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거 할머니 노래야!

We don't need permission to dance

by 나다움

"할머니 노래? 그게 뭐야?"

"할머니 차 타면 항상 나오는 노래, 엄마는 몰라?"

5세, 7세 아들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이내 '나나나나~'하며 시범까지 보인다.

그렇다, 여기서 말하는 할머니 노래는 BTS의 Permission to dance이다.


일찍이 BTS팬인 할머니가 동요 대신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적극 노출시켜 조기교육을 받은 아이들이었다. 하원길 차속에서, 설거지를 할 때, 빨래 갤 때 등 우리 아이들에게 BTS노래는 생활 속 BGM이었다. 할머니가 있는 곳에는 BTS노래가 있었기에, 아이들에게 'BTS노래=할머니 노래가' 되었다.

< 카리스마 눈빛, 오똑한 콧날, 도톰한 입술, 섬섬옥수까지 갖춘 '진'. 좋은 건 널리 알려야하기에, 넣어봤다. 하하. >


"자, 이거 공부해라. 너 보라고 엄마가 정리했다."

그날도 미친 듯이 바빴던 회사일은 퇴근하고 , 집으로 육아 출근하던 차였다. 밥 먹으려고 식탁에 앉자마자 엄마는 나에게 A4용지를 쓱 건넨다. 방탄소년단의 permission to dance 가사(한글 번역까지)였다. 고3 때도 공부하란 소리 안 하던 엄마가 건네주는 종이와 멘트는 낯설었다.


We don't need to worry
(우리는 걱정할 필요 없어)
'Cause when we fall we know how to land
(왜냐하면 우리는 떨어지더라도 어떻게 착륙하는지 알거든)

- BTS, 'Permission to dance' 中-


엄마가 건네는 종이를 쭉 보다 보니 위의 가사가 또 눈에 들어온다.(잘생긴 '진'이 부른 부분이라서 더 오래 보았던 것은 안 비밀. 하하) 돌아보면, 나는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오죽하면 걱정인형을 돈 주고 사서 나 대신 걱정해주길 바라기도 했다. 대부분 막연한 불안감에서 오는 걱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불행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오며, 살다 보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 더욱 많다는 것을. 그렇기에 아직 겪지 않은,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는 것보다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잘 이겨나갈 수 있을 거라고 나를 믿어본다. '오늘의 나'는 현재를 춤추듯 즐기며, 예기치 못한 일들은 '미래의 나'에게 맡겨둔다, 지금에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내일을 준비하는 것임을 알기에.


사실 나는 '불안'이 높은편이다. 객관적인 심리검사상에서도 그렇고, 실제로 심리상담을 하다 보면 '불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나 : 맞아요, 전 좀 불안을 잘 느끼는 편이에요. 아직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해 걱정하기도 하고, 때로는 무엇때문이지도 모르겠는데 그냥 좀 불안한것도 같아요. 가끔은 이게 불안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어요.

심리상담선생님 : 그럴때는 그냥 나에게 찾아온 그 감정을 인정해주세요.

"불안아, 네가 또 왔구나. 그래, 지금 내가 ~~~한 상황이라서 찾아왔구나. 그래, 여기 잠시 머물렀다가 가렴."하고요. 너무 많은 생각을 할 필요 없어요. 왜 불안이 왔을까? 얼마나 더 오래 불안할 것인가? 등등 고민안해도 되요. 그냥 인정하고 지켜보세요.


나 : 근데, 이게 불안인지 아닌지도 잘 모를때도 있어요. 제게 찾아온 감정의 이름조차 모르겠어요. 제 감정을 제가 잘 모르겠어요.


심리상담선생님 : 감정의 이름을 정확히 몰라도 되요. 그럼 그럴땐 이렇게 해보세요. "이름도 잘 모르겠지만, 날 찾아온 감정아. 니가 있다가 가고싶은 만큼 있다가 가렴."하고요. 나에게 찾아온 감정을 부정할 수록 오히려 더 오래 나에게 머물려고 할거에요. 그냥 인정해주세요. 그러면 오히려 그리 오래 머물지 않을수도 있어요. 한번 해보세요.




< 유튜브 선생님들이 계셔서 우리 엄마는 오늘도 BTS를 배웁니다 >

나 홀로 생각에 빠지는 것도 잠시. 엄마는 이내 이 곡에 관해서 다량의 정보를 쏟아내신다. 이 곡은 애드 시런(Ed Sheeran)이란 유명한 사람과 작업한 거다, 춤은 모든 사람들이 다 즐길 수 있도록 수어를 차용했다, 빌보드에 다시 오른 곡이다 등 이 노래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알려주려 시동을 거신다.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엄마가 준 유인물로 자율학습을 좀 하겠다며 무사히 자리를 떠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샤워 후 물 마시려고 식탁에 다시 가니, 엄마가 또 다른 종이를 한 장 들고 내 옆으로 다가온다.

"내가 지난번에 Butter 가사 쓴 거, 너한테 안 보여줬던 거 같아서. Butter는 말이지..."

영어 발음까지 한글로 친절히 적었으며, 누가 어떤 파트를 부르는지까지 상세히 적어놓은 엄마의 유인물을 받아 들고 다시 2차 공부에 들어간다.


다시 한번 상기한다.

아, 할머니는 방탄소년단에 진심이시다.

<아이들이 그림책처럼 보는 BTS앨범 사진. 할머니는 시각적 교육도 잊지않으신다. 엄마는 말야, 나중에 니가 저 삼촌처럼 멋지면 좋겠다. 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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