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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Feb 07. 2021

[Work] 그녀의 행복,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

2주 전 함께 일하는 동료가 갑자기 청천벽력 같은 말을 하였다. 

내 곁을 떠나서 다른 곳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쿨한 척 말리진 않는다, 충분히 생각하고 하는 말일테니 갈테면 가라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그럼 난 이제 어떻게 살아야하나 막막함도 스물스물 흘러들어 왔다. 


하지만, 상황이 매우 묘하게 흘러 갔고, 현재 모든 시계가 그녀의 잔류를 가리키고 있다. 지저분하게 이별을 할지 아님 포기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지만 일단은 그녀가 진정으로 행복하기를 바란다. 연인 관게도 아닌데 남의 돈 타먹는 월급쟁이끼리 굳이 나하나 편하자고 붙잡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별을 고하며 내게 말했다.


여기서는 제 나름의 전문성을 키울 수 없어요. 


그녀는 현재 그녀의 역량을 십분 발휘하여 충분히 2명 이상 분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 부서 특정 업무의 전문가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물론 윗 사람들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발전시키고 너만의 것을 만들면 넌 우리회사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다고 하나마나한 이야기들을 해댄다만... 그녀의 말을 난 십분 이해한다. 월급쟁이로 일에 대한 욕심은 크게 없지만, 아이러니하게 욕심이 있어 나의 것을 가지고 싶다는 그 마음. 그래서 난 붙잡을 수 없었다. 


저 언니처럼 눈치보며 노는 아이로 찍혀 살아가긴 싫어요. 


칸막이 없는 오픈형 사무실로 변화하면서 가장 힘든건 "XX장"이라는 직책자들의 눈치를 매우 심하게 보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들은 열려 있는 메신저창은 일단 업무와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십상이고, 동료간 대화도 건설적인 토의가 아닌 시덥잖은 농담따먹기로 느끼고는 한다. 그래서 일부 동료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떠났고, 그녀도 똑같은 처지가 될까봐 걱정하고 있다. 어쩌면 이미 그런 처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요즘 전의를 조금 잃은 나도 눈치 보는게 지긋지긋해서 재택근무를 하고 싶은 정도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겉만 번지르르한 오픈형 사무실은 업무 효율에는 정말 최악이다. 바로 옆 동료와의 대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또다른 심리적 철창이 하나둘씩 대못처럼 박히고 있다. 


그리고 상황이 이렇게 된 요즈음, 그녀는 입버릇처럼 말한다. 


하기 싫어요, 귀찮아요. 


같은 심정이긴 하다만, 일을 줄 때 저런 대답을 하면 말문이 턱 막힌다. 친해져서 저렇게 말하는 것일까, 정말 그 어떤 일이라도 하기 싫은 거일까, 내가 싫은 것일까, 갈등을 싫어하는 나의 성향상 나의 대처는 침묵 이후 그냥 내가 하고 마는 것이다. 물론 나의 퇴근 시간은 또 늦어지는 것이고.. 이렇게 하는 것이 그녀는 물론 나에게도 안 좋다는 생각이 든다만, 반면에 다 큰 성인을 내가 가르치려 들어봤자 뭐하겠냐는 생각도 든다. 그냥 나의 복인 것일까, 아님 목덜미를 잡고서라도 끌어올려야 하는 것일까,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녀도 나도. 

스트레스의 대가로 월급을 받는 것이기도 하겠다만, 그래도 스트레스 속에서 미약하나마 행복했으면 좋겠다. 

다음 주는 그녀와 그녀의 행복에 대해서 한번 더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아름다운 이별은 결코 없겠지만, 이혼 후 행복을 찾은 돌싱처럼 각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어떻게든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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