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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Jul 21. 2021

[Thoughts] 벗,

내가 숨 쉬고 있는 이유,

"o명이요? o명이라구요??"


상담사 선생님께서 놀라며 되물으셨다. 이 힘든 상황을 털어놓고 고민을 나눌 친구가 그렇게 많냐며 깜작 놀라워하셨다.


"남성분들은 보통 이런 상황에 부딪히면, 혼자 파묻혀서 괴로워하세요. 여성분들은 여기저기 털어놓으면서 극복하는데, 남성분들은 안 그래요. 그런 일반적인 경우에 비하면 건강하신 겁니다. 정말 정신적으로 건강하세요"


예기치 않은 칭찬에 조금 당혹스러웠지만, 곱씹을수록 기분이 나아지는 말이었다.


사실 이번 일을 겪기 전까지 난 외로운 사람이라 스스로 생각했다. 속을 모두 털어놓을 친구도 거의 없고, 항상 연락하는 친구도 별로 없다고 스스로 생각해왔다. 그래서 집-회사 밖에 모르는 지극히 평범한 가장이었다. 학교 다닐 때 알았던 여자 사람 친구들과는 당연히 연락이 다 끊겼고, 비슷한 영유아를 키우느라 정신없는 남자 사람 친구들과도 특별한 이벤트가 있어야 만나지, 평소에는 일상적인 단톡방 수준의 대화 그 정도 수준이 다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우물 속에서 미친 듯이 동아줄을 움켜쥐면서, 내게 손을 내밀어준 친구들이 참 미안하고 고맙다. (literally)

약 덕분인지 뭔지 어젯밤, 오늘부터 매우 상태가 호전되었고, 어느 정도 초연해지게 되었다.


이제야 정신이 조금 드니, 나의 슬픔과 절망에 귀 기울여 주고 미래를 함께 걱정해준 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부정적인 내용이 잔뜩 쓰인 글에 좋아요를 묵묵히 눌러준 하우영 님까지 포함!)

그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정말 심각하게 피폐한 상황, 앞이 보이지 않는 폭우 속에 내던져진 상태에서 희미해졌을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이 절망이 터널 속이기를 간절히 바라왔던 나의 기도가 통한 것일까,

아직 머나멀리 남았지만, 저 오르막 터널 끄트머리에 미세한 빛이 점처럼 희미하게 보이는 게 느껴져 오고 있다.

기필코, 그 빛을 손에 움켜쥐리라. 그게 나를 위로해준 당신들께 줄 수 있는 보답의 시작 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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