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출근하고 아이들이 학교를 가고 텅 빈 거실 소파에 누워 깜박 잠이 들었다. 오늘 수업준비도 하고 아침 설거지도 해야 하고 하다가 이내 잠들면 안돼 하기싫다, 안돼, 하기 싫다를 오가다 '돼 돼 돼' 나를 허락해 주었다.
문득 잠이 깰 때쯤 소리가 들려왔다.
'뭐라도 배워', '공모전이 있네~파이팅!', '자격증 시험 봐바', '공부 시작해 봐', '내일 배움 카드', '찾아봐'
몸이 물에 젖은 이불처럼 무거워 잠이 더 들락 말락 깰 까 말까 할 때, 깜박 잊고 켜둔 티브이소리처럼 시끄럽고 짜증이 났다. 끄고 싶은데 리모컨까지 손을 뻗을 기운도 없이 그대로 눈을 감고 들어보았다. 그 소리 내 목소리였구나! 내가 응원과 위로라 치고 지인들에게 해주었던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했던... 짜증 났겠네...
누군가 나에게 그랬다. 평생 시험 보고 일하다 아기 낳고 키우고 이제 좀 한숨 돌리려니 또 시험공부해서 자격증 따라고 한다고.. 또 역설적이게도, 내가 일하던 곳에서 미혼인 선생님께서 애를 낳아야 쉴 수 있는데 어디 가서 애만 낳아야 하나라는 웃지 못할 블랙코미디 한 장면 이 떠올랐다. 불편한 것을 참아야 행복해진다, 성장한다. 동기부여 숏츠의 잔여운인지 깜박 잠이 들면서도 깨면서도 죄책감이 몰려온다. 글을 쓰다 보니 잠이 깬다. 세수하고 컴퓨터를 켜러 간다. 일의 성취와 보람, 자아실현 멋진 말 다 차치하고 생산성 높은 일에 우선순위를 둬야지 않겠냐는 말이지... 자본주의 아닌가? 놀아도 놀아도 더 놀고 싶은 내면의 아이를 어르고 달래며 일과를 시작해 본다.