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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Mar 05. 2021

[Work] 누구냐, 넌.

Let me Introduce myself to you?!

 '자기소개서 쓰는게 너무 힘들어, 꼭 미리 연습해야돼'


취준생이 되기 2년 전, 동아리 선배가 한숨 쉬며 말할 때 난 속으로 난 글 쓰는게 별로 어렵지 않아, 금방 되겠지 라며 쉬이 여겼다. 하지만 취준생이 되어 고작 스무개 원서를 쓰면서 나는 허덕허덕, 헐떡이며 하나하나씩 쓰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취업을 했고, 예기치 않게 인사 업무를 하면서 많은 자소서를 열람할 수 있었다. 감히 남을 평가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나 스스로 중간 이상은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기준에 따라 평가를 해나갔다. 수없이 많은 자소서를 읽으면서 안타까웠던 점, 감동받았던 점들 중 반드시 필수적인 사항을 아래와 같이 Tip으로 정리해본다. 내가 다른 사람들의 자소서 관련 강의나 책 등을 보진 못 했지만, 아마 그들과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싶다. (그랬으면 좋겠다.)



[형식]


오타,오타,오타.

무조건 무조건 무조건 없어야만 한다. 안다. 어렵다. 본다고 봤는데 튀어 나오고 또 튀어 나온다. 사실 요즘도 마찬가지다. 나름 준비를 해서 보고서를 작성하고 나면 오타가 한 두개 튀어 나오고, 숫자가 한 두개 틀리고 만다.

직장인 10년차도 이러한데 당신들께선 오죽할까, 그렇다고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 너무 고치기 힘들면 친구, 형제, 부모에게라도 부탁하자. 인생이 달린 일에 부끄러움이 무슨 소용인가. 하루에 수 백개의 자소서를 읽는 채점관에게 있어 오타는 옥의 티 정도가 아니라 바로 스크롤을 내려버릴 수 있는 정도의 큰 영향력을 미친다. 이는 오타 뿐만 아니라 주술호응이 맞지 않는 비문, 괴랄한 띄어쓰기 등도 역시 마찬가지다.


소제목 붙이기

나는 과거에 소제목을 좋아하지 않았다. 소제목 없이도 한 눈에 들어오는 글이야 말로 정말 좋은 글쓰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많은 자소서를 보면서 생산성이 높은 채점관이 되어, 소제목이 있는 글들이 더 읽기 편해졌다. 줄글을 읽으면서 내 머릿속에 내용을 요약하고 음미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점도 있고, 예전과 같이 어쩌다가 한번씩 나오는 감동적인 자소서가 많이 사라진 탓이기도 하다. 굳이, 현란한 미사여구가 담긴 소제목일 필요는 없다. 아래의 내용을 한 눈에 요약할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


서론-본론-결론

난 항상 글을 쓸 때 3단 논법으로 쓴다. 과거 논술시험을 준비할 때도 2000자를 써야된다면 2:6:2 혹은 3:6:1 정도로 글자수를 정해서 글을 적었다. 그건 채점관이 되어 남들의 글을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용뿐 아니라 형식적으로 잘 짜여져 있는 글이 가독성이 높다. 재료가 아무리 좋아도 잘 요리하지 못하면 산해진미가 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세가지 이유

예전 하버드생 관련 책에서 본 적이 있는데, 저자의 하버드 지인이 어떤 질문이든 의도적으로 무조건 3가지 이유를 댄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위의 3단논법과 같이 탄탄한 논리적 완성이 가능해 청자/독자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었다고 한다. 그 글을 읽은 후 나도 의도적으로 이유를 댈 땐 세가지를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편이다. 심지어 최근 오은영 선생님이 라디오스타에 나와서 하신 말씀이 기억이 난다. 한국인은 지독하게도 삼세번을 좋아한다고..



[내용]


출제자의 의도는 무엇일까?

정말 기본 중의 기본인데, 이걸 망각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자소서를 쓰다 보니 짜깁기를 할 수 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어가고 싶은 회사에 시간을 할애해서 원서를 작성한다면 출제자가 뭘 묻는지, 뭘 알고 싶어하는지 한번만 더 생각해보고 써내려가자. 물론, 자소서의 각 문항들이 정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만 지원자에게서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출제했는지는 명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만 한다.


Yes, but.

전반적인 내용을 결코 부정적으로 쓰지 말자. 채점관은 사람이라, 맑고, 밝은 글에 더 반응할 수 밖에 없다. 자신의 단점을 허심탄회하게 말할 때조차도 긍정으로 마무리하자. 예를 들면, 꼼꼼하지 못한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남들 1번 볼 때, 2번 3번 봅니다. 여전히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극복하려 노력합니다. 그 과정에서 단순히 꼼꼼하지 못했던 부분을 찾는 것 뿐만 아니라 새로운 발상을 얻어내는 경우도 있어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와 같은 늬앙스로 말이다.


창의력과 망상은 종이 한 장 차이?

정말 기괴한 자소서를 본 적이 있는데, 자신이 천사? 악마의 자식이라고 했던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약간 사이비스러운 망칙한 자소서가 있었다. 장난이었는지, 진심이었는지 알 길은 없지만, 만약 자신의 창의력을 뽐내기 위함이었다면 X다. 무모한 도전은 절대 하지말자. 창의력이란 남들이 A를 생각할 때 혼자 F를 생각해내는 것이 절대 아니다. 더 나은 A' 정도만 되어도 충분히 창의적이다.


네버, 에버, 충성!

그렇다. 군대 이야기다. 적지 자, 제발. 물론 군대에서 정말 남들과는 달리 어마무시한 경험이 있었다면 모르겠다만, 미필/면제 등의 채점관들은 그 주제를 너무 힘들어하고, 군필 채점관들은 "뻥치지마, 누가 안 가봤나"의 자세로 읽게 된다. 자, 그럼 그 내용이 좋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까? 확률적으로 생각해보자. 자신이 자신의 단과대에서 손에 꼽히는 달필이다? 그럼 말리지 않는다. 아니라면? 참아라. (단, 군대 이야기를 하면 무조건 탈락, 감점인가요? 라는 질문에는 당연히 오피셜리 No다. 하지만, "확률"적으로 생각해보자)


디테일

모든 이야기들에는 항상 예시가 있어야만 한다, 그것도 상세하게. 요즘은 블라인드가 대세인지라 채점관들은 기본적인 bio조차 제공받지 못하고 자소서를 읽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 글의 진실성을 엿볼 수 있는 factor는 디테일이다. 상세하지 않고 주장만 그득 담겨 있으면 채점관은 그 내용을 긴가 민가 할 수 밖에 없다.




집중이 잘 되지 않아 중언부언 적어 보았지만, 우리는 자소서 쓰기에서 100점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100점을 받는다고 해서 면접 없이 합격하는 것도 아니며, 채점관에 따라 80~100점 정도의 편차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잘 쓰는게 중요하긴 하겠지만 너무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기 보다는 기본적인 내용 구성과 형식만 잘 갖추어도 평균 이상은 충분히 얻을 수 있음을 마음에 아로 새기자.


취업이든 대학이든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보다, 문을 닫고 들어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삶이다.  효율적으로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에 옮겨 보자. 자소서는 내 이야기를 "남이 원하는 방식으로 보기 편하게"하는 소통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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