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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May 01. 2021

[Work] Beyondmathematics

산수와 수학, 그 혼돈 속에서,

요즘 회사에서 맡고 있는 과제는 손가락 하나에 수억이 왔다 갔다 함은 물론이고, 개인의 삶을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는 그런 일이다. 물론, 무슨 일을 하는지 자세히 적을 생각은 전혀 없고^^;; 난데없이 수학을 조금이나마 하게 되어 소회를 남겨보고자 한다. 



사실, 산수라고 하면 아재다. 

다들 잘 알겠지만, 요즘 초등학교는 수학 공부를 한다. 눈높이 수학이고 구몬 수학이다. 하지만 국민학교를 다녔었던 난 산수를 배웠고, 중학교에 가서야 "수학"이라는 명망 있는 학문을 접하기 시작했다. 입사 초 방에 들어가서 깨지고 나온 선배들이 "자 잘 봐, 내가 산수로 쉽게 알려줄게"라는 말을 듣고 나왔다며 자조 섞인 말을 내뱉었었다. 이처럼 우리 아재들은 산수는 매우 간단하고 쉬운 초보적인 것, 수학은 조금 더 고차원적인 것이란 인식이 있다. 하지만 뭐 결국 숫자 놀음은 똑같은 게 아닐까 


난 수학을 잘하는 아이였다. 

자랑 같긴 한데, 꾸준히 선행 학습을 했고 중학교 때 정석을 폼나게 들고 다니면서 얼마나 뿌듯했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그땐 정말 아무 내용도 모르고 폼으로만 들고 다녔었다. 그럼에도 꾸준한 선행학습으로 수학은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고, 부모님의 인도에 따라 문과를 가게 되었고 수학 잘하는 문과 아이가 나 스스로의 자랑거리였다.  


그런데, 대학 가는 무렵 수학에 대한 감을 완전 잃었다. 

정말 거짓말 같게 수학 바보가 되어 버렸다. 대학에서 수학 과목도 C+을 받았고, 재무관리와 같은 수학이 가미된 과목들도 나와 지능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저조했다. (근데 이상하게 경제학은 잘했다. 뭐가 문제일까...) 


이러던 내가, 회사에 와서는 수학이 필요 없는 부서에서 그나마 가장 수학이 사용되는 자리에 앉아 있다. 

나름 안 쓰던 뇌근육을 쓰는 것 같아 재미있기는 한데, 한 번씩 제대로 캐치를 하지 못하는 내 자신을 보면 종종 자괴감이 든다. 오늘도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전혀 생각지 못한 결과가 나와서 크게 놀랐다. 하지만, 혼자 일하다 보니 이런 신기함을 향유하고 왜 그런지 같이 고민할 동료가 없어서 너무 아쉽다. 적고 보니 아쉬운 거 투성이네. 


잘하고 싶다. 

어릴 때부터 그래 왔지만 수학은 풀게 되면 나름의 묘미와 희열이 있다. (잘 안 돼서 그렇지..) 

엑셀을 조금만 더 잘했으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잘 해결해나갈 수 있었을 텐데, 내심 아쉽기 그지없다. 

만약 내 후임을 받는다면 꼭 엑셀을 잘하는 친구로 받든 지, 엑셀을 잘하는 친구로 만들어야지. 




이제 하고 있는 작업이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다. 

물론 마무리되기까지는 더 큰 고난과 역경이 남아 있고, 훨씬 더 많은 뒷단의 준비를 해야만 하는 게 눈에 뻔히 보이긴 하지만, 내 사리사욕과 직결될 수 있는 업무인지라 꼭 보고서에 그치지 말고 세상에 빛을 봐야만 한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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