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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Mar 09. 2022

[상념] Vienna coffee,

커피 한 잔 할래요?

"졸리면 커피 줄까?"




저런 일상적인 대화가 일반적이지 않음을 몇 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친구들 집에서는 초등학생 자녀에게 저런 대화를 하는 부모는 없었다. 


초등학교 4학년쯤이었나, 

그 때부터 적어도 하루에 커피 1잔은 마셨던 것 같다. 

커피 2 : 프리마 3 : 설탕 2 의 달달한 맛이어서 별로 쓴지도 모르고 마치 탄산음료나 주스를 마시는 느낌으로 잠도 안 올 수 있단 말에 매일매일 마셨다. 


어머니는 자연스럽게 커피를 권했고, 난 거부감 없이 커피를 마셨다. 

고등학생 쯤 되어서는 졸음에 특효라며 거의 필수처럼 하루에 2잔은 마시곤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집들은 어린이들에게 커피를 권하지 않았다. 

성장이나 숙면에 도움이 안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를 탓하겠다는건 결코 아니다, 그저 가벼운 토크에 쓸만한 귀한 에피소드다.  

여하튼 그렇게 내 몸은 커피에 시나브로 물들어 갔다.  









다음 주로 다가온 미국 여행(이라 쓰고 요양이라 읽는다)을 앞두고 슬며시 유럽을 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고풍스러운 유럽의 전경이 문득 머릿 속에 떠올랐고, 왁자지껄한 시장이나, 옅은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올 것만 같은 노천 까페가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래 유럽을 가자, 근데 어디를 가지? 

못 가본 곳으로 가야지, 마일리지를 쓸 수 있는 곳으로 가야지, 그럼 성수기를 피해야 되는데, 

문득 지난 번 옆 팀 팀장님께 받은 체코산 연필이 떠올랐다. 

프라하를 가볼까? 

마일리지가 넘치고 남아 기어코 프레스티지석을 타고 싶은데 일반석 밖에 없다. 

그럼 어디 가지? 

유럽 지도를 멍하니 보다 오스트리아가 눈에 들어왔다. 


비엔나, 

그렇게 난 비엔나로 향할 계획이다. 

10월 즈음이라 아직 한참 남긴 했지만, 낯선 느낌의 알싸한 설레임이 스물스물 감싸고 돈다. 



고작 4박, 

정말 커피 몇 잔 먹고올 생각이다. 

그러고는 어디 가서 호기롭게 "나 비엔나 커피 마시고 왔어"라고 해보고 싶다. 

올해는 그냥 이렇게 살고 싶다. 


하고 싶은 대로,

생각 나는 대로,

그냥 그렇게.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지난 여름에서 가을,

아침마다 달달한 오키나와 커피를 달고 살았다.


지난 여름 이전에는 달콤한 커피는 잘 마시지도 않았을뿐더러, 

회사 내 항상 얼마든지 마실 수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었기에 바깥에서 사마시는 커피는 사치라 생각하며 살았었다.  

내가 어렵게 힘들게 괴롭게 벌어오는 돈이 허투로 쓰이고 있었단 사실을 알게된 후, 

조금이라도 나를 위해 쓰기로 작정하고는 동료와의 소소한 모닝커피를 하루의 낙으로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 


커피마저 없었으면 무슨 낙으로 아침을 열었을까, 

커피라도 있어서 참 다행이다,

그저 고맙다,

정말. 



우리, 커피 한 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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