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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Jun 30. 2021

[Thoughts] Endless despair

우울, 불안 그리고 절망에 대하여

"그런데요..."

선생님의 목소리에 잠시의 멈춤이 있었다. 


"우울, 불안, 절망 세가지 부문 중에 절망은 만점이에요. 그..."


선생님이 말을 이어나가기도 전에 나도 모르게 울음이 터져 나왔다. 

공적인 공간에서 감히 사적인 감정을 갑작스레 분출하고 말았다. 


"에휴...에휴..."


선생님은 마치 추임새를 넣듯 서럽게 울먹이는 나의 울음소리에 묵음을 인정하지 않듯 동조했다. 직업윤리에 따른 것인지 내가 정말 안되어 보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 나지막한 음성이 나를 더욱 서럽게 울게 만듦과 동시에 이 공간에 누군가가 나와 함께 있다는 것에 그나마 실낱같이 안도할 수 있었다. 


울면서도, 내가 이렇게 울면 다음 환자가 딜레이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대체 무슨 심리일까, 우는거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남의 신경을 써야 하는 나는 의존적 존재였던가

보통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이렇게 울고 있을 때 앞에 있는 사람이 휴지를 건네주던데, 선생님은 그러시진 않았다. 바로 책상 앞에 휴지가 있긴 했지만 괜히 휴지를 쓰면 코로나 시대에 위험해 보일까 흘러대는 눈물을 옷깃으로 겨우겨우 훔쳐내었다. 


말로 듣는 것과 점수로 확인 받는 것은 확연히 달랐다. 많이 불안하세요, 많이 힘드시죠? 많이 미래를 비관하고 계시네요 가 아니라 "절망 점수는 만점이세요." 이 한마디에 와르르 무너졌다. 점수에 매몰되어 공부 밖에 몰랐던 샌님의 본능일까? 아님 일반적으로 힘들면 이렇게 되는 것일까, 모르겠다. 그 모든 것을 선생님께 물어보기에는 나는 너무 목이 매어 숨을 쉬기 조차 힘들었다. 


선생님은 그러는 나를 애처로이 바라보시더니 약을 추가로 처방해주셨다, 처방을 받으러 간 주제에 그 약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힘들어지지 않을까 주제 넘게 재차 묻는다. 절대 아니란다. 괜찮을거란다. 


그랬다, 약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은 없었다.

다만, 나의 절망은 나아지지 않았다. 효과가 없는 탓일까, 나의 더럽혀진 정신이 너무 강건한 탓일까,


나는 다시 더 들어간다, 처절하게 더욱 아스라지며

이 축축히 젖어 깊고 음침한 동굴의 끝에는 미세하게나마 밝음이 옅게 빛나는 탈출구가 있길 억지로 기도해본다.

살아야만 한다, 제발. 


절망이 절멸되길 간절히 소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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