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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이 May 30. 2020

독일 운전면허 취득비용 300만 원, 너무 비싸군요

나는 7개월 걸렸음, 1년 걸린 사람도 있음

나는 2005년 8월 31일 나는 독일에서 운전면허를 획득했다. 총비용은 330만 원 정도가 들었고 운전면허를 따는데 걸린 기간은 7개월. 15년 전에 그 돈이 들었으므로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훨씬 더 든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 따왔으면 싸고 쉽게 운전하고 다닐 수 있었을 텐데 그럼 나는 왜 독일에서 운전면허를 딴 것일까.


그때만 해도 나는 평생 운전할 일이 없을 줄 알았다. 우리 친정 엄마는 50이 넘어 한국에서 운전학원에 등록했는데 운전석에만 앉으면 가슴이 벌렁거리고 손이 떨려서 상습적으로 실기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총 11번 낙방 끝에 결국 운전면허 따기를 포기한 사람이다. 나는 성격적으로 겁이 많은 우리 친정엄마를 닮아서 엄마가 11번 떨어지는 걸 보고는 지레  '평생 운전 안 하고 살아야지' 하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세상사는 일이 계획대로 안 되는 모양. 살다 보니 운전할 일이 생겼다. 그래서 그 어렵고 비싸다는 독일 운전면허 취득에 도전한 것이다.


독일의 운전학원은 우리나라의 학원과 달리 소규모다. 10평 남짓한 구멍가게처럼 작은 곳에 대 여섯 명이 앉을 수 있는 책상과 의자가 있고 칠판이 있다. 그리고 운전면허 선생이 하나 혹은 둘, 자동차가 하나 혹은 둘. 그 정도가 전부다. 운전학원엔 우리나라처럼 실기를 배울 수 있는 대규모 주행 연습장도 없다. 그러니 선생 면허가 있고, 화가 적은 성격이고, 자동차 한 대에 구멍가게 정도로 작은 가게 월세를 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운전학원을 차려봄직 하다.


우리 동네에 있는 운전학원. 문 앞에 붙여진 포스트에 운전면허 17세부터 가능이라고 써져 있어 물어봤더니 17세부터 취득이 가능하나 18세가 될 때까지 부모가 합승해야만 한단다


독일에서 운전면허를 따는 과정은 한국과는 약간 다르다. 이론시험, 실기시험에다 응급처치법 이수, 시력 테스트가 추가된다. 주행 연습은 도로에서 받는다. 평생 운전대를 잡아보지 못한 사람도 첫날부터 도로로 차를 끌고 나가야 한다. 물론 연수용으로 만들어진 차량이 있어 첫날엔 조수석에 앉은 선생이 브레이크 밟고 기어 넣고 학생은 범퍼카 운전과 마찬가지로 운전대만 이리저리 돌리면 된다. 응급처치법은 학원에서 이수하는 것이 아니라 따로 가르치는 곳이 있다. 반나절 정도 걸리는데 응급처치법 수업을 들은 사람은 시험을 보진 않고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요즘 운전학원의 등록비를 비롯한 면허를 따는데 필요한 비용이 얼마인지 검색해보니 2005년 당시에 내가 땄던 것보다 많이 비싸졌다. 최근에 한 운전학원에서 명시한 운전면허 B의 취득 비용은 아래와 같다.


운전면허 B(18세 이상)

(일반 승용차에서 3,5톤 트럭까지 몰 수 있음, 취득 후 시속 45km 달릴 수 있는 작은 오토바이 운전 가능)


수업료(운전학원마다, 지역마다 약간씩 다름)

*기본 등록비 : 390유로(51만 원)

*시내 도로 실기수업 : 45분당 48유로(6만 3천 원), 일반 시내 도로연수

*특별 도로 실기수업 : 45분당 58유로((7만 7천 원), 국도, 고속도로, 야간 운전연수

*실기 시험료 : 125유로(16만 6천 원)

*수업교재료 : 80유로((10만 6천 원)

*관청 등록비 : 43.40유로(5만 7천 원)

*TÜV 시험료 : 114,24유로(15만 원)


여기서 도로 실기 수업료가 얼마냐에 따라 운전면허를 따는데 들어가는 총비용이 좌우된다. 보통 운동감각이 뛰어난 사람은 아무래도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젊은 사람이 나이 든 사람보다 실기 수업료를 통상적으로 적게 낸다. 운전학원에서 추천하는 실기수업시간은 아래와 같다.


학생의 나이 + 10시간= 추천 수업시간


나는 내 나이 35살에 운전면허를 따서 당시 돈으로 총 330만 원 정도의 돈이 들었는데, 만일 내가 지금에(내 나이 오십이므로 수업시간은 60시간으로 늘어남) 와서 운전학원을 등록하게 된다면 운전면허를 따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대략 아래와 같이 계산할 수 있다.


*기본 등록비 : 390유로(51만 원)

*기본 도로 실기수업 : 48유로 x 53시간=2.544유로(330만 원)

*특별 도로 실기수업 : 58유로 x 7시간 =406유로(54만 원)

*실기 시험료 : 125유로(16만 6천 원)

*수업교재료 : 80유로((10만 6천 원)

*관청 등록비 : 43.40유로(5만 7천 원)

*TÜV 시험료 : 114,24유로(15만 원)

총 액수 : 430만 원(단 한 번에 합격한다는 가정하에)

(일반적으로 20대 젊은이가 지금 운전면허를 딴다면 30시간 실기연습시간에 약 3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볼 수 있다.)


나는 털실 가게에서 근무하던 중 운전학원에 등록했는데 우리 사장님인 Frau Waberseck은 자신은 12시간 실기수업만 받고 운전면허를 땄다며 그까짓 거 쉬우니까 슬슬 하라고 내게 바람을 넣었다. 학원을 등록하고 보니 그렇게 짧게 실기수업을 이수하고 면허를 따는 것은 불가능했다. 운전시험을 도로에서 보다 보니 시험의 당락은 도로 및 교통사정과 상관이 많다. 그래서 시골에서 보다 도시에서, 예전보다 요즘 면허 따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고 보면 된다. 나는 쉽게 생각하고 운전면허에 도전했다가 6개월이 넘도록 뭉그적 거리면서 운전면허를 손에 넣지도 못하고 돈백만 원씩이나 지출이 생기자 슬슬 마음이 조급해졌다. 일주일에 2번씩 드문드문 실기수업을 받느니 아예 폴란드에 가서 숙식하며 싼 가격에 1주일 인텐시브 코스를 받아볼까도 고려해 보았다. 실행에 옮기진 못했지만.


나는 필기시험에는 강했다. 학원에서 받은 책으로 달달 외워서 100점 만점에 100점으로 합격하였다. 필기시험 문제는 개당 3점짜리와 5점짜리가 있는데 총점이 100점 만점에 90점이 넘지 않으면 실격처리가 되므로 2문제나 3문제만 틀려도 실격된다. 우리나라 필기시험에 비해 커트라인이 아주 높다. 시험 교실에서 10명 정도가 함께 시험을 봤는데, 시험이 끝나자마자 바로 채점이 들어가고 선생님이 응시생 이름과 점수 그리고 합격여부를 알려준다. 나는 아직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당시 나의 합격을 전하던 선생님의 목소리를 기억한다.


Frau Lee, 0 Fehler bestanden!(이씨, 하나도 안 틀리고 합격!)


샘플 필기 시험지


필기시험에 통과했으면 실기시험을 준비해야 하는데, 실기시험을 치기 위해서는 아래의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필기시험 합격.(운전학원에서 12시간의 기본 수업 이수)

둘째, 의무 실기 운전 수업 12시간 즉, 5시간 시내운전, 4회 고속도로 운전, 3회 밤 운전 이수.

셋째, 응급치료과정 이수.


아무리 운전을 잘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위의 세 가지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독일에서 운전 실기시험을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운전을 잘하는 사람들 가운데 시간이 없거나 독일어가 안되어 운전면허를 따지 못한 채 무면허로 운전하고 다니다가 적발되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 경우 소득 대비 어마 무시한 벌금을 각오해야 한다.


한국에 살고 있는 내 동생의 경우 군입대 직전에 운전학원에 등록하지 않고 혼자서 필기시험을 준비하고 운전연습을 해서 운전면허를 땄다. 독일에서는 내 동생처럼 독학으로 운전면허를 따는 것이 불가능하다. 나는 워낙에 운전 감각이 떨어져 많은 연수시간이 필요했지만, 일반적으로 총 30시간 정도의 운전연수를 하고 나면 통상적으로 실기시험에 합격한다고들 한다.


실기시험은 이렇게 치러진다.


연습하던 운전학원 자동차에 시험자가 운전석에, 운전 선생이 조수석에, 그리고 시험관이 조수석 뒤에 앉게 된다. 시험자는 시험관의 명령에 따라 이리저리 시내 운전을 하다가 고속도로에도 진입하게 된다. 중간에 주차 시험도 본다. 시험관은 시험자가 좌우회전 시 백미러를 제대로 주시하는지, 깜빡이를 켜는지, 추월 시 어깨너머 후방으로 오는 자동차를 주시하는지, 법정속도에 맞게 달리고 있는지, 교통표지판에 의한 운행을 하는지, 주차를 제대로 하는지를 보며 점수를 매기게 된다. 내가 낙방을 한 이유는 앞으로 나란히 주차를 제대로 못했다는 이유, 횡단보도가 있는 도로의 우회전시 Schulterblick 즉, 어깨너머로 보행자나 자전거가 오는지 보지 않았다는 이유, 그리고 추월 시 역시 어깨너머로 오른쪽으로 오는 차를 주시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총 3번의 실수를 범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낙방한다. 나는 1번의 낙방을 경험한 후 2번째 실기시험에서 합격했다.


이렇게 까다로운 면허시험에 합격하게 되면 곧바로 아래와 같은 운전면허증을 발급받게 되고 다음날부터 바로 운전을 할 수 있게 된다. 



나는 면허를 따고 곧바로  아래의 자동차를 중고로 구입하였다. 딜러를 통해 8년 된 일제 닛산 미크라를 4000유로에 구입하였는데 잔고장 없이 4년을 잘 타고 다니다 폭스바겐 골프로 바꿨다. 내 첫차라서 그런지 나는 닛산 미크라에 대한 애정이 있다.






예전에 영국사는 친구가 비행기 값 아낀다고 저가항공 라이언 에어를 타고 프랑크푸르트 한(Han) 공항에 도착한 적이 있었다. 렌터카를 타고 우리 집에 온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벤츠를 렌트해서 우리 집에 온 것이었다. 아니, 돈 아낀다는 애가 소형차를 빌릴 것이지 이렇게 비싼 차를 빌렸냐고 했더니, 렌터카 업체에 죄다 수동 변속기 차량뿐이고 자동 변속기 차량은 벤츠 이 차량 한 대 뿐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이것은 독일로 온 한국인들이 자주 겪는 일이다. 독일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동 변속기 차량을 몰고 다닌다. 독일인들은 수동 차량을 선호하는데 그 이유는 수동 차량이 자동 차량에 비해 sportlich(스포츠 틱) 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자동차 중고시장에는 매물로 나온 자동 변속기 차량을 구경하기가 어렵다. 한국에서 오시는 분들 중 수동 변속기를 몰지 못하는 분들은 희귀한 자동 변속기 차량을 구하든지 아니면 독일에서 수동으로 연수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추천하건대 독일 올 때는 한국에서 수동 변속기 연수를 충분히 받고 오는 것이 좋다. 나는 수동 차량을 소지하고 여태껏 수동만 몰고 다니다가 얼마 전에 자동 변속기 차량을 몰아봤는데 정말 편하긴 편했다. 이 편한 것이 왜 독일에선 인기가 없는지 솔직히 이해가 안 된다.


유럽 여러 곳을 자동차로 여행해봤지만 독일의 도로 사정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좋다. 표지판도 잘 정비가 되어있고 무엇보다 속도제한이 없는 고속도로 구간도 꽤 있어서 속도광들에게 각광받는 곳이 독일이다. 속도제한이 없는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다 보면 내 옆 추월선으로 어떤 차량이 총알과 같은 속도로 휑하고 나타났다 사라지는 경우를 자주 겪는다. 처음엔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계산해 보건대 내가 당시 시속 160km으로 달리고 있었다 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깜짝 놀랄 속도였다면 아마도 추월선에서 달리고 있던 차량은 시속 300km 이상으로 달렸을 가능성이 높다. 시속 300km 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 자동차도 있어? 하고 묻는 사람이 있겠다. 유튜브에 찾아보면 그런 자동차가 존재한다. 나는 이 글을 쓰기 위해 유튜브에서 찾아봤더니 아우토반에서 시속 300km 이상으로 달리는 자동차 경험을 하는 영상을 볼 수 있었다.


할리우드 배우 톰 행크스는 데이비드 레터맨 쇼에 나와서 독일에서의 운전 경험담을 아래와 같이 얘기한 적이 있었다.(8년 전 영상으로 유튜브에서 아직도 볼 수 있음.)


"독일의 아우토반에서는 내가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 상관없이 늘 나보다 빨리 달리는 차가 나타났는데, 그 빨리 달리는 속도가 슈우우웅-- 정도가 아니라 팽! 하고 나타났다 사라진다."


많은 것에 꼬치꼬치 규칙을 적용하고 규제를 하는 독일에 왜 속도제한 없는 고속도로가 존재하는지 나로서는 의문이다. 시속 300km로 달리는 자동차가 꽤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교통사고 비율이 낮은 것도 의문이다.


 독일 고속도로의 또 다른 매력은 톨게이트 비용이 없다는 것이다. 외국인이든 독일인이든 독일에 들어오는 모든 차량은 개인 소유의 도로를 경유하지 않는 이상 톨게이트 비용을 낼 필요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프랑스를 여행할 때면 가능한 한 최대로 독일의 고속도로를 이용한 후 프랑스 국경을 넘는다. 톨게이트비가 없는 독일에서 살다가 외국으로 넘어가게 되면 톨게이트비가 여행경비 중 가장 아깝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정부에서 톨게이트비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외국인에 한하여 톨게이트비를 받자는 의견도 있다. 독일인들은 외국에 나가면 꼬박꼬박 톨게이트비를 내야 하므로, 외국인들도 독일에서 톨게이트비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이 논의가 현실화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듯하다.


속도제한이 없는 고속도로가 존재하고, 고속도로가 잘 정비되었으며, 톨게이트 비용을 낼 필요도 없는 독일에서 운전면허가 없어 자동차를 몰고 다니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나는 15년 전 330만 원의 비용을 치르긴 했지만 그때 운전면허를 따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 지출은 내 생애에서 썼던 그 어떤 330만 원보다 값진 돈이다. 혹시 누구라도 돈이 아까워 독일에서 운전면허를 따길 주저한다면 나는 적극 추천한다. 살다 보면 운전은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제라도 할 일이 생긴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젊을 때 주저하지 말고 돈을 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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