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래는, 20세기 소녀 마음을 불타오르게 한다

니 멋대로 살아, 어차피 네 거야. 애쓰지 좀 말아, 져도 괜찮아.

by 나다움

"엄마, 방탄소년단 어떤 노래를 제일 좋아해?"

"꼭, 하나만 골라야 하니?"

"..."

가볍게 물었던 나의 질문에 묵직하게 고민하시던 엄마였다.

"난, '불타오르네'가 신나. 가사가 좋거든.
특히 '니 멋대로 살아, 어차피 네 거야. 애쓰지 좀 말아, 져도 괜찮아.'란 부분, 멋져."

사실 우리 엄마는 3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시면서 연차를 쓸 때가 거의 없었다. 여름휴가는 당연히 없었고, 나의 졸업식날에도 반차를 쓰고 사진만 찍고 다시 회사로 가셨을 정도였으니까. 지금처럼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하지 않았던 시기에, 직장에서 버티려면 엄마는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수밖에 없었단다. 그런 엄마는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 할 일'을 하며, 지지 않기 위해 애쓰며 살았다.


엄마에게 '불타오르네'란 노래가 이제는 엄마 마음대로 살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듯했다고. 그런 좋은 노래를 불러주는 방탄소년단이 고맙단다.(참고로 우리 엄마는 '고맙다'는 말을 매우 아끼는 분이다) 살짝 시큰했다. 치열하게 살아왔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이제야 본인 맘대로 삶을 살고 있는 듯, 해서.



은퇴 후 BTS덕질이 하루의 주요 일과인 엄마가 스마트 TV로 유튜브를 보시는 덕에 '불타오르네'에 관한 '진'의 인터뷰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외모지상주의자인 나는, 자연스레 'world wide handsome'인 '진'의 영상을 클릭했던 것)


"애쓰지 좀 말아. 져도 괜찮아."

"그 가사를 듣고 좀 많이 변했던 것 같아요. 부담감에 스스로를 옭아매는 기분이었는데, 내키는 대로 한번 살아보고 조금 가벼워질 수 있도록. 그 노래가 가장 저를 크게 변화시켜주지 않았나."


진의 이야기와 함께 심리상담선생님과의 대화가 겹친다. 브런치에서 썼던 글이 책으로 나왔던 날, 그 기쁨의 '감정'조차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책 홍보는 어떻게 해야할지 등 다음 '계획'에만 몰두한 시간이었다. 그 때 심리상담선생님은 나에게 케이크 쿠폰을 보내주셨고, 축하파티를 꼭 하라는 짧은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그 작은 쿠폰으로 내 감정을 들여다볼 기회를 가졌고, 한달 후 상담선생님과 만나서 다음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 사실, 그날 선생님의 케이크 쿠폰을 받고 아차차, 싶었어요. 저, 또 제 감정보다 제가 해야할 일에 매몰되어있더라고요.


선생님 : 그런 날들이 있었기에, 00님의 글이 책으로 나올 수 있었던 거죠. 그렇지만, 매번 그렇다보면 너무 슬플것 같아요. 내가 기뻐 마땅할 순간에 조차, 그 감정을 즐기지 못하고 또 다른 해야할일에 눈을 돌려버리면요. 온전히 내 감정을 느끼는 순간은 반드시 필요해요.


나 : 맞아요. 사실 저보다 제 주위에서 더 기뻐해주셔서 오히려 제 잃어버린(?)감정을 찾은 기분이였어요. 아, 지금은 내가 기뻐해야하는 때구나, 하고요. 그리고 제 주변에 이렇게나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이 많았구나, 하는 생각에 뭉클했어요.


선생님 : 지금의 감정을 잘 기억해두세요. 그리고 지금처럼 나에게 찾아온 감정을 내곁에 한동안 머물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00님은 충분히 그래도 되요.





"애쓰지 좀 말아, 져도 괜찮아"란 가사를 듣고 내키는 대로 한번 살아보고 조금은 가벼워졌다,는 BTS 진의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와닿는다.(역시 잘생긴 사람이 하는 말은 더 감정이입이 되는걸. 하하) 엄마와 나(그리고 잘생긴 진)는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게 더 쉬운 사람들이었다. 이 노래를 들으며 조금씩 가벼워진다. 꽤 오랫동안 그렇게 살아왔기에 한 번에 바뀌진 않지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가는 중이다.



"근데, 제일 좋은 거 꼭 하나만 골라야 해? 불타오르네 말고도..."

그렇다, 우리 엄마는 BTS 얘기만 꺼냈다 하면 수다본능을 주체할 수 없으신가 보다.

평소라면 피곤하다며 흘려들었겠지만...


오늘은 귀담아 들어봐야겠다,

이제야 내 멋대로 살고 있는 20세기 소녀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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