아요. 이미 잘 하고 있는걸요. 간장종지만하면 또 어떤가요? 그럴때도 있는거죠 뭐. 안그래요?


나: 그래도 되는걸까요? 제가 더 열심히 노력해야하는 것은 아닐까요?


심리상담선생님 : 지금보다 더 노력을요? 새벽 4시반에 일어나서 애들 일어나기전에 개인적인 글 쓰고, 운동하고, 회사다니고, 퇴근 후에 아이들 돌보느라 바쁜데 여기서 더 노력한다고요?? 오히려 쉬는 시간을 늘려야하는거 아닐까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그런 자신을 좀 인정해줘도 되요. 내가 인정안해주면 누가 해주나요? 남이 인정해줘도 내가 정작 그렇게 느끼지 않으면 다 튕겨져 나갈걸요. 나 자신을 먼저 아껴주세요. 00님은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



나의 고막 남자 친구 '진'의 목소리엔 '내'가 있다, 날것 그대로의 내가. 꾸미지 않아도 충분히 사랑스러운 내가 있다. 음색, 가사, 외모 이 삼박자가 조화로운 <Epiphany>란 노래 덕에 오늘도 그에게 위안을 받고 내일을 준비해본다.



덧.

나의 지극히 주관적이며 개인적인 '진'의 목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전문가는 다음과 같이 객관적이며 대중적으로 설명한다.



믹스, 두성 혹은 가성을 두루 능숙히 구사하면서도 이것이 교과서적인 전형적 발성으로 들리지 않게 만드는 것도 진이 가진 보컬의 특징인데, 타고난 미성의 음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고음부에서 진한 호소력을 끌어내는 것은 실로 독특한 매력이다. 진의 목소리는 풍성한 멜로디를 가장 정석적이고 안정적이며, 혹은 가요적으로 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드라마틱한 순간의 킬포인트나 중요한 후렴구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신뢰감을 얻는다.


- "지금 여기의 아이돌- 아티스트"中 김영대 저 -


어떤 쪽이든, 진의 목소리로 부르는 이 노래는 옳다.

(1가정 1'진'보급, 공공재 '진' 도입이 시급합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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