꾹꾹 눌러담은 글만이 전할 수 있는 엄마 마음 기록지
4월 1일, 나의 아들이 백일을 맞았다.
이제는 육아도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겨서, 막 백일이 된 아기가 낮잠에 들면 그 재밌다는 '폭싹 속았수다'를 볼 수 있다. 백일의 기적인지, 이제는 밤에 통잠도 자고 낮잠도 꽤 길게 자주는 착한 아기 덕분에 한 4일 정도만에 12화까지를 몰아서 시청할 수 있었다.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에 이 드라마를 봤다면 아마 느끼지 못했을 감정들이 물 밀듯이 쏟아지고, 아들맘이라서인지 관식이의 어머니가 참 안되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귀한 아들 곱게 키웠는데 고등학생 때부터 부산으로 가출이라니. 아들을 키우려면 역시나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구나- 싶었다.
사실 그보다도 애순이의 삶을 보면서 뒷통수를 퍽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나도 어렸을 적 백일장에 나가면 금상이나 은상은 따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시 쓰는 것을 사랑했고, 시에 자연을 담는 것을 좋아하는 어린이였다. 그 동안 몇 번이고 브런치 작가가 되겠다고, 어렸을 적부터 좋아하던 글쓰기를 꾸준히 해보겠노라고 다짐했었는데 몇년이 지나도록 지키질 못했다. 대학원 시절에 한번 시도했다가, 이탈리아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다짐했다가, 다시 한번 결혼하고 제주에 내려가 살면서 시도했다가. 뭐 이렇게 쉽지 않았는 지 모르겠다. 현실을 기록해야하는 것이 의무로 느껴지면 안된다는 생각에, 글쓰기가 나의 낭만적인 현실에 숙제처럼 느껴지면 쓰지 말자고 다짐해서였을까. 눈 앞의 하루하루를 즐기다, 금방 날아가버릴 낭만들 좇다, 글은 남기지 못한 채 이렇게 어느새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다.
아이가 태어난 지난 해 12월 말부터 인스타그램 계정 하나를 만들어서 아이와 함께하는 매일의 기록을 적고 있다. 제대로 된 글이라기엔 그저 잠들기 전 어둠 속에서 빠르게 써내려가는 그날 그날의 기억이랄까. 반복되는 날들 속에서 그래도 오늘이 어제와 어떻게 달랐는지, 아이를 바라보며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휘발되기 전에 기록하고 싶었다. 누적된 피로에 짓눌린 내 뇌가 미처 이 소중한 기억의 조각들을 저장해두는 걸 잊어버릴까봐, 내가 내 하드웨어를 믿지 못해서 말이다. 어딘가에 마구마구 쏟아내어 그 하루의 흔적을 남기려다보니 사실상 다른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해 인스타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아이가 컸을 때 인스타그램이 사라지지만 않는다면, 이 찬란한 날들의 기록을 읽어주지 않을까. 이만큼 너가 특별한 존재라는 걸 글로 직접 적어 전해주고 싶다.
그래도 좀 글다운 글을 써보고 싶어, 이내 브런치로 로그인을 했다. 그래, 이제 다시 한번 아마추어 작가 흉내라도 내보자. 인스타그램에 의식의 흐름대로 적는, 이모티콘이 마구 섞인 가벼운 글이 아니라, 내 아이를 사랑하는 그 농도만큼 짙은 글들을 남겨보자. 혹시 알아? 글도 잘 써지고, 어느 정도 공감도 얻어서 우리 아이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게 되는 날이 올지도.
아들아. 너가 언젠가 이 글들을 볼 수 있을 지 전혀 알 수 없지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우리의 처음을 엄마가 소중한 보물처럼 글로 가득 남겨 넣어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