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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Jul 03. 2021

[Thoughts] 섭식장애에 대한 고찰

다이어트인가, 다이너마이트인가.

"선생님, 선생님이 안 먹고 쓰러지신다고 상대방이 걱정하거나 죄책감을 느낄거 같아요? 안 그래요. 절대 안 그래요. 그냥 선생님만 망가지는거에요. 싸워 이겨낼 힘만 잃는거라구요."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순간 동감된다. 아픈 나에 동정할 사람이라면 나한테 그럴리 없지. 결국 나약해빠진 나만 더 짐덩어리로 치부되는거겠지. 그리고 알아서 이겨내라 하겠지. 아니 그런 말 따위 조차 하지 않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로 먹고 싶지 않다. 어떻게든 살아 보려고 친구들을 만나고, 욕과 함께 고기부수러기들을 조금씩 넣는 정도.. 채소나 탄수화물은 정말 전혀 들어가질 않는다. 그렇게 좋아했던 과일도 딱히 땡기지 않는다. 


이번주 초까지 음식이란건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을 때, 오로지 물이나 음료만 겨우 삼키는 상황이 사흘 정도 되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쓰러져 버릴까? 그럼 날 걱정해주지 않을까? 날 애써 지켜주지 않을까? 모두가 날 애틋하게 바라봐주지 않을까? 혹은 죄책감을 강하게 심어줄 수 있지 않을까? 그 때 저 인간이 그래서 저랬구나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사선생님은 그게 아니라 하셨다. 그리고 냉정히 생각하면 냉혹한 현실이었다. 

다만 현실과 달리 정신이 몸을 지배하는 이 나약한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다. 

오로지 이 악몽 속에서 내게 지금 니가 사는 세상이 악몽이란걸 알려준 제로 콜라만이 나의 쓰라린 속을 달래줄 뿐이다. 


그나마 희망적인건, 난 지난 10년간 매우 살이 많이 붙었다. 어마어마하게... 

이 기회에 날씬해지기까진 몰라도 가벼워져야겠다. 지금 몸뚱아리로는 새로운 뭔가를 해보기는 힘든 상태이니 말이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다는게 이런 것일까, 

부디 젊은 시절 나의 몸을 되찾아 새로운 삶을 꿈꿀 수 있는 상황이 어서 오길 간절히 바래본다, 정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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