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아님 주의
캠핑 5일 차 아침. 눈이 떠지지 않았다. 캠핑카 안에서 자는 일은 5일이 지나도록 적응이 되지 않는가 보다. 천근만근 몸을 일으켜 세워 캠핑카 문을 열고 나오면 햇살이 온몸을 감싼다. 일어나자마자 따가운 햇살을 온몸으로 맞아보기란 쉽지 않은 경험인 듯.
한국에 있을 땐 햇볕을 피하기 바빴는데, 호주에 온 뒤로는 햇볕을 맞으러 일부러 나가기도 한다. 워낙 호주사람들이 햇볕아래에 앉아서 쉬거나 누워서 선탠을 하는 모습을 많이 봐서 그런가. 그냥 나도 따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좋은 이유가 있으니 하는 게 아닐까.
무작정 따라 하다 보니 나도 언젠가부터 햇살아래에 앉아 있는 걸 좋아하게 되었다. 물론 선크림 바르기는 필수다. 햇볕 아래 앉아있으면 피부 안쪽까지 파고드는 햇살의 뜨거움이 마치 찜질방에서 찜질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햇볕에 골고루 찜질될 수 있도록 팔과 다리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어우~ 좋다~'를 연신 내뱉게 된다. 찜질방이 그리운 나에게 이보다 더 좋은 대체재는 없는 것이다.
캠핑장을 벗어난 대망의 첫 외출. 골드코스트의 대표 관광지 Surfers Paradise로 출발했다.
그곳의 첫인상은 '어? 부산인데?'였다. 부산 해운대와 꼭 닮아있었다. 다른 점이라면 이곳 해변의 길이가 좀 더 길다는 거? 익숙한듯한 풍경에 조금 실망이 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여긴 무려 골드코스트라고!!!!'라는 걸 되새기며. 긴 해변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에 올랐다. 전망대 올라가는 표 구입을 가는 차 안에서 내가 핸드폰 앱을 통해 했는데,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입장권을 이메일로 받아야 하는데 내가 이메일 입력을 잘못했는지 시간이 다 가도록 기다려도 오지 않았고, 우리는 매표소 직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서야 겨우 문제해결을 할 수 있었다. 짧은 영어 탓에 이런 일이 한번 생기고 나면 멘털이 바사삭 무너지기 일쑤다. 그리고 호주는 우리나마 만큼 모든 일이 빠르게 해결되지도 않고 시스템화가 덜 되어 있는 듯하다. 뭐든 문제해결을 하려면 오래 걸리고 복잡하다. 그렇게 오른 전망대의 풍경은 꽤 멋있었다. 언제 또 와볼까 싶은 마음에 사진을 연신 찍어댔고, 애들은 어서 빨리 수영하러 가자고 재촉해 댔다.
'그래, 빨리 바다에 수영이나 하러 가자~ 무슨 풍경이냐'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에 풍경감상은 사치일 뿐.
해변에 도착해서 싸들고 온 장비를 세팅하고 나니 어느덧 3시가 다 되었다. 바람이 꽤 세차게 불어서 쌀쌀하기까지 했다. 결국 바다에 들어가는 것은 포기하기로 하고 아쉬운 마음에 모래놀이만 좀 하다가 가기로 했다.
모래가 너무 싫은 내가 이렇게 바다에 모래놀이를 하러 온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엄마란 이런 것인가 보다. 본성을 거스르고 아이들을 위해서 해내는 것. 발에 덕지덕지 붙은 모래를 털어내고 털어내며 모래놀이 장비를 세팅해 줬다.
딸들아~ 엄마는 모래가 정말 싫다~
엄마에게 바다는 바라보며 쉬는 곳이지 수영하는 곳은 아니었어~
그냥, 그렇다고
나중에 엄마랑 바다를 가만히 바라보며 서로 이야기하고 같이 책 읽지 않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