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면 안 돼,
야, 돈 써야 되면 그냥 비행기 일등석 끊어,
그 한 마디였다.
친구가 돈을 못 써서 안달이 된 나의 상황을 보고는 물욕이 없는 내게 이렇게 충고해주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난 숨도 쉬지 않고, 예매했다.
평소 예매하던 좌석의 10배 금액, 이 돈이면 지상에서 할 수 있는게 참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저질렀다.
브런치 초창기에 썼던 나의 버킷 리스트 그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죽기 전에 꼭 한번은 타보고 싶었다.
근데 내게 이런 기회가 이런 식으로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인생, 참 모른다.
인생, 참 모르지만
현실적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일 가능성이 절대적으로 크다.
마일리지를 쓰더라도 프레스티지 정도면 감지덕지이기도 하고, 회삿돈으로 가더라도 매우매우 높은 자리에 가지 않음 불가능하리라 보는데,
난 그 정도 욕심은 내려놓은지 이미 오래기 때문에 이번이 아마도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대한항공 일등석은 라운지 형태의 별도의 체크인 카운터가 있다.
프레스티지 카운터 한켠에 방으로 마련되어 있는데, 내가 당당히 그 쪽으로 걸어갔더니 직원분께서 일단 막아섰다.
그래, 행색이 일등석 손님같진 않겠지, 충분히 그 마음을 이해한다며 담담히 일등석 승객이라 털어놓았다.
잠자코 앉아 기다리니 직원분이 오셔서 체크인을 해주셨다.
블로그에서 한참 찾아봤던 것처럼 난 그냥 쇼파에 앉아있고, 직원분께서 알아서 다 해주셨다.
그리고 탑승까지 직원분이 에스코드 해주시는 프리미엄 케어 서비스를 기다렸다.
이 서비스의 핵심은 단순히 직원분이 옆에 계신게 아니라 승무원 전용 출국심사대를 이용한다는 것이었다.
이 덕분에 마치 내가 대관고작이 된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직원분은 뭐가 그리 바쁘신지 앞장서서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바삐 걸으셨다. 또각또각 또각
출국 심사를 슈우웅 마치고, 면세점 인도장을 향했다.
생각보다 너무 많은 물건을 샀고, 마치 보부상이 된 것만 같았다.
두 손은 가득했지만, 부끄러움도 그득 들어찼다.
퍼스트라운지는 코로나로 인해 문을 닫았고,
마일러클럽 라운지를 이용했다.
딱히 먹을게 없어 입만 축였다.
예전에는 라운지 가는 기분으로 공항을 찾았는데, 코로나가 많은 걸 바꿔놓았다.
그 와중에 주말임에도 일찍 일어나 나의 여행을 배웅해주는 친구가 샴페인에 혀라도 축여보라 한다.
워낙 술을 못 마시기에 혀만 대보라고 했지만 궁금함을 못 이기고 한움큼 삼켜 보았다.
뜨거이 식도를 타고 내려오는 샴페인이 어느새 위에 당도했음이 느껴진다.
이렇게 순간순간을 절실히 느끼다 와야지,
어느새,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남 신경 쓰지 말고 모든걸 누리고 오라던 동료의 전언이 귓가에 맴돈다.
이제사 꾹꾹 눌러두었던 챕터투가 시작되려 한다.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