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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Apr 27. 2022

[상념] 보통날,

an ordinary or extraordinary day

설렘에 4시경 스스럼없이 눈이 떠졌다, 

고요한 새벽 어슴프레 떠진 눈을 비비며 밤새 미국 장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확인을 한 뒤 아직 잔고가 큰 타격이 없음을 인지하고는 나의 투자철학을 향해 미소를 머금었다. 


전날 미리 꺼내놓았던 옷들을 주섬주섬 주워 입은 뒤,

보스턴백을 들고 새벽을 열며 나섰다. 

마침 집 앞에 택시가 서있다. 

반가운 마음에 총총걸음으로 다가갔지만 기사님은 주무시고 계셨다. 

굳이 그의 단잠을 깨우고 싶진 않아 카카오 택시를 자연스레 열었다. 


목적지는 오늘 동행하는 친구의 집 앞, 

차가 없는 탓에 매번 친구들의 차를 얻어 타고 다닌다. 

미안하고 고맙고 영광이고 그렇다. 

심지어 골프백은 어제 낮에 회사 앞까지 찾아와 준 다른 친구의 차에 미리 실어놓았다. 


춘천으로 향하는 길,

지난 일요일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 그 간의 이야기를 캐치 업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소소히 하며 독일명차의 부드러운 속도를 만끽하다 보니 어느덧 춘천 자락에 도달했다. 


베어크리크 춘천,

예치금 + 초를 다투는 클릭을 해야 예약이 가능하기에 시즌에 한번 가기도 쉽지 않은 곳이다. 

오늘 동행한 친구 셋 다 두 눈이 휘둥그레져 클럽하우스 여기저기를 탐닉하기 시작했다. 

그린과 유사한 상태의 페어웨이와 산허리를 휘감고 있는 코스, 그리고 내가 가장 사랑해 마지않는 시냇가까지

나의 실력 빼고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 

포근한 햇살마저 우리의 즐거움을 찬양했다. 


일찍 끝난 덕에 여전히 친구의 차를 얻어 타고 1시까지 무사히 회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괜히 내 사무실에 가기도 전에 친구네 부서에 가서 너스레를 떨고 와본다. 

이럴 거면 넘어오라는 말에 멋쩍은 웃음까지, 나의 소소한 즐거움이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후배가 회식 날짜를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너무도 간단하게 솔루션을 전달해주고는 노트북을 켜고 늦은 하루를 시작한다. 


한창 일하는 중에 한 친구가 골프 레슨 받는 곳에 대해 물어본다. 

마침 다른 친구가 그 동네서 레슨 받는다는 게 기억나서 기억을 더듬더듬 더듬은 끝에 기어코 어딘지 어떤 프로인지 가르쳐 주고 만다. 

그냥 난 이런 게 뿌듯하다, 그들에겐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지만. 


괜히 일하다 말고 옆에 있는 형과 잡담을 한다.

골프 이야기, 상사 이야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다. 

마침 '장' 자가 붙은 높으신 분들은 모두 자리를 비웠기에 편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두런두런 한다. 


골프 연습을 갈까 집에 갈까 고민을 하다 문득 자전거를 타고 싶은 날이란 생각이 들어 집에 간다. 

대충 배를 채운 뒤 다시 슬그머니 나간다. 

유난히 따스한, 슬쩍 차가울 듯 낭창한 공기가 코 끝을 스쳐 지나가는 날이다. 

어디까지 갈까 고민을 하다 반포대교를 돌아오기로 결심하고 하염없이 페달을 밟는다. 

지난 겨울 몇 달 새 새로이 포장된 자전거도로를 가벼이 밟으며, 길 조차도 이렇게 주름이 없어지면 쉬이 지나갈 수 있는데 인생 따위 뭐가 문제냐며 자위해본다. 

반포대교에는 한참 다리 위에서 알록달록한 물줄기가 뿜어져 내리고 있다. 

행복한 표정이 그득한 연인들, 친구들은 새하얗게 내리는 물줄기를 향해 한없이 맑은 미소를 띠며 눈망울 그득 푸른 물을 담고 있다. 


잠수교를 지나 돌아오는 길, 

이제 너무도 익숙한 여의도의 야경이 가까워짐에 어느 다리를 건널지 고민 아닌 고민을 한다. 


요즘 이하이의 희망고문이란 노래에 빠져 있다. 

이하이의 음색과 드럼 소리가 딱딱 맞춰주는 경쾌한 리듬 그리고 '우연을 엮어 운명을 만들고'란 가사가 귀에 꽂히곤 한다. 


주말에는 산에 가야겠다.

그래야만 할 것 같다. 

그러자. 






깨지 못해 친구들에게 민폐를 끼칠까 걱정되어 잔뜩 긴장해서 눈을 감았더니 4시경 눈이 떠져 버렸다, 

잠든 사이 미국 장은 처참하게 박살 나고 있었다. 

+15,000불이던 포지션은 1주일 만에 마이너스로 돌변했다. 

몇 시간 뒤 열릴 한국 장도 걱정이 된다. 


늘 같은 옷이다. 

이 정도로 자주 골프를 치러가리라 전혀 생각하지 못해 긴팔 옷은 하나밖에 사 오지 않은 게 패착이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친구들은 내가 맨날 같은 옷을 입는다고 무시하거나 놀리지 않는다. 

마침 집 앞에 택시가 서있다. 

무거운 보스턴 백을 낑낑거리며 들고 간 택시 안의 기사님은 곤히 자고 있었고, 괜히 잠 깬 후의 부산함이 싫어 다른 택시를 불렀다.  


목적지는 오늘 동행하는 친구의 집 앞, 

빌어먹을 차가 없는 탓에 매번 친구들의 차를 얻어 타고 다닌다. 

이거도 한두 번이지 정말 영 할 짓이 아니다. 물론 내가 반대 입장이라도 이 친구들을 위해서 이렇게 했겠지만 귀찮은 건 인지상정 아닌가  

심지어 골프백은 어제 낮에 회사 앞까지 찾아와 준 다른 친구의 차에 미리 실어놓았다. 

제 삼자가 본다면 친구를 셔틀로 삼고 있다고 하지 않을까. 


머나먼 춘천으로 향하는 길,

3일 만에 만나는 친구였지만, 3일 만에 내겐 짜증 나는 일이 벌어져 있었다.  

도대체 이해하려야 할 수가 없는 X에 대한 비난을 흩트려놓으며, 망해가는 나스닥을, 빌어먹을 세금을 푸념하며 달려 나갔다.  


베어크리크 춘천,

예치금 + 초를 다투는 클릭을 해야 예약이 가능하기에 시즌에 한번 가기도 쉽지 않은 곳이다. 

친구야 운 좋게 취소 티를 잡은 것인데 우리 말고 다른 이들은 대체 어떤 초인적인 능력과 삶의 여유를 가지고 있길래 평일에 여유롭게 한가히 유유히 골프를 치러 오는 것일까,  

질투 같지도 않은 질투를 하며, 며칠 새 퇴보하고 있는 내 실력을 자책하며 끝없는 반성, 또 반성을 하며 마무리하였다.  


일찍 끝난 덕에 여전히 친구의 차를 얻어 타고 1시까지 겨우 회사에 도착했다.

점심을 먹고 들어가는 회사 사람들 사이에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척 골프백과 보스턴백을 들고 들어가면서도 아는 사람을 만날까 괜히 주위를 두리번 대며 고개를 푹 숙였다.  

괜히 내 사무실에 가기 싫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득 있는 친구네 부서에 가서 푸념을 하다 와본다. 

여섯달 전, 내가 다른 상황이었으면,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부질없는 망상이 끝없이 휘감아 몰아친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후배가 회식 날짜를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굳이 왜 나한테 묻는걸가, 6년 차면 그냥 본인이 의지를 가지고 알아서 해도 되는 것 아닌가라는 말을 꾹꾹 누르고 솔루션을 말한다. 내가 굳이 말을 안 했어도 결론은 같았을 것이다. 원래 그런 거다, 이딴 일은.  


한창 일하는 중에 한 친구가 골프 레슨 받는 곳에 대해 물어본다. 

마침 다른 친구가 그 동네서 레슨 받는다는 게 기억나서 기억을 더듬더듬 더듬은 끝에 기어코 어딘지 떠올랐다. 

그 쓰레기 같은 인간이 사는 그곳이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여러 가지 일들이 엉킨 실타래처럼 떠올랐다 가라앉다 한다. 

평생 이러고 살아야 하는 것일까.  


괜히 일하다 말고 옆에 있는 형과 잡담을 한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편하게 윗사람들 사담을 하나 싶다.  


골프 연습을 갈까 집에 갈까 고민을 하다 문득 자전거를 타고 싶은 날이란 생각이 들어 집에 간다. 

대충 배를 채운 뒤 다시 슬그머니 나간다. 

유난히 따스한, 슬쩍 차가울 듯 낭창한 공기가 코 끝을 스쳐 지나가는 날이다. 

어디까지 갈까 고민을 하다 반포대교를 돌아오기로 결심하고 하염없이 페달을 밟는다. 

지난 겨울 몇 달 새 새로이 포장된 자전거도로를 가벼이 밟으며, 길 조차도 이렇게 주름이 없어지면 쉬이 지나갈 수 있는데 내 인생은 대체 언제 펴지냐는 한탄이 뇌리를 칠흑같은 먹처럼 번져 나간다.  

반포대교 다리 위에서 알록달록한 물줄기가 뿜어져 내리고 있다. 

행복한 표정이 그득한 연인들, 친구들은 새하얗게 내리는 물줄기를 향해 한없이 맑은 미소를 띠며 눈망울 그득 푸른 물을 담고 있다. 

그 와중에 나만 홀로 물줄기를 흘러내리며 그저 지나간다. 

더불어 나란히 정렬된 물줄기들 중 어딘가 막혀 혼자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물줄기를 보며 저런 게 나 따위의 삶이 아닐까 고스란히 받아들여 본다. 


잠수교를 지나 돌아오는 길, 

한강변에 있는 그 쓰레기의 집을 보고 싶지 않아 억지로 여의도를 바라볼 수 밖에 없다. 

내 머릿 속은 대체 언제까지 이런 잡스런 정보들을 기억하고 괴로워해야만 하는걸까  


요즘 이하이의 희망고문이란 노래에 빠져 있다. 

좋아서 들으면서도 내가 이 노래를 좋아한다는 걸 누군가 들으면 가사를 듣고는 실연으로 인해 예전의 정상적인(혹은 그런 것처럼 보이는) 삶을 그리워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되려 걱정이 된다. 

안다, 망상인걸. 

근데 그런 생각이 든다. 

피해망상이다. 


주말에는 산에 가야겠다.

친구에게 같이 갈까 하다가 이내 마음을 접는다. 

혼자 아무 생각 없이 오르내려야겠다. 

아무 생각 없이,

아무도 없이, 

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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