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다움 Aug 25. 2023

이거, 이렇게 하는 거 맞겠지?

학용품(School supply) 준비와 오픈하우스(Open house)

  개학은 반가운데, 개학 준비는 번거롭다. 8월 셋째 주부터 새 학기 시작인데, 바로 전주 금요일에 학교에 방문해서 학교에 방문하는 오픈하우스(Open house)를 가야 한다. 학교에서 준비하라고 알려준 학용품(Shool supply)을 들고 가서 새로운 교실에서 담임선생님을 만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작년 12월에 미국학교에 입학을 해서, 사실상 이번 8월이 새 학년을 맞이하는 첫 행사였다.

  여름에 시작하는 새 학기도 어색한데, 학교에서 준비하라고 준 학용품 준비목록(School supply list)은 심난했다. 아이가 쓰는 거지만, 당연히 엄마인 내가 준비하는 건데, 엄마도 미국은 처음인지라 학용품이 낯설었다. 그냥 단순히 연필이면 'Pencil'이 아니라 'Pencil #2 Yellow Woodcase Sharpened 12ct.  3'으로 써있다. 풀도 'Elmer’s Washable Glue Stick, 0.77oz 10 '으로 브랜드명, 중량 등 세심하게 표시된 목록에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온라인 쇼핑이 오프라인보다 가격도 싸고 배송도 편해서 자주 시켰지만, 여기서는  많이 쓰는 아마존이 직접 가서 사는 월마트보다 비싸서 (한 푼이라도 아쉬운 나는) 오프라인 쇼핑을 했다. 브랜드명까지 딱 맞추지 않아도 된다는 근거 없는(?) 조언에 따라, 그냥저냥 월마트에서 목록구색만 맞춰서 작년 12월에는 제출했는데, 이번엔 첫 학기이고 오픈하우스에 가서 직접 제출하는 것이니만큼 조금 더 신경을 써야겠다고 맘먹었다.

   언제나 그렇듯 '조금 더'가 문제이다. 사실 제일 쉽지만 가장 비싼 방법은 학교 학부모회에서 준비한 학용품구성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고민 없이 가장 간단하다. 다만, 직접 발품을 팔아 내가 하나씩 샀을 때보다 총금액이 30~50달러 정도 비싸다. 무급육아휴직자인 나는 당연히 제일 돈이 많이 들어가는 방법은 제외하고 나의 노동력을 갈아 넣는 방법을 택한다.

학교에서 안내하는 사이트. 학년만 선택하면 자동으로 장바구니에 담겨있어 매우 편리한데, 약간 비싸다

   두 번째는 아마존에서 사는 것인데 이른바 지금이 'Back to shcool' 시즌으로 새 학기 전에는 학교이름과 학년을 검색하면 목록이 쭉 나와서 그대로 주문하면 훨씬 간편하다. 그렇지만 아마존이 최저가가 아니기에 이것 역시 건너뛴다. 세 번째 방법으로 제일 저렴한 방법인 월마트에 직접 가서 사려다가, 옆집 엄마의 노하우에 수고로움을 덜었다. 바로 월마트 온라인에서도 학교이름과 학년을 검색하면 아마존처럼 학용품 목록이 자동으로 생성된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가격도 싸고 편리함을 갖춘 최적의 방법이었다.


월마트 온라인에서도 학교명을 검색하니 학년별로 학용품 목록이 나온다. 다만 정확히 맞지않는 부분이 있고 품절상품이 있어 체크를 해야했다


   쉬운 방법이니까, 자꾸 미루게 되었던 나의 안일함은 다른 종류의 수고로움을 안겨주었다. 개학에 임박해서 온라인 월마트에 들어가니 자동으로 목록은 생성되는 대신 품절상품이 다수 등장했다. 게다가 실제로 학교에서 준 목록과 실제 온라인 월마트 장바구니에 담긴 목록이 미세하게 달랐다. 예를 들어 Folder인것은 동일한데 학교에서 요구한것은 poly인데 재질이 paper라든지 색깔이 안 맞는다든지 등등 작은 차이점이 있었는데, 그게 또 '조금만 더' 신경 쓰기로 맘먹은 엄마입장에서는 눈에 거슬렸다. 그래서 결국엔 온라인 월마트에서 못산물 품은 근처 마트로 가서 사기로 했다. 마트에 갔는데, 이미 학용품 쪽이 습격을 받은 듯 텅텅 털려있었고, 여기서는 '조금만 덜'로 노선을 바꾸어 대충 맞춰보자는 식으로 바뀌었다.

학년별로 목록이 미세하게 다르다. 다 사고나면 물건이 한무더기 배송된다. 다시 목록에 맞게 아이별로 필요한 물품을 분류하면 드디어 끝

  아이가 두 명인데, 목록은 학년별로 또 미세하게 다른 탓에 노동력 투입은 배가 되었다. 이렇게 준비한 school supply를 들고 이제 오픈하우스에 간다. 학교에서 하루 전에 담임선생님 이름과 교실번호, 방문해야 하는 시간대를 알려주기에,  구입한 학용품을 잔뜩 들고 교실로 들어갔다. 잘 정돈된 교실에 들어가서 담임선생님과 간단한 인사 후 준비해 간 학용품을 넣는다. 아이가 앉는 자리 서랍에 넣는 물건과 공용물품으로 쓰는 물품을 담는 곳이 달랐다.

각자 책상서랍에 보관하는 개인물품과 선반에 담을 공용물품을 분류하면  진짜진짜 끝.(정녕 끝인거겠지?하하하)

 선생님마다 안내방법은 달랐는데, 큰 아이 담임선생님은 아예 칠판에 가져간 학용품 중 책상서랍에 넣어야 하는 것을 따로 그림으로 그려서 안내하고 계셨다.(영어보단 그림이 한눈에 들어와서 한결 수월했다. 하하하) 나머지는 공용물품을 넣는 박스나 서랍에 넣으면 끝. 어서 가자는 아이와 교실에 뭐가 있는지 하나라도 더 둘러보고, 안 되는 영어로라도 담임선생님께 하나라도 우리 아이에 대해 알려주고픈 엄마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빨리 탈출하려는 아이들의 성화에 교실을 도망치듯 빠져나온다.

  그렇게 학용품을 싸들고 새로운 교실을 방문하는 행사가 끝났다. 이름을 묻는 담임선생님에게 대답대신 엄마뒤로 숨어버린 채 내 옆구리만 찌르는 아이들이기에 어쩔 수 없이 그날만은 내가 아이들의 대변인을 자처한다. 딱 여기까지다.  이제 나의 역할은 여기서 끝났다.(그렇게 믿고 싶다) 아이들의 몫만 남았다. 아직은 모든 게 낯설겠지만 잘 적응해 주길 바랄 수밖에. 한 발짝 떨어져서 지켜볼 수밖에. 9시부터 4시까지 새로운 언어와 낯선 친구들 생경한 교실풍경에 조금씩 편해지길 응원한다.

  1분남짓 집 근처만 걸어도 땀이 줄줄 흐르기에 얼른 실내로 들어가곤 했던 여름날이었다. 여전히 한낮의 더위는 강렬하고 뜨겁지만, 아침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결이 제법 쌀쌀해서 닭살이 살짝 돋는다. 무엇이든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다만, 그 변화는 계절처럼 조금씩 변화하기에 눈치채지 못할 때가 많다. 여전히 사람들 앞에서 자기 이름조차 말하는 것을 쑥스러워 내 뒤로 숨는 것은 똑같지만, 헤어질 때는 내 뒤에서 나와 손을 흔들며 수줍게 웃는 아이들을 보며 그 변화를 느낀다. 머무르지 않고 움직이는 아이들의 그 순간을 더 잘 관찰하고 격려해 주는 여유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덧. 그런 여유 있는 엄마가 되려면, 나 자신부터 충전할 수 있는 온전한 나만의 자유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다들 협조해 줄 거지?(참고로 '다들'에는 어머님 아들도 포함이다. 하하하) 지금 반짝 바쁜 거고, 나머지 반년은 여유롭길...  

매거진의 이전글 너 혹시, 지금 나 보는 거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