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에서 장만한 나의 텃밭

텃밭 임대료, 오두막 가격 등 안내해드림

by 오순이

작년 10월에 우리집에서 6킬로미터 떨어진 프랑크푸르트 텃밭협회에서 한 통의 이메일이 날아왔다. 빈 텃밭이 생겼으니 아직도 텃밭을 찾고 계시다면 일간 한 번 들리어 구경하시라고.


방만구 씨와 나는 서로 얼굴을 보며 의아해했다. 아니 여적지 우리의 텃밭 지원서가 유효한 거였어?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텃밭이 필요하다며 지원서를 넣은 것이 2021년경 코로나로 방역이 한창이던 시기였기 때문이었다. 당시 우리의 신분은 백신 미접종자. 백신접종쯩이 없어 식당이건 술집이건 심지어 지인의 결혼식에조차 갈 수가 없어 우울하던 차, 우리만의 만남의 광장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프랑크푸르트 전역 10곳이 넘는 텃밭협회에 지원서를 넣었다. 코로나 당시에 텃밭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뉴스를 읽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답변이 없을줄이야.


1년동안 4곳 정도의 면접기회가 주어졌을 뿐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취향에 딱 맞아서 이거야!하고 가지고 싶은 텃밭은 없었다. 집에서 너무 멀거나, 고속도로나 철도변이라 너무 시끄럽거나, 나가는 세입자가 오두막값을 너무 비싸게 불렀거나, 공동활동에 참여를 많이 해야했다. 그리고 텃밭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 사그라져 가슴속에서 잊혀졌던 작년 늦가을이었다. 우리는 우리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그리고 텃밭임에도 위치가 시내에서 가깝고 심지어 우리집 보다 더 좋은 역세권에 위치한 곳에서 제안이 왔다. 시내에서 10분, 지하철에서 도보로 7분거리. 이렇게 좋은 금싸라기 땅에 집을 안짓고 텃밭이라니... 게다가 이곳은 방만구 씨와 내가 출퇴근길에 늘 지나가는 곳이었다. 이런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있겠는가.


바로 여기다. 구글맵 사진.우리 텃밭협회의 정문. 180개정도의 텃밭과 오두막이 있고 한가운데 사무실과 비어가르텐이 있다. 회원이 되면 소정의 임대료를 내고 잔치행사를 할 수 있다


독일에서 텃밭(Kleingarten)은 모두 임대다. 세입자는 1년에 40에서 50만원 정도를 임대료와 기타 비용으로 지불한다. 그리고 텃밭에 있는 오두막은 전 세입자로부터 구입해서 사용하고 나갈때 다음 세입자에게 팔고 나가는 형식이다. 오두막 매매가는 우리 협회의 경우 세입자가 마음대로 결정하지 못한다. 텃밭협회의 감정평가사가 평가한 값대로만 매매가 가능하다. 그 누구도 부당한 이익을 취할 수 없는 구조다.


작년 겨울에 작성한 계약서를 찾아보니 우리가 사용할 텃밭의 면적은 300평방미터 정도이며 임대료와 오두막 매입비용으로 지불한 총 금액은 2514유로였다. 400만원 정도 되는 금액이다. 그중 오두막 값이 2285유로(350만원) 가량이고 1년 임대료와 기타 비용으로 50만원을 지불했다. 사실 우리가 이 텃밭을 가지게 된 데에는 약간 비싼 오두막 덕분이기도 했다. 우리보다 선순위였던 세입자가 2300유로 가량의 오두막 비용이 너무 비싸다고 고사를 하는 바람에 이것이 우리에게 온 것이었다. 나는 2300유로가 비싸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튼튼하게 지어진 빨간 벽돌 오두막이 너무 맘에 들었다. 나무집 보다 튼튼하고 자주 칠해야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관리도 용이했다.


전 세입자는 모로코에서 온 여자였는데 7년정도 텃밭을 소유하다가 싱글맘이 되는 바람에 텃밭을 관리할 시간이 없어 내놓는다고 했다. 겨울철이기도 했지만 그것을 차치하고라도 관리상태가 좋아보지는 않았다. 우리는 모로코 여자로부터 오두막 안에있는 식탁과 의자, 가스 냉장고, 부엌가구, 접시, 그릴, 각종 농기구 등을 50유로에 넘겨받았다. 나는 200에서 300유로 정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 저렴하게 넘겨받아서 기분이 좋았다.


일사천리로 계약을 하고 계약금을 지불하고 열쇠를 받았다.


우리 오두막 4월 개나리 필 무렵. 새집을 달았으나 아직 저 구멍으로 들어가 쉬는 새를 본일이 없다. 뭐가 문제일까?
방만구 씨가 옥수수를 심기위해 밭을 갈고있다. 전 주인이 지름 25센티의 큰나무를 베어버려 전체적으로 휑한 느낌.
우리 옆집. 너무나 관리가 잘돼있어 내가 많이 보고 배우는 모범 텃밭인.
다른쪽 이웃. 이 텃밭인은 잡초가 무서워 나무로 바닥을 깔아버렸다. 이것을 보고 돈쓰는 기계 방만구가 자기도 식물침대를 사겠다고 얼토당토않은 소릴...
모범 텃밭인의 비닐하우스. 5월초에 6그루의 수국이 서리맞고 곤죽이 되어버린 사건 이후 나도 이 비닐하우스를 하나 장만할까 생각중. 식물침대보다 실용적.








크리스마스 무렵에 텃밭을 넘겨받은 우리는 너무나도 벅찬 마음에 추워도 크리스마스 이브를 텃밭에서 축하하기로 했다. 호른바흐(Hornbach)로 가서 50유로 이상을 지불하고 쇠로만든 화덕을 구입하였다. 텃밭 소유주가 된 이후 1호로 장만한 살림살이가 그 화덕이다. 고기를 굽고 술을 장만하고 화로에 불을 붙였다. 한겨울이라 주변에 아무도 없었고 우리는 한밤중까지 불놀이를 하다가 크리스마스 파티를 접었다.



텃밭을 나서면서 보니 우리가 정문 열쇠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을 알았다. 50넘어 생애최초로 월담을 해보았다. 리스마트 파티의 끝이 좋지않네.


들리지는 않지만 나는 이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하여 엄선된 크리스마스캐롤을 다운받아갔다. 유튜브에 보니 벽난로 옆에서 듣는 성탄노래모음이 있길래. 분위기와 맞아서 너무 좋았다.
이게 여름이라고 세일을 하네. 겨울에는 더 비쌌던 거 같은데... 앞으로 화덕은 여름에 사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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